AI격변, 그리트가 꿈꾸는 농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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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격변, 그리트가 꿈꾸는 농업의 미래
  • 이지우
  • 승인 2023.02.2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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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트(주) 류광섭 대표

농식품부는 지난해 농업분야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스마트농업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제2회 스마트농업 인공지능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온실 작물을 원격 재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트리거(Trigger)’팀의 류광섭 대표를 만나 AI가 바뀔 농업의 앞날에 대해 물었다.

 

지난 12월 2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제2회 스마트농업 인공지능(AI) 경진대회 시상식’을 열고 우수한 스마트농업 AI 모델을 개발한 4개 팀을 선정·시행했다. 2회 대회는 지난해 8월 온실 시공, 농가 자문(컨설팅), 데이터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 기업과 농학, 전기전자공학 등 다양한 전공 학생들의 관심 속에서 총 74팀 394명이 참여해 18.5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12월 2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제2회 스마트농업 인공지능(AI) 경진대회 시상식’ 모습.

대상을 받은 ‘트리거(Trigger)’는 대회 기간 축적한 환경, 생육 정보를 학습데이터로 활용해 누적 광량, 온도, 이산화탄소(CO2) 농도 등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다. 예측값과 실제 결과값을 비교하여 모델 정확도를 높이고 성능을 개선해 참가팀 중 인공지능 전략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으며, 개화량, 착과수, 과실무게 등 생육상태도 가장 뛰어났다.


Q. 대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
원래 이런 AI경진대회를 얘기를 듣고 알고 있었습니다. 이미 네덜란드에서 오이, 토마토, 상추까지 3회 대회가 진행됐고요 거기에 국내 팀들이 본선에 진출하고 입상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고요. 중국에서도 인공지능 딸기 재배 대회가 있었고요. 국내에도 이런 대회를 주최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었고, 이런 대회를 개최하려면 굉장히 많은 준비가 있어야 하는데, 국내 대회를 주최했으면 하는 아이디어가 알게 모르게 많이 퍼졌던 것 같아요. 1회는 병해충 판별 방식이라 사실 AI경진대회라고 하기엔 좀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2회는 원격이지만 현장 재배까지 이뤄지는 본격적인 대회가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대회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 74개 팀이 참가를 해서 해커톤(해킹(hacking) + 마라톤(marathon)) 대회를 했습니다.  해커톤 대회는 주최 측에서 수집한 환경 데이터와 생육 데이터를 주면 이를 바탕으로 AI모델 학습을 하고 문제를 맞추는 것으로 진행 됐습니다. 실제 농장의 데이터니까 이 농장의 실제 값과 가장 근사한 답을 제시하는 팀이 이기는 경기였죠.
해커톤 대회에서 저희 팀이 1등을 했고요. 이 해커톤 대회 상위 22개 팀을 대상으로 AI모델로 어떻게 재배를 끌고가겠냐는 전략 발표 대회를 진행했습니다. 해커톤 점수와 발표 점수를 합쳐서 총 4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한 원격 토마토 재배 현장 모습.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한 원격 토마토 재배 현장 모습.

그리고 본선은 원격 실증 재배로 진행됐는데, 천안제일고에 있는 온실을 4분할해서 각 구역을 맡게 되는 방식이었습니다. 면적은 대략 50평 정도인데 실제 재배 면적은 30평정도 됐을 겁니다.


Q. 해커톤 대회에서 1등한 이유
작목은 토마토였는데 여러 농장의 데이터를 주고 결과치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팀별로 결국 생육을 재배를 잘할 수 있는 기본적인 데이터만 갖고 있으면 농업적 지식보다는 데이터 분석이 더 중요한 상황이었고요.
대부분 팀들이 선택한 예측 모델이 비슷했습니다. 다만 저희는 일종의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환경 조건은 다 똑같은데 결과 값이 조금 다른 케이스가 있었어요. 왜 이게 결과 값이 다른가?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환경이 온도, 습도 이런 게 완전히 다 똑같은데 생육은 다르게 나온 거죠. 인풋과 아웃풋이 다른 이유를 찾다보니, 데이터를 모으는 과정에서 아마도 환경 값이 같다는 거는 같은 지역에서 뽑았을 거고, 지역별로 값이 같은 것을 그룹핑(grouping)이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 그룹핑 처리를 하고나니 예측치가 확 올라가 버린 거죠. 


Q. 본선 우승의 비결은?
본선은 비용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서 효율 높은 토마토 생산을 하는 것이 과제였는데, 저희는 세 가지 전략을 썼거든요. 첫 번째 평균 온도를 효율적으로 설정하는 것이었어요.

팀 트리거는 효율적인 최적 온도 설정, 전략적 이산화탄소 농도, 함수율 편차 활용 등으로 본선 토마토 실증 재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팀 트리거는 효율적인 최적 온도 설정, 전략적 이산화탄소 농도, 함수율 편차 활용 등으로 본선 토마토 실증 재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예를 들어 저희가 설정한 최적의 환경 값이 20도라면 20도를 계속 맞추기 위해 자원을 쓰는 게 아니라 낮에 온도를 축적하고 밤에 최저 생육 온도만 유지하는 것이었죠. 낮에 30도라면 밤에는 10도까지 떨어져도 자원을 쓰지 않고 평균 온도를 20도로 맞추는 방향으로 유도를 했고요. 두 번째는 이산화탄소 농도 조절이었는데,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는 비용과 수확량 점수 중 어느 것이 더 이익이냐를 따져서 농도를 조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1개 팀이 200만 원까지 농장에 추가적으로 장치를 달 수 있도록 해주는데 저희는 함수율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달아서  함수율 편차를 예측해서 그걸 최적으로 계속 관리할 수 있도록 모델 알고리즘을 활용했습니다.


