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의 밭에서 꿈꾸는 아열대과일체험·휴양·치유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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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의 밭에서 꿈꾸는 아열대과일체험·휴양·치유농장
  • 정기석
  • 승인 2023.04.25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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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서동팜 진택성 대표

서동팜 농장 초입으로 접어들자 비범한 화강암 비석이 눈에 띈다. ‘삼척진 씨 세천(三陟陳氏 世阡) ’. ‘세천’이란 조상들의 묘소가 자리한 선산(先山)을 뜻한다. 농촌마을마다 집성촌을 뜻하는 세거지는 흔히 봤으나 ‘천(阡)’이라는 단어는 다소 낯설었다. 뜻을 찾아보니 밭 사이에 난 길, 밭두둑을 가리킨다. 말 그대로 너른 황토밭 한가운데 서동팜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니까, 삼척진 씨인 서동팜 진택성 대표가 조상의 밭을 지키며 아열대과일 농사를 짓고 있는 현장이다. 

 

서동팜 진택성 대표(52세)는 귀농인이다. 정확하게는 귀향인이다. 4년 전 태어나고 자란, 조상들의 선산이 지키고 있는 익산 갈산리 삼척진 씨 세천, 지금의 서동팜 자리로 돌아왔다. 돌이켜보면 두 번째 귀향인 셈이다. 진 대표는 이리공고를 졸업하고 창원의 삼성항공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방산업체에서 병역특례 복무를 마치고 개인회사로 옮겨 객지에서 몇 년 더 일하다 첫 번째 귀향을 했다. 

 서동팜 입구에 세워진 삼척진씨 세천비(三陟陳氏 世阡碑) 

귀향인의 희망과 목표, 아열대과일 
집에 돌아와 부친의 가업인 배농사를 맡아 지었다. 그러다 전남 장성의 상무대 인근에서 군인들을 상대로 자영업을 몇 년 했다. 사업은 잘 됐으나 다시 두 번째 귀향을 결행한다. 평소 농업에 대한 관심과 전망, 고향에 대한 그리움, 무엇보다 노모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두 번째 귀향을 해서는 배농사를 접었다. 배나무를 뽑아내고 1억여 원의 생산설비자금 지원을 받아 3백여 평의 하우스를 지었다. 아열대과일농사를 새로 시작했다. 아직도 농장 한편에는 오래된 배나무가 수십 주 남아있지만 지금은 경관용이거나 체험용일 뿐이다. 대대로 짓던 안정된 배농사를 접고 흔치 않은 아열대과일농사로 전환한 이유가 궁금했다. 
“막상 고향으로 돌아오니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나름대로 원칙이랄까, 소신이랄까 기준부터 정했어요.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자. 남들처럼 해서는, 농업 규모나 기술력이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으면 경쟁력도, 시장성도, 성공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게 우리 농업의 현실이란 걸 모르지 않았으니까요.” 

300여 평의 아열대과일체험농장 하우스 

진 대표는 고향에 돌아와 1년여 동안 무슨 농사를 지을지 고민이 깊었다. 조사도 많이 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러다 일단 두 가지 아이템으로 구상을 정리했다. 하나는 아열대과일, 또 하나는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아쿠아포닉스는 물을 순환, 재사용하는 친환경적인 방식이라는 게 인상적이어서 마음이 끌렸죠. 공업을 공부했으니 그런 공학적인 메커니즘에 관심과 자신감도 많았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아열대과일의 매력과 가능성에 더 끌린 셈이죠. 하지만 당시만 해도 아열대과일이 생소한 분야라 체계적으로 공부할 곳이 없었어요. 대학도 그렇고 지원기관도 그렇고 막상 공부할 방법이 막연했던 거죠. 결국 인터넷도 뒤지고, 책도 찾아보고 입소문도 들으면서, 전국의 아열대 작물 선도농가들을 찾아다녔어요.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고 체험하면서 배우는 수밖에 없었어요.” 
서동팜 사무실 한편에는 아쿠아포닉스 방식으로 구현된 수조가 하나 자리 잡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이라 농장 웬만한 설비나 시설을 직접 만들고 수리하는 진 대표가 직접 제작한 것이라 한다. 아열대농사도 쉽지 않은데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할 여유나 자신은 없으니 일단 그 정도로 아쿠아포닉스 농업은 미뤄둔 셈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많고, 하고 싶은 일은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것으로 보이는 진 대표는 언젠가 아쿠아포닉스 농업도 본격 도전해보지 않을까 싶다.

