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전 배 과원관리 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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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전 배 과원관리 요점
  • 이상희 기자
  • 승인 2023.08.0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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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부터 시작된 장맛비가 한 달간 계속되면서 1년 강수량의 절반을 훌쩍 넘겨버렸다. 기록적인 장마로 모든 농작물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배나무도 물속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다행히 이번 추석은 조금 늦은 편으로 맛있는 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호에는 수확 전 배 과원 관리에 대해 알아본다.

 

배의 비대
배는 3번 비대한다. 1차 비대는 만개 후 30일간으로 저장양분으로 크기 때문에 새로운 잎은 역할을 못한다. 쉽게 표현하자면 개화이후 새로 나온 잎을 모두 제거해버려도 약 30일간은 어린 열매가 똑같이 커진다. 지난해 저장해둔 양분으로 크기 때문이다. 이때는 세포분열 기간이기 때문에 신초 잎과의 양분 경합을 줄여야 대과 생산이 가능하다.

배나무의 잎은 생긴 지 30일이 되어야 양분을 생산하게 된다. 그래서 조기전엽이 중요하다. 5월 하순부터 6월 하순까지는 저장양분은 다 소모되고 새로운 잎에서 양분을 생산하는 양분전환기에 해당된다. 종자가 여무는 경핵기로 배의 비대는 더디게 진행된다. 

2차 비대는 신고품종 기준 신초가 80% 정도 정지하는 7월 상순경으로 이때는 신초에 액화아가 생기는 시기로 양분이 분산되어 비대 속도는 느리게 진행된다.

신초 정지가 늦어지게 되면 그만큼 비대도 늦어지고 대과가 되나 맛이 떨어지므로 신초가 빨리 정지될 수 있도록 비배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반대로 신초 정지가 너무 빠르면 당도는 높지만 대과가 되기 어렵다. 이런 경우 양분이 부족하거나 뿌리장해를 의심해 봐야 한다. 

3차 비대는 신초가 정지된 후 30일이 되는 시기로 신고 품종기준 8월 상순 경이다. 이때는 7월 상순 경에 정지한 신초엽도 30일이 지나 양분을 생산할 능력이 생겨 모든 잎이 배의 비대에 기여하게 되므로 본격적으로 커지게 된다. 만약 착과량이 너무 많다면 이때가 솎아내기 좋은 시기이다.


적정착과
지난 봄, 개화기 저온과 강우로 수정시기를 놓쳐 많은 과원에 결실불량이 나타났다. 벌 나비의 감소도 한몫을 했다. 우리가 결실안정을 위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을 한 해였다. 

착과가 좋지 않은 과원도 있지만 조기 개화로 일찍이 인공수분하여 오히려 지난해보다도 착과량이 더 많은 농가도 있다. 5월 초 적과 전에는 “한 50%나 씌울 수 있을까 싶네” 했던 농가는 봉지를 씌우고 나서보니 거의 80% 이상 정상 착과된 경우가 많다. 봉지 씌운 뒤에도 배가 생겨 씌우거나 따내느라 고생하신 농가도 있다. 

배나무는 수령이 증가해도 성목이 되면 이파리 개수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나무의 체적만 커지게 된다. 따라서 고품질 배 생산을 위해 매년 굵은 가지를 제거하고 새로운 측지를 만들지 않으면 생산성은 떨어지게 되어 있다.

명절에는 선물용, 제수용으로 소비되므로 대과 위주인 700~800g의 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꽃눈 속에서 나온 과총엽이 40매, 신초엽이 30매 총 70매의 잎이 필요하다. 성목기준 1ha당 6만~7만 개 정도 착과돼야 추석 출하 비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농가가 전국적으로 결실이 좋지 않아 시세가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1ha당 10만 장을 넘긴 농가가 많다.

