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조상은 바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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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조상은 바위일까?
  • 월간원예
  • 승인 2023.02.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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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원료는 바위일까? 그렇다면 바위의 원료는 무엇일까? 용암이 식어 굳어진 것이 바위이기 때문에 흙의 원료는 용암이다. 용암이 굳어서 바위가 되고, 바위가 부서져서 자갈이 된다. 자갈이 부서져서 모래가 되고, 모래가 더 부서져서 흙 알갱이가 된다. 다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이처럼 부서지는 과정을 ‘풍화’라고 한다.
흙에서는 농사를 지을 수 있지만, 자갈밭에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왜일까? 자갈은 물을 지니지 못하고 거기서 양분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모래만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지을 수는 있지만 수량이 적다. 왜일까? 물을 많이 지닐 수 없으며 양분도 많이 지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래가 적당히 흙에 섞이면, 말하자면 사양토쯤 되면 아주 농사가 잘 된다. 모래를 핵으로 해서 주변에 흙 알갱이(정확하게 말하면 ‘점토’라고 한다)가 붙어서 떼알을 만들어 주고 떼알 사이사이의 틈에 공기와 물이 저장되기 때문이다. 모래 중에서도 가는 모래는 쉽게 부서지면서 양분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아주 비옥한 흙 중의 흙이다. 라인 강가의 구릉들이 곡창지대로 유명한 것은 이 가는 모래 덕분이다.

이렇게 풍화 과정을 거치면서 알갱이는 점점 작아진다. 무게가 1g인 밤톨만 한 자갈 한 개가 부서지면 왕모래는 90개쯤 되지만, 점토의 알갱이는 무려 9천만 개나 된다. 그렇게 부서지는 과정에서 알갱이의 틈과 틈 사이로 물과 공기가 들어가고 풀과 나뭇잎이 썩은 유기물이 섞인다. 우리가 농사를 짓는 흙은 흙 알갱이, 유기물, 공기, 물 이렇게 네 가지 물질이 섞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 네 가지의 균형이 잘 맞을 때 작물은 잘 크고 맛도 좋아진다. 

 

흙에 어떤 성분이 가장 많을까?
흙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성분은 규소(Si)이다.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다음으로 알루미늄(A) 15%, 철(Fe)이 7% 들어있다. 그 밖에 칼슘(Ca), 마그네슘(Mg), 나트륨(Na), 칼륨(K)의 순으로 들어 있다. 
이들 성분 중에 물에 가장 안 녹는 성분은 알루미늄이고, 다음으로 잘 안 녹는 성분은 철이다. 빗물에 녹아서 칼슘 100g이 없어질 때 칼륨은 84g, 마그네슘은 75g이 없어진다. 이에 비해 철은 겨우 14g이 없어진다. 그럼 알루미늄은? 거의 없어지지 않는다. 물에는 녹지 않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냄비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알루미늄이 잘 녹는다면 라면 몇 개 끓여 내면 냄비가 없어질 것이다. 알루미늄은 산성에서만 녹는다. 철과 알루미늄이 흙에 많은 것은 잘 녹지 않고 버티기 때문이다. 철은 농사에 아주 조금만 필요로 하는 성분이지만, 알루미늄은 눈곱만큼도 필요하지 않다. 알루미늄은 산성에서 잘 녹고 녹아 나오면 바로 그 자체가 독으로 작용하면서 나아가서는 흙을 더욱 강산성으로 만든다. 무엇보다도 인산비료와 만나면 결합해서 인산을 불용성으로 만든다.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알루미늄이 많은 제주도 같은 화산회토가 인산의 무덤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래서 제주도 화산회토양에 밭을 개간할 때는 일반 토양보다 5~10배나 많은 인산을 주어야 농사가 된다. 
흙 성분 중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성분이 규소인데, 왜 논에는 규산질 비료를 주어야 하나? 규소가 많더라도 불용성이기 때문에 대부분 잘 녹아 나오지 않는다. 정말 규소는 양반 원소이다. 다른 성분들처럼 이리저리 변하는 법이 없다. 벼에 규소를 주면 밥맛도 좋고, 수량도 많이 나오고, 병해충에도 강해진다는 사실은 모두 잘 알고 있다. 최근에는 벼뿐만 아니라 다른 작물에게도 규산질 비료가 좋다는 보고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글 = 이완주
토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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