바나나
파파야
파파야

비닐하우스 안에는 감귤, 레드향, 바나나, 파파야, 아보카도, 커피, 파인애플, 백향과, 구아바 등 10여 종의 아열대 작물이 자라고 있다. 누구나 이름은 한번쯤 들어봤을 테지만, 아무나 그 나무나, 열매를 직접 보기는 쉽지 않았을 그런 작물들이다. 국내에서는 제주도가 아니라면 더욱 더. 그것도 단일 작목도 아니고 농법이나 성장환경이 서로 다른 작물이 섞여있는 모습은 다소 낯설고 부조화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10여종이나 되는 아열대작물을, 그것도 작물마다 열매를 맺는 시기, 기후, 토양 등 적절한 생육조건이 서로 다른 작물을 한 하우스에서 함께 키우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시행착오도 많이 했는데 그렇게 도전하는 게 재미있고 보람이 있어요, 남들이 하지 않는,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특색 있는 체험농장이라는 뚜렷한 목표와 소망이 있었기때문이죠.” 
그러나 아무리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다 할 수는 없는 게 농업일진대, 아열대농사를 짓는 기술적인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이제는 마치 아열대작물 전문가가 다 된 듯한 진 대표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을 이어갔다.
“당연히 각기 다른 아열대 작물 10여 종은 기본적으로 식물로서 성질 자체가 다르죠. 온도, 습도, 토양 등 잘 자라는 환경을 맞춰주는 게 관건이에요. 그런데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거나 해결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4년 내내 늘 연구하고 고민할 뿐인 거죠. 가령 지난 여름 뜻하지 않게 바나나 잎이 노랗게 변색하는 병해충이 발생했어요. 순간 포기해야 하나 갈등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간절한 심정으로 온갖 방법을 동원했고 잎은 다시 초록빛으로 돌아왔어요.”

체험농장에서 휴양·치유농장의 미래로 
진 대표의 설명을 들으니 아마도 그런 보람과 기쁨을 맛보려고 남이 가지 않는 아열대작물의 길을 선택했을 듯싶다. 그것도 대규모의 생산목적 농장이 아니라 체험목적 농장으로 테마와 콘셉트를 정한 이유도 어느 정도 읽혔다. 
“보다시피 서동팜은 생산이 목적이 아닌 체험이 주목적인 체험농장을 표방하고 있잖아요. 명색이 체험농장이려면 연중 상시,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계층과 니즈의 체험객들이 보고 즐기고 느낄 거리가 있어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봐요. 그래서 공간도 다소 협소하고 관리도 까다롭지만 300여 평의 하나의 체험공간에서 함께 다양한 작물을 기르고 있는 거죠.” 

열대과일차, 열대과일칩, 열대과일청 등 가공식품 시제품 

문을 연지 4년 차인 서동팜은 사실상 올해가 사업 원년이라 할 수 있다. 농장을 조성한 지 3년째인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체험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매출도 처음 발생했다. 올해는 체험수입으로는 약 1천만 원, 작물 판매수입은 약 1천만 원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 체험프로그램은 아열대작물 관찰, 커피 만들기, 열대과일 청 담그기 등을 주로 진행한다. 과일 청은 파파야를 기본으로 토마토파파야, 파인애플파파야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파파야 등 열대과일을 건조한 차도 시제품으로 몇 종 개발해 놓은 상태다. 

100여 평의 동물농장

“지역에서 가족단위 체험객들이 불쑥 찾아오는 경우도 많아요. 어차피 농장에서 일도 하고 살고 있으니 오는 체험객을 마다하지 않고 다 맞고 있어요.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농장도 100여 평 따로 조성했어요. 미니돼지, 토끼, 공작, 긴 꼬리닭 등을 기르고 있어요. 마구간도 따로 짓고 있어요. 새로 승마체험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사업초기인 서동팜의 비전은 단순한 개인사업자의 체험농장 단계에 그치지 않는다. 체험을 넘어 휴양하고 치유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체험·휴양·치유 융복합 관광농원 수준의 야심 찬 사업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할 것으로 예감된다.

진 대표는 농장 인근데 유럽형 샐러드상추 스마트팜  농장 등 60~70억 원ㄴ 규모의  대규모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농장 인근이 다 문중 땅이에요. 그 땅에 지금 골프연습장, 유럽형 샐러드상추 스마트팜 농장 등을 준비하고 있어요. 각각 60~7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사업이죠. 외부 투자도 받고 별도의 운영법인도 만들고 있어요. 무엇보다 30~40여 개 정도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돼요. 서동팜을 중심으로 각 사업을 서로 연계하면, 지역주민은 물론 농업과 농촌에 대한 관심과 비전을 가진 청·장년들이 모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원주민과 귀농인이 함께 일 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의 치유농업 관광명소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진 대표의 활동영역은 농장 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귀농귀촌종합센터의 동네작가, 팜파티플래너 등으로 지역기반의 활동가로도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체 블로그에 농장의 이모저모도 꾸준히 기록하고, 페이스북 등 SNS마케팅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농촌체험지도사, 치유농업사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아이들은 체험하거나 놀이를 즐기고 어른들은 휴양하고 치유 받는 체험·휴양·치유 융복합 관광농원 ‘서동팜’의 꿈을 차근차근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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