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배를 지키는 ‘우리 배 밭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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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배를 지키는 ‘우리 배 밭의 파수꾼’
  • 조호기 기자
  • 승인 2023.04.1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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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시 정읍배연구회(배공선회) 박건중 회장
정읍배연구회 박건중 회장 부부
정읍배연구회 박건중 회장 부부

정읍배연구회 박건중 회장(57세)이 운영하는 한얼농장은 마치 고립된 섬 같은 경관이다. 사방이 정읍북면농공단지, 정읍 제3일반산업단지에 둘러싸여 있다. 게다가 주변의 과수원 농지도 온통 태양광발전소로 돌변했다. 이런 척박한 경관과 입지에서 30년 넘게 배농사를 고수하고 ‘우리 배’를 보전하고 있는 박 회장은 첫인상부터 진정한 농부의 그것이다. 방문하는 날도, 부인과 둘이서 약 4.6ha(1만 3915평)에 달하는 농장 배나무에 파묻혀 전지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박 회장이 농사지은 배는 당연히 국내 최고의 품질과 상품성을 자랑하고 외국으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2019년 ‘제16회 전국 우리 배 한마당 큰 잔치’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을 정도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 연구소와 우리 한국배연구회가 함께 벌인 명실상부 전국 최대·최고 배 축제였다. 사전에 24개 주요 생산 시·군의 배를 출품 받아 식미와 당도, 외관에 대해 평가하고 우수한 생산자를 가린 행사였던 만큼 한 회장은 국내 최고의 배 농사꾼이라 부를 만하다. 
“‘추황’이라는 품종으로 최고상인 농촌진흥청장상을 받았어요. 추석 명절 대목을 맞추기 어려운 10월 중하순 숙기의 만생종인 데다 황갈색 외관부터 우둘투둘하고 좋지 않아 경제성이나 상품성은 별로 없는 품종이에요. 하지만 과즙이 많고 당도가 14Brix로 높아 식미가 우수하고 새콤달콤해 젊은 층은 좋아하지 않을까요. 그동안 정읍시농업기술센터의 기술지원과 컨설팅 지도를 받아 30여

 

명의 회원과 연구회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어요. 저 개인이 아니라 우리 정읍 우리 배농가들 모두가 신품종 선도 재배, GAP인증을 비롯한 고품질 재배기술을 부단히 연구한 결과이자 노력한 보상이라 생각해요.”

농장 입구
화산배 앞 박건중 회장

 

‘우리 한국배’를 지키는 정읍배연구회 
정읍배연구회 회장이자 배공선회 회장인 박 회장은 배농업인들의 전국조직인 우리 한국배연구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이 연구회는 2001년 ‘내 사랑 우리 배동호회’로 시작, 지금의 연구회 조직으로 성장했다. 말 그대로 배와 관련된 기술정보교류와 친목도모의 장 역할을 하고 있는 모임이다. 현재 약 6800여 명의 배 과수 농업인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연구회에서는 특히 기상기후 등 재배환경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재배기술, 국내에서 육성된 ‘우리 한국배’의 다양한 품종 보급과 정착, 소비시장을 감안한 수확과 유통방법 등과 관련해서 다양한 연구와 활동을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생산비를 낮추는 경영 전략을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있죠. 지금 배 재배기술은 많이 발전하고 상향 평준화돼 고품질 배를 생산하는 농장은 많아요. 그런데 아무리 맛있고 당도 높은 좋은 배를 생산해도 가격을 못 받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결국 이제는 생산기술도 중요하지만 인건비, 자재비 등 생산비를 낮출 수 있는 고도의 경영전략이 배 농업인들에게 요구되는 시점이에요.” 

