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장미 전초기지를 지키는 국산장미 선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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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장미 전초기지를 지키는 국산장미 선봉장
  • 정기석
  • 승인 2023.05.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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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 용수장미농장 김종철 대표

용수장미농장이 소재한 용서리는 인접한 ‘물고기마을’로 유명하다. ‘물고기마을’은 1970년대부터 50여 년이 넘게 연간 30여 만 명의 체험객이 찾는 농촌체험명소이다. 용수장미농장은 바로 그 초입에 자리 잡고 있다. 막연히 물고기마을 체험객과 체험프로그램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체험농장의 콘셉트와 분위기를 기대했으나 예상 밖 풍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무논을 갈아엎은 물고기 양어장 사이에 1ha 규모의 시설하우스가 홀로, 뎅그러니 놓여있는 다소 삭막한 풍광이다. 주변에 다른 화훼농가들과 생산협업단지를 이루는 모양새도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농장 부지도 원래는 물고기 양어장 자리였다고 한다. 굳이 왜 이런 ‘삭막한 공간’에서 ‘아름다운 꽃’을 키울 생각을 했을까. 

“용서리가 고향이 아니에요. 상관면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군에서 제대하고 고향에 돌아와 아버지 농사를 도왔어요. 그러다 1982년부터 따로 소를 키웠어요. 당시 정부에서 복합영농 정책을 추진한다며 소입식 장기저리 축산자금을 지원해 줬거든요. 3천만 원 정도를 투자해 수입산 육우 10여두를 키웠죠. 그런데 잘 안 됐어요.” 

당시 정부에서 소 사육을 적극 장려하니 너도 나도 축산에 뛰어들었다. 나중에는 사료값, 노동력도 챙기지 못하는 헐값에 소를 처분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게 1980년 중반에 전국 축산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소값 파동’이다. 그 사태의 배경에 소 수입을 부추긴 최고 권력층의 개입이 있다고 알려져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다. 불행히도 청년 김 대표도 그 파동을 피하지 못하고 청년기에 첫 폐농의 아픔을 맛본 것이다.

 

장미농업 30년 업력의 
국산장미 마이스터

용수장미농장 김종철 대표(66세)는 마침내 1988년부터 절화 농사를 시작한다. 소값 파동의 여파를 극복하고 무난히 성공적인 영농성과를 거두었다. 자신감을 얻고 본격적으로 농사 규모를 확장하려 적합한 부지를 물색했으나 아쉽게도 고향마을에서는 적지를 찾을 수 없었다. 지역에서 지인들을 통해 농장 터를 수소문하다 지금의 용서리와 인연을 맺었다. 결정적으로, 국산장미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지척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한 결정요인이었다. 

물고기 양어장 터에 조성한 용수농장
물고기 양어장 터에 조성한 용수농장

물고기 양어장을 형질변경해 약 0.35ha의 시설하우스를 조성하고 본격적으로 장미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용수(龍水)’라는 농장 이름도 마을이름인 ‘용서’에서 차용했다고 한다. 그렇게 장미 전문농장의 문을 연 게 1995년이니 어느덧 장미농사에만 매달린 지도 30년 가까이 되는 셈이다. 전북도의 농업마이스터 교육도 세 과정이나 이수했을 정도로 노력했다. 

7억 원을 투자한 1ha(3025평)규모의 시설하우스
7억 원을 투자한 1ha(3025평)규모의 시설하우스

2010년에는 0.7ha의 하우스를 추가로 증설, 지금은 전체 농장 시설하우스 규모가 총 1ha 정도에 달한다. 농장 시설과 설비에 약 7억 원 정도를 투자했다고 한다. 적지 않은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한 장미농사의 시장성과 수익성이 궁금했다. 

“일단 강남고속터미널 화훼상가 위탁판매가 매출의 50~60% 정도를 차지해요. 양재화훼공판장에 경매를 통한 판매가 10% 정도이고요. 나머지는 100여 평 정도 규모의 직영매장에 도매로 직판거래를 하죠. 전주시 시외버스공용터미널 옆에서 ‘전북절화생산자직판장’이라는 영농조합이죠. 제가 대표를 맡고 있지만 전북대 농대를 졸업한 장남이 주로 운영해요. 매년 35억 원 정도 유통매출도 따로 거두고 있어요.”