신고 품종은 3차 비대기인 8월상~중순경 10개 중에서 1개를 솎아내면 나머지 9개가 비대해 총 수확량은 줄지 않는다. 오히려 크기가 커지므로 소득은 높아진다. 그 시기가 모든 품종을 망라해서 수확 30일 전으로 보면 된다. 

결실이 많은 과수원은 10% 정도 추가 적과하는 것이 수확량은 줄지 않으면서 배의 비대와 착색을 도와 추석출하 비율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솎아낼 때에는 첫째 ‘측지 끝에 달린 배’, 둘째 ‘주지나 부주지에 달린 배’, 셋째 ‘육안으로 확인된 소과’ 순으로 수시로 따내어 나머지 배의 성숙도 돕고 과실의 비대도 촉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수확 기술
꽃은 나무 아래쪽의 묵은 꽃눈부터 개화하나 배가 익는 것은 나무 수관 외부부터 익는다. 수확할 때 크기만 보고 수확하게 되면 아래쪽 햇빛이 덜든 곳에서 수확하게 되어 당도가 떨어지고 맛이 없다.

배의 수확은 비온 후 봉지가 젖어있는 시기를 피하여 수관 외부에서부터 3~4회 분산해 수확한다.

즉시 판매할 배는 완숙되어도 되지만 저장할 배와 수출할 배는 수확이 늦은 경우 과피얼룩반점병과 무름현상이 심하게 발생하여 큰 손실을 입고 있다. 

8월 초부터 출하가 시작되는 원황 배는 우리나라 배 재배면적의 5%를 차지하는 신품종에서는 대표적인 국내육성 품종이다. ‘햇배’로 통하는 배로 여름철에 시원한 맛과 단맛 때문에 많은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여름철이라 유통기간이 짧은 것이 단점이다. 유통기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예냉의 기술’이 있다. 과실의 품온을 맞추면 저장기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생리장해 예방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예보되고 있다. 나무도 사람과 같이 열대야가 있는 날은 생육이 더뎌진다. 낮에 받은 햇빛으로 한창 배가 커갈 시기인데 거의 멈추게 된다. 따라서 미세살수장치가 있는 농가는 석양부터 작동시켜 과수원 온도를 낮춰주면 0.5° Brix 이상의 당도 상승효과가 있다고 한다.

일소피해 증상(신고)
일소피해 증상(황금배)

한낮의 뜨거운 햇빛은 일소증상을 일으킨다. 2018년 기록적인 폭염으로 농작물재해보험에 특약으로 일소피해 보상이 생길 정도였다. 배는 감, 사과와 달리 봉지를 씌우는데 무슨 일소피해가 있겠나 싶겠지만 봉지 속 뜨거운 열기는 과피와 과육을 붕괴시켜 무름증상을 유발한다.

이외 흔히 나타나는 생리현상은 미세열과와 엽소현상이다. 미세열과는 신고 품종에서 많고 화산 품종은 특히 심하게 나타난다. 발생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생육초기 세포분열과 수확기 수분관리가 가장 크다. 8월 3차 비대기 때는 비가 예보되어 있으면 2~3일 전에 미리 물을 주는 것이 좋다.

열과 현상

1주일 이상 비가 오지 않다가 갑자기 비가 오면 팽창을 이기지 못하고 과피에 균열이 생긴다. 관수를 하는 것은 햇빛이 강하므로 이파리에서 증산되는 것과 토양에서 증발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열과가 생길 염려는 없다. 그러나 비가 내릴 때는 햇빛이 없어 증발은 되지 않고 굵은 뿌리는 물을 빨아드리니 버틸 수가 없는 것이다.

엽소현상

엽소현상은 장마 이후 강한 햇볕에 노출되면 잎이 타는 현상이 나타난다. 토양수분의 급격한 변화를 피하고 증상이 심할 경우 마그네슘이 들어있는 영양제를 엽면시비하면 다른 잎의 광합성작용을 촉진하여 배의 비대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게 된다.