인도네시아 수출 상차식
정읍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 입고된 정읍 우리배 
인도네시아 수출 상차식
인도네시아 수출 상차식

 

1992년부터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부친의 대를 이어 30여 년째 배농사를 짓고 있는 박 회장의 고민도 바로 이 부분에 집약되어 있다. 어차피 고령화, 인구감소 등의 한계상황에 놓인 농촌의 농업은 갈수록 일손은 더 부족하고 인건비도 상승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가족농이 관리가 가능한 가정형 농원이나 1~1.5ha 규모의 과수농장이 적정하다고 한다. 그런데 박 회장의 한얼농장은 그 적정규모의 4배가 넘는 대농이다. 차남이 전북대 농대에서 공부하며 승계를 준비하고 있지만 부부 둘이 감당하는 현실은 역부족이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서 5개월 정도 베트남 등에서 파견한 계절일꾼을 고용하고 있어요. 5개월 지원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죠. 그래서 인건비로만 4천만 원 이상이 지출되고 연료비, 자재비 등 기타 관리비용 등으로 연간 약 2천만 원 정도 들어가고요. 매출규모는 지역 배농가의 평균 소득수준인 10a 당 6백만 원 정도로 산출해도 적어도 2억 원 은 넘는거죠.” 
한얼농장은 신고배 6~70%, 화산 20%, 추황, 신화 등 10%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조기 재배, 대과 생산을 위한 신고 배에서 다양한 맛과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배인 신화 등으로 품종 변화 추세에도 능동적이고 다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국내의 다른 배 농가와 마찬가지로 아무래도 배의 대목인 추석 특수용, 상품성 등을 감안하면 9월 중순 이후 빠르게 수확할 수 있는 외래 조생종인 신고의 비중이 높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왼쪽부터)정읍시 농업기술센터 이석기 과수팀장, 전정기 소장, 박건중 회장
(왼쪽부터)정읍시 농업기술센터 이석기 과수팀장, 전정기 소장, 박건중 회장
정읍시 농업기술센터 전정기 소장
정읍시 농업기술센터 전정기 소장

 

배공선회 품질관리로 동남아에 수출까지  
품질이 좋다고 평가받는 정읍의 우리배는 동남아로 수출도 하고 있다. 지난해 총 453t의 배를 수출, 9억 원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기존의 베트남, 대만에 이어 새로 인도네시아 수출길도 열렸다. 정읍시농업기술센터를 비롯해 정읍농산물산지유통센터, 정읍원예농협조합, 배공선회, 그리고 현지수출법인 등 정읍배 관련 기관과 단체가 합심해 노력한 성과다. 정읍시는 우리품종 보급전략과 수출 마케팅전략을 연동해서 숙기 분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원황은 8월 25일, 신화는 9월 10일, 화산은 9월 18일, 신고는 11월 등이다. 
한 회장은 “정읍배연구회, 즉 배공선회원들이 공동선별·출하 등 철저한 품질관리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면서 특히 기술지원을 아까지 않은 정읍시농업기술센터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강조한다. 말이 나온 김에 농업기술센터에 찾아가서 전정기 소장과 기술보급과 이석구 과수팀장의 이야기도 직접 들었다.
“정읍배는 전체 35농가, 35ha규모로 이중 우리한국배 품종인 원황, 화산, 추황, 신화 등을 정읍배연구회 소속 15농가에서 14ha를 재배하고 있어요. 안타깝게도 매년 재배규모가 줄어드는 추세죠. 재배농가 고령화는 물론이고 개화기 저온 피해, 병해충 등 재배여건의 악화가 주요 원인이고, 소비자들도 제사용 과일로 인식한다든지 젊은 층의 비선호 성향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봐요. 다만 농가 당 소득수준은 2021년 10a 당 650만원 수준으로 높아졌어요. 주품종은 원황, 화산, 추황, 신고 등이고 주로 정읍단풍미인조합공동사업법인, 정일과수 등을 통해 국내 출하되고 베트남 등 동남아에 수출물량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센터는 그동안 정읍 수출 배 생산 농가들을 대상으로 집중 컨설팅 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행했다. 농진청의 지원을 받아 정읍단풍미인조합공동사업법인과 협력으로 특히 수출국에서 요구하는 품질의 우량배를 생산기술 향상에 주력했다. 전지·전정 등 겨울철 과원 관리를 통한 품질 향상, 수확 후 품질관리를 위한 저온 저장고 관리, 농장에서 수확 후 관리 요령과 입고 후 저장요령, 생산 농가와 유통업체의 신선도 유지 정보 등에 걸쳐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갖춘 것이다. 박 회장은 “정읍 배 수출 활성화를 위한 재배농가 역량 강화를 통해 수량과 품질 향상은 물론, 정읍 농산물 이미지 제고와 내수시장 안정화도 기여했다”라고 센터에 많은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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