Q. 우승의 소회
저희 팀원 중에는 재배 전문가도 있었지만, IT쪽에 있던 분들은 다른 서비스를 만들면서도 작물은 별개의 세상으로 컴퓨터에서 작업하는 일이 대다수였잖아요. 그런데 이번 대회를 통해 원격으로 CCTV 영상으로 작물의 상태를 볼 수 있으니 체감하는 부분이 매우 컸을 겁니다. 
저희가 제어하는 결과에 따라가지고 작물의 상태가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하는 모습을 실제로 모니터링 할 수 있으니까 엄청나게 많은 걸 배웠죠. 
저희들이 성과로 보자면 IT개발자들이 작물 재배에 대한 것들을 굉장히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였다 생각합니다.
좀 아쉬운 점은 실증 현장이 전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AI모델로 설정 값을 던져주더라도 자동으로 이렇게 전환이 즉각적으로 된다거나 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못한 부분입니다. 이는 대회가 지속되면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Q. AI와 농업의 접목이 아직은 생소하다
저희 그리트는 모회사가 대영지에스(DYGS)라고 여기는 93년부터 시설원예 한 길을 걸어온 회사입니다. 플라스틱 온실부터 유리온실, 현재 반밀폐온실까지 한국 원예 산업의 최전선에서 기술을 도입하고 발전을 이뤄온 회사죠. 여기서 AI는 4차산업 혁명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분야이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설 원예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것인가에 중심에 있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자회사인 그리트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나서게 된 거입니다.
실제로 많은 이제 글로벌 리더들이 이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 세계 최고의 시설원예 관련 업체들과 교류를 하고 있는데, 다들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다음 시설원예의 헤게모니를 형성할 핵심 키워드가 바로 ‘AI’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죠. 
아직은 독보적인 일등이 없는 상황이고, 모두가 뛰고 있는 이 현실에서 저희도 우리나라 한정이라기보다 이 격변의 물결에서 어느 위치에 자리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한국에서 세계 최고의 농업AI 솔루션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예전 같았으면 양액기, 냉난방 이런 것들을 구축하는 시공업체의 턴기 프로젝트가 주류였다고 하면, 이제는 이런 환경제어 업체의 시기를 지나서 지금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그리고 이걸 통제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AI솔루션 서비스가 시장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Q. 한국 농업 현실에 AI가 적합한가?
오히려 AI는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변곡점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우리나라 같은 단동온실 위주의 로테크(lo-tech) 세그먼트에 있는 이런 경우에는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종사하고 계신 분들이 경험치에 기반해서 의사결정을 내리시는데, 굉장히 직관적이에요. 예를 들어서 가을장마가 왔다고 가정하면, 본인이 느끼기에는 굉장히 이제 약관기(관수를 적게 하는 시기)가 온 걸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데이터로 보면 장마의 길이, 온도 이런 것들은 굉장히 좀 심리적으로 이렇게 왜곡이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럴 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보를 눈으로 보면서 의사결정을 내리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영농을 할 수 있습니다. 근데 현장에서 이걸 분석하기 어려우니 AI알고리즘이 취합된 정보를 동원해서 분석 결과를 제시하면 이를 이행하는 것으로 영농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이런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과 솔루션이 도입되면 효율의 극점에 계속 수렴될 것이고, 이 효과는 로테크 세그먼트에 있는 농가가 효용적 측면에서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훨씬 더 수혜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Q. 그리트를 꾸려나갈 대표님의 목표
저는 기본적으로 일을 잘 하는 것이 ‘잘 산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AI와 클라우드 환경제어는 저에게 의미가 남 다릅니다. 예를 들어서 60세에 은퇴라고 하면 저에게 남은 10년 내에 무언가 할 일이 생겼다는 의미가 될 수 있고요. 
제가 은퇴하는 시점에서 내가 잘 살았다! 라고 한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제가 이해하고 있는 이 AI의 농산업적 가치를 우리 고객에 상세히 설명을 하고, 잘 활용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을 때가 아닐까 합니다.

류 대표는 4차산업의 대격변 시기에 농업의 AI솔루션이라는 세계적 패러다임 변화에 당당히 동참할 것이라고 말한다.
류 대표는 4차산업의 대격변 시기에 농업의 AI솔루션이라는 세계적 패러다임 변화에 당당히 동참할 것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통찰력이 있죠. 저 역시 제가 대영지에스에서 경험하고 쌓아온 가치들을 충분히 소화시키고 정제해서 앞으로 4차산업 격변의 시대에 우리 농산업에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풀어놓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희가 앞으로 만들어갈 AI 기반 농업 솔루션 보다 많은 분들이 활용하고, 또 가치 있게 활용된다면 저 역시 일에 재미를 느끼고 잘 살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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