농장의 매출은 연간 2억 5천만 원 정도라고 한다. 수익률을 대략 45% 정도로 잡고 있다고 하니 장미농부 김 대표의 연봉은 1억 원을 훨씬 넘는 셈이다. 진정한 의미의 억대농부다. 

양액재배 고설베드 

용수장미농장은 국산장미 전문농장이라 부를만하다. 국산장미 품종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인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품종들로서 신품종이 개발될 때마다 시범 재배포 역할을 맡는다. 나머지 수입품종은 이벳, 플란다스레인 등 네덜란드산 2가지 정도에 그친다. 

김 대표는 장미 품종을 선택할 경우, 소비자 화색, 화형, 향기, 무가시성, 기호성, 수량성, 병저항성, 재배특성, 수송성, 절화수명, 유통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연모’ 품종은 전반적인 생육이 튼튼하고 부적합한 환경에 대한 적응성이 우수하다. 잎은 매우 진한 녹색이며, 광택이 있어 잎 자체의 관상 가치 또한 크다. ‘연모’는 삽목(꺾꽂이) 번식 시 삽목 묘 상태에서는 눈이 잘 트지 않지만, 정식 후 재배하면 신초(새순) 발생량이 많아 연간 ㎡당 140∼150본을 수확할 수 있다.
‘연모’ 품종은 전반적인 생육이 튼튼하고 부적합한 환경에 대한 적응성이 우수하다. 잎은 매우 진한 녹색이며, 광택이 있어 잎 자체의 관상 가치 또한 크다. ‘연모’는 삽목(꺾꽂이) 번식 시 삽목 묘 상태에서는 눈이 잘 트지 않지만, 정식 후 재배하면 신초(새순) 발생량이 많아 연간 ㎡당 140∼150본을 수확할 수 있다.

용수장미농장의 대표 품종인 ‘연모’는 고운 비단 한복 치마를 떠오르게 하는 파스텔톤 코랄색을 지녔다. 또한 꽃잎 수가 90∼110장 내외로 많고 만개 시 화폭이 10cm 이상으로 크다. 튼튼한 꽃목과 안정적인 화형을 가져, 가정용 화병꽂이부터 행사용 오브제 제작까지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다.

연한 레몬크림색의 ‘화이트뷰티(White Beauty)’는 연간 평방 m당 110~120본 수량성, 꽃잎 수 80~100장으로 많은 꽃 지름 10cm 이상의 대형화이다.

장미 '루비레드'

‘루비레드(Ruby Red)’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밝은 적색의 안정감과 입체감이 있는 화형으로 꽃잎수가 많고 만개 시 화폭과 화고가 큰 특징을 지닌다.


로열티 유출 절감의 주역, 
국산장미 생산·보급의 전초기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과의 김세진 농업연구사에 따르면,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2000년도 ‘미향’등 5개 장미 품종을 육성한 이후, 2023년까지 100개 이상의 다양한 품종을 육성해 보급해 왔다. 국산 장미 품종의 재배면적은 2010년도 18.0%에서 2015년도 28.8%, 그리고 지난해에는 31.2%까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입산 품종에 대한 로열티 지급액도 2005년도 77억 원에서 2021년 20억 원으로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거두었다. 앞으로도 신속한 유전자원 도입, 효율적 교배를 통해 다양한 우수 품종을 개발·보급함으로써 로열티 절감, 국내 시장 확대 등의 정책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거래되는 장미 품종은 300여 가지로 매년 50품종 이상이 새롭게 소개되고 있다. 장미는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품목으로서 새로운 화색과 화형 등에 대한 소비자 요구 수준과 정도로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재배 특성상 한 번 심으면 4년 이상 장기 재배하므로 농가 입장에서는 품종 교체 시 많은 비용과 인력이 소요되는 부담이 있다. 

1988년부터 절화 재배를 해온 용수장미농장 김종철 대표
1988년부터 절화 재배를 해온 용수장미농장 김종철 대표

“무엇보다 농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게 어려워요. 지금 농협 등을 통해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서 동남아 근로자를 2명, 3년 계약 조건으로 배정받는데 부족해요. 중간에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있고요. ‘김영란법’도 어서 개선되기를 바라요. 체감상으로는 그 법 때문에 매출액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지 싶어요. 꽃이 어떻게 청탁성 뇌물이 될 수 있나요?” 완주 용서리 마을에서 국산장미 전초기지를 지키는 국산장미 선봉장, 국산장미 장인 김 대표의 고민과 욕심은 이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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