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첫 출하된 국내산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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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첫 출하된 국내산 ‘바나나’
  • 조호기 기자
  • 승인 2023.02.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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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성시 ‘다릿골농원’ 김재홍 대표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음식물 가운데 하나인 바나나의 주요 생산지역은 인도, 브라질, 필리핀 등 열대 지역이다. 바나나에 함유된 탄수화물은 전체의 30% 가까이 되며, 익으면서 과당, 포도당, 단당이 늘어나 단맛이 더해진다. 바나나 2개에는 밥 1공기에 해당하는 칼로리가 있으며 소화도 잘 되므로 환자나 어린이의 영양식품으로 적합하다.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부터 제주도에서 재배되었으며 주산지 역시 제주도로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열대 과일인 바나나가 경기도 특히 안성에서 출하되어 신선한 과일을 선호하는 수도권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안성시 다릿골농원의 김재홍 대표(31세)는 부모님이 노지와 논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 어렸을 때부터 농사에 익숙한 편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진로 고민을 해왔다는 김 대표는 농사가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판단에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진학했다.

“어린 마음이지만 시골에 농사를 짓는 인구가 많이 고령화가 되어 있어 젊은 제가 농사 쪽으로 진로를 잡으면 아무래도 대농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죠.” 

4000㎡ (약 1200평) 규모에 묘목 800주를 심어 바나나를 재배하고 있다.
4000㎡ (약 1200평) 규모에 묘목 800주를 심어 바나나를 재배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농수산대학교를 2015년에 졸업하고 부모님이랑 같이 시설 오이를 재배하다가 2019년부터 4000㎡ (약 1200평) 규모에 묘목 800주를 심어 바나나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오이 등 작물 가격은 시장에서 정해지기 때문에 변동이 심한 편입니다. 특히 오이 같은 경우 안성에서도 많이 생산되지만 브랜드화가 되어 있는 타 지역 오이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어 아무래도 안성에서 오이 재배는 승산이 별로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재배도 쉽지가 않아 바꿀 때가 됐다고 생각했죠. 바나나를 체험 농장 위주로 재배하는 경우는 있어도 판매 목적으로 생산하는 농가는 경기도에 거의 없어 수도권에서 바나나를 재배하는 것이 경쟁력이 있겠다 생각했죠.”라며 바나나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수도권에서 첫 출하된 다릿골농원 ‘바나나’
수도권에서 첫 출하된 다릿골농원 ‘바나나’

김 대표는 수도권 소비자들이 특히 안전한 과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친환경 무농약 인증으로 바나나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670㎡ (약 200평) 규모로 재배하기 시작한 김 대표는 현재 4000㎡ (약 1200평)으로 확장 재배하고 있다. 바나나 품종은 일반적으로 제일 많이 재배되는 ‘캐빈디시’이다. 

바나나 품종은 일반적으로 제일 많이 재배되는 ‘캐빈디시’이다.
바나나 품종은 일반적으로 제일 많이 재배되는 ‘캐빈디시’이다.

‘캐빈디시’ 헛줄기의 키는 1.8에서 2.4m 정도이다. 꽃차례는 자색이며, 한 번에 최대 90개 정도의 열매를 맺는다. 열매는 초록이며, 후숙되면서 노랗게 되고 갈색 반점이 생긴다. 약간 끈적끈적하며 단맛이 많고 조직 배양된 개체를 키우거나 구근을 통해 증식한다. 식물체에 매달린 채로 익으면 껍질이 터질 확률이 크기 때문에, 다 익기 전에 수확하여 에틸렌 가스로 후숙시킨다. 후숙 시 사과 등과 함께 두어도 된다.

“모종 이후 열매가 열리려면 대략 8개월 정도 걸리는데 꽃대가 올라오고 꽃이 열리고 나서 4달이나 6달 후 수확을 합니다. 계절에 따라 편차가 심한 편이고 수확한 후 나무가 말라가면 베어냅니다. 다른 농가는 1년마다 새로 심는 분들도 있는데 바나나 나무는 대략 5세대 정도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는 매년 심지는 않습니다. 시설은 3m 정도의 6연동으로 등유랑 수막을 통해 난방을 하고 있습니다.”

잎의 크기가  거대해 1년에 두세 번 연막기로 방제하고 있다.
잎의 크기가 거대해 1년에 두세 번 연막기로 방제하고 있다.

영양 시비가 가장 힘든 것 같다는 김 대표는 비료 시비는 오이와 맞추어 절반 이하 정도 주고 있다. 바나나 나무는 습하면 곰팡이가 피기 때문에 조금 마르게 관리하고 특히 겨울은 더욱 마르게 관리하고 봄부터 가을은 조금 축축하게 관리한다. 방역방제는 잎이 엄청나게 커서 1년에 두세 번 연막기로 방제하고 있다. 진딧물이 조금 있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병충해는 없다고 한다. 김 대표의 농장은 경기도에서 바나나 재배로는 처음으로 2021년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다른 작물의 평균 시비량에 비해 1/3만 사용하고 있고 인증된 공식 영양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토양채취 안전성 검사를 통과해야 하는 등 매년 인증을 갱신해야 하기 때문에 저희 바나나는 안전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수입산에 비해 안전한 무농약 바나나

60% 정도 익었을 때 수확하는 수입산 바나나와 달리 80~90% 익었을 때 수확, 후숙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만큼 안전하고 맛도 좋다.
60% 정도 익었을 때 수확하는 수입산 바나나와 달리 80~90% 익었을 때 수확, 후숙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만큼 안전하고 맛도 좋다.

필리핀 바나나는 한국까지 배로 한 달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60% 정도 익었을 때 수확하여 후숙 과정을 거치는데 김 대표의 바나나는 80~90% 익었을 때 수확하여 후숙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만큼 안전하기도 하고 맛도 좋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초기 과정이다 보니 솔직히 필리핀 바나나와 맛이 같다면 성공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소비자분들이 오히려 맛이 더 좋다는 반응도 있어서 매우 만족합니다.”

김 대표의 바나나는 지자체 사업인 임산부꾸러미와 청주유기농센터 등에 모두 유통되고 있다.
김 대표의 바나나는 지자체 사업인 임산부꾸러미와 청주유기농센터 등에 모두 유통되고 있다.

김 대표의 바나나는 지자체 사업인 임산부꾸러미와 청주유기농센터 등에 모두 유통되고 있다. 일 년에 15t 정도 수확하고 매출은 8~9천만 원 정도 올리고 있다.

“오이가 매출은 확실히 높습니다. 하지만 오이 같은 경우 재배 시 하루도 쉴 시간이 없는데 바나나는 특정 기간에만 바쁘고 여유로운 편입니다. 오이에 비해 1/10 정도 노동력이면 재배가 가능합니다.”

지금 바나나 농장을 안정화 시키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라고 말하는 김 대표는 특히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지역에서의 청년농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솔직히 정부에서 청년농을 대상으로 많은 지원사업을 하고 있고 청년들도 이러한 지원사업을 통해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요즘 농가가 고령화가 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농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트랙터 장비 운용이나 드론 등 신기술을 이용한 재배방식에 주변 농가들에 도움을 주는 등 청년농들이 적극적으로 지역 발전에 참여하는 의지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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