병해충 관리
수출, 저장배에서 최근 가장 피해를 많이 주는 과피얼룩반점병은 생리장해인 과피흑변과 구별된다. 얼룩병균은 곰팡이로 모든 과수원에 잠복되어 있으며 조건이 맞으면 발병된다. 요즘에는 통풍이 잘 안되는 과수원에서는 수확 전 나무에 달린 상태에서도 발생되는 경우가 흔하다. 예방방법은 우선 가지 정리를 통해서 통풍이 잘 되게 하고 수확시기가 다가오면 풀이 너무 자라지 않게 관리하고, 봉지 씌운 이후에도 15일 간격으로 살균제를 살포하면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 

수확시기에도 저장할 배는 봉지가 완전히 마른 후에 수확하고 충분히 예건한다. 저장후반기 저장고의 높은 습도 때문에 급격히 번지므로 12월 말부터는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발견되면 즉시 출하한다. 매년 얼룩이 심한 과수원은 저장보다는 추석 전후 조기출하가 현명하다. 

진딧물, 배나무이, 응애는 이파리에만 피해를 주지만 깍지벌레와 나방은 배 과실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소득과 직결된다. 깍지벌레는 최근 지구 온난화로 발생시기가 앞당겨지면서 방제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첫째는 신고 만개 후 15일경 1차 월동알이 50% 부화한 시점이 1차 방제 적기이다. 피해가 심했던 과원은 1주일 후 추가 방제가 필요하다. 2차 방제적기는 6월 중하순경 봉지 씌운 뒤 유충이 봉지 속으로 침입하는 장마철이다. 이 시기에 봉지 속 어두운 곳으로 들어간 유충이 눈에 잘 보이지 않다가 봉지 속에서 번식하면서 수확기에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3차 방제적기는 8월 중순경으로 이때는 조생종 수확 시기이므로 약제 살포가 어렵기 때문에 1~2차 방제적기에 철저히 밀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복숭아순나방 피해 입은 배

복숭아순나방은 나방류 중에서 배에 가장 많은 피해를 주는 종류로 1년에 4회 발생한다. 지자체 보조사업으로 교미교란제를 설치하는 농가가 늘고 있으나 3년 이상 연속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방제적기는 1세대 부화시기인 4월 말과 4세대 발생시기인 8월 말 수확기가 중요하다. 특히 일부 수확을 끝낸 과원에서 피해가 급격히 늘어나는데 성충의 밀도는 증가한 반면 배 개수는 줄어들어 더 많은 피해가 남은 배로 집중하게 된다. 배가 비대한 수확기 때는 봉지를 뚫고 가해하므로 피해가 예상되는 과원은 수확종료까지 주기적 방제가 필요하다.   


장마 이후 과원관리
긴 장마와 폭우로 햇빛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연속된 비로 토양 속 공기부족으로 잔뿌리가 많이 상해 있는 상태이다. 양분흡수 통로인 잔뿌리의 손상은 미량요소 등 배나무의 성장에 필요한 각종 양분의 부족을 초래한다. 농약을 살포할 때 미량요소가 함유된 영양제를 함께 살포하는 것이 일시적인 양분부족에 의한 생리장해 예방에 효과적이다.

장마가 끝나면 배는 3차 비대기에 접어든다. 이때가 3차 웃거름을 주는 시기이다. 1~2차는 NK비료를 주지만 3차를 주는 수확 30~45일 전에는 질소는 땅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칼륨(K)만 주면 된다. 칼륨은 질소의 흡수를 도와 배의 비대, 착색, 당도, 저장성 향상에 효과적이다. 

염화가리가 가격도 저렴하고 함량이 60%이나 수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고 황산가리는 함량은 45%이나 칼슘흡수를 도와 배를 단단하게 하기 때문에 배를 저장하려는 과원은 황산가리를 추천한다.  

 


 

 

글= 유재문 단장
나주배원예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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