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흙에는 왜 칼슘과 마그네슘이 적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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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흙에는 왜 칼슘과 마그네슘이 적을까?
  • 월간원예
  • 승인 2023.04.0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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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흙에는 칼슘과 마그네슘이 매우 적다. 왜 그럴까? 칼슘마그네슘, 칼륨이 성분들을 ‘염류’라고 한다. 이 성분들은 작물에게는 매우 귀중한 양분이다. 그런데 알루미늄이나 철과는 반대로 빗물에 잘 녹아 없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일 년에 비가 600mm 이내로 내리는 반건조지역에서는 칼슘, 마그네슘, 칼륨이 흙 속에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비가 1200mm 이상 내리는 곳에서는 빗물에 씻겨 손실이 일어난다. 이게 바로 우리 흙이 가지고 있는 문제이다. 왜 그럴까?

강수량 600mm 이하에서는 빗물이 칼슘과 마그네슘을 지하로 끌고 내려가지만 지하수에 도달하기 전에 비가 그치니까 흙 속에 남아 있다. 햇빛이 나면 물이 증발되면서 지하로 내려갔던 성분들도 표토로 되올라 온다. 이렇게 연중 오르락내리락 할 뿐 지하수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나라같이 여름장마가 한꺼번에 600mm 이상 내릴 경우 물에 녹는 성분은 모두 지하수까지 도달하기 때문에 손실이 일어난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 흙은 척박할 수밖에 없다. 또한 칼슘과 마그네슘이 씻긴 자리에는 빗물 속에 있는 수소이온(H)이 들어가게 되므로 흙은 산성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여 생긴 척박하고 산성인 흙에서는 진달래와 소나무만이 자란다. 이 때문에 우리의 산은 불과 30년 전만 해도 진달래와 소나무가 지천이었다. 그 당시 땔감이 부족해서 산으로 가서 낙엽이란 낙엽은 모두 긁어 왔으므로 흙이 척박한 채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연탄이 공급되고 가스가 보급되자 더 이상 낙엽을 긁고 나무를 자를 필요가 없게 됐다. 낙엽이 쌓이고 썩어 흙이 비옥하게 됐다. 흙이 비옥하게 되자 슬그머니 참나무와 서어나무 같은 활엽수가 점령하면서 어느새 진달래와 소나무는 사라지게 되었고, 산은 더욱더 비옥해지고 있다.

흙에 전기의자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흙을 이루고 있는 내용물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물과 공기, 흙 알갱이(유기물 포함), 흙 알갱이를 다시 쪼개 보면 자갈, 모래, 점토, 유기물 등 네 가지로 이뤄져 있다.
이들 중 자갈과 모래에는 없지만 점토와 유기물에만 있는 것이 있다. ‘의자’이다. 그냥 의자가 아니고 전기를 띠고 있는 ‘전기의자’다. 이렇게 말하면 “그럼 미국에서 알 카포네를 처형시킨 그 전기의자란 말인가?”라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무시무시한 의자는 아니다.
사형 집행에 쓰인 의자는 2천 볼트의 고압이지만 흙 속의 전기의자는 너무나 약해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전기다. 흙에 이 전기의자가 없다면 우리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

그럼 흙 속의 전기의자는 어떻게 쓰일까? 그 의자에는 우리가 주는 비료가 앉는다. 염화칼륨을 주었다고 하자. 염화칼륨은 흙에서 칼륨(K)과 염소(ct)로 분리된다. 흙에 있는 의자는 여자의자(-)와 남자의자(+)가 있다(여자의자가 남자의자보다 훨씬 많아 97:3정도이다).
흙에 있는 여자의자에는 남자인 칼륨이, 남자의자에는 여자인 염소가 앉는다. 무슨 비료를 주던 비료는 이온, 즉 전기를 띤 상태로 되어서 전기적으로 서로 반대 의자에 이끌리어 앉게 되어 있다.

만일 흙이 전기의자가 없는 자갈과 모래만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비료의 이온들이 앉지 못해서 빗물에 씻겨 내려간다. 결과적으로 주나 마나하게 되는 것이다. 비료를 주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은 흙에 전기의자가 있기 때문이다.
1ha 흙에는 수천 kg의 이온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준비되어 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이온은 다른 이온이 가까이 오면 자리를 내어 준다. 질소비료를 주면 의자에 앉아 있던 칼륨이 암모늄에게 자리를 내준다.
이렇게 해서 ‘이온교환이 이뤄진다. 그렇다고 언제나 순순히 이온교환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철수와 영철이, 개똥이의 힘이 다르듯이 이온들도 저마다 힘이 다르다. 개똥이의 힘이 가장 세면 개똥이가 다 차지하고 다른 놈이 와도 의자를 빼앗을 수 없다. 이렇게 센 놈은 좀처럼 의자를 양보하지 않고 버틴다. 흙 속 이온의 힘의 크기는 다음과 같다.
수소(H) 칼슘(Ca)>마그네슘(Mg)> 칼륨(K)>암모늄(NH)>나트륨(Na)> 리튬(Lit)
그러니까 수소가 가장 강한 힘으로 의자를 점령하고 있고, 리튬이 가장 약하게 버티고 있다. 칼륨은 마그네슘의 자리를 넘볼 수 없다. 하지만 칼리비료를 주면 칼륨이 많아져서 인해전술로 마그네슘을 내뱉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들 이온 중에 가장 힘이 세면서도 백해무익한 놈이 수소이온이다. 그래서 나는 수소이온을 흙 속의 ‘깡패’라고 이름 붙였다. 이것을 쫓아낼 수 있는 것은 칼슘이온이다. 그러니까 칼슘이온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석회와 석회고토 비료를 주면 수소이온을 내뱉을 수 있다. 의자가 많을수록 비료의 손실이 적은데 유기물에는 흙보다 의자가 25배나 많다. 때문에 석회와 유기물을 주면 비료가 앉을 수 있는 전기의자를 극대화할 수 있다.

 


 

글=이완주
토양병원 원장

 

 

 

월간원예 202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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