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염원이었던 감초 국산화의 길이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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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염원이었던 감초 국산화의 길이 열리다
  • 이지우
  • 승인 2023.09.0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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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 한국감초영농조합법인 장용상 회장

감초는 우리나라에서 식의약품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약용작물이지만, 국내에 자생하지 않아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초 재배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감초 재배의 성공은 오랜 염원이었고, 제천에서 2006년부터 감초를 재배하기 위해 노력해 온 장용상 대표에게도 평생의 숙제와 같은 일이었다.

감초는 중국,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사막 지역의 고온 건조한 환경에 주로 분포하고, 재배보다는 무단 채취하여 수입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해당 국가에서 자원 보호 정책이 강화되면서 수입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

감초는 한약의 90% 이상에 사용되며, 의약품 외에도 화장품, 식품으로도 그 사용 범위가 넓어 현재 정확한 한해 사용량 추산이 어려워 약 1만t 이상 사용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국내 사용량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내 수급률은 10% 내외로 불과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국내 감초 재배의 성공을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감초가 주로 재배되는 중앙아시아 사막 지역의 기후와 비교해 우리나라는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인해 잎이 떨어지고 병 발생 등 생리장애로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감초 재배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지난 2006년부터 감초 재배 성공을 위해 애써온 장용상 대표.

2006년부터 국내에서 감초 재배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온 장용상 대표가 바로 그 우여곡절을 겪어온 장본인이다. 그는 약초 1차 가공 사업을 하다 쓰임새가 많은 감초가 국내에서 재배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직접 재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나라에선 감초를 안 쓰는 곳을 오히려 찾기 힘들 정도로 그 사용처가 많은데, 오로지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 옛날 조선시대부터 감초를 재배하려는 시도가 여럿 있었지만 여직 성공을 못했던 것이에요. 그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저라도 나서야겠다 싶었죠.”

그가 처음 재배한 감초는 ‘만주감초’라고 불리는 재래종으로, 건조한 기후를 좋아하는 특성 탓에 강수량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적합지 않은 품종이다. 장 대표는 계속 실패해온 재래종 재배의 성공을 위해 오랜 연구를 거듭했다.

장 대표는 땅 속 50cm를 파고, 땅 위 40cm 두둑을 쌓아 감초가 자라기 힘든 국내 환경에서 뿌리 활착이 충분하도록 방법을 고안해냈다.
장 대표는 땅 속 50cm를 파고, 땅 위 40cm 두둑을 쌓아 감초가 자라기 힘든 국내 환경에서 뿌리 활착이 충분하도록 방법을 고안해냈다.

“감초는 특성상 포복경이 퍼지는데 묘를 1년 기를 때 노출을 시켜서 이걸 제한하고요. 심을 때 땅을 50cm 이상 파고, 또 위로 40cm 정도로 올려서 뿌리가 80cm 이상 내릴 수 있도록 여유를 줬어요. 그랬더니 우리나라에서도 생산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어요. 하지만 이 과정으로 오는 동안 수익성이 보장되지 못한 많은 농가가 포기를 했죠.”

농가의 수익성을 위해서는 생산성이 늘어 시장에 공급할 물량이 일정량 이상 돼야 하지만 장 대표가 재배법을 연구하는 동안 많은 농가가 포기를 하면서 결국 재래종 재배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세계 최초 이종교배 감초
원감, 다감 품종 선보여

원감과 다감의 뿌리 형태 비교.

이러한 어려움을 겪던 시기, 농촌진흥청에서는 2004년부터 연구를 거듭한 끝에 국산 감초 재배를 위한 꾸준한 연구를 통해 신품종 ‘원감(Wongam, 元甘)’과 ‘다감(Dagam, 多甘)’을 선보였다. ‘원감’은 감초 중의 으뜸이란 의미를 담고 있고 있으며, ‘다감’은 수량이 많다는 의미에서 품종명이 부여됐다. 두 품종은 2006년 유럽감초를 모본으로 하여 만주감초와 이종교배를 통해 육성된 하이브리드 감초이다.

우리나라 감초 재배의 초석을 다진 두 인물인 장 대표와 이정훈 연구사.
우리나라 감초 재배의 초석을 다진 두 인물인 장 대표와 이정훈 연구사.

2013년 품종 개발을 완료하고 2019년 품종등록이 완료 된 원감과 다감은 기존 재래종과 비교해 우리나라 기후 여건에 적합한 품종이다. 원감, 다감 품종 개발로 그동안 오랜 염원이었던 국산 감초 재배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지난해 심은 국산 신품종 감초는 2년의 재배기간을 거쳐 수확된다.
지난해 심은 국산 신품종 감초는 2년의 재배기간을 거쳐 수확된다.

지난해 원감, 다감을 재배하기 시작한 장용상 대표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재배에 임하고 있다며, 재배 2년차 수확의 결과물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국산 감초의 시장 보급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제천시는 감초를 지역특화작목으로 집중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제천시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 약용산업팀 류호양 팀장(맨 좌측), 원준집 주무관(맨 우측)

“감초를 요구하는 곳은 앞으로 더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약초의 본고장인 제천시에서 지역특화작목으로 감초를 육성하려는 계획을 세웠어요. 수입산에 의존하는 현실을 타파하고 30% 이상 시장점유율을 목표로 시장경쟁력을 키운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2년차 수확이 되면 줄기를 종근으로 활용해서 생산면적을 크게 늘려나갈 수 있어요. 수입산 감초가 품질에 따라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국면이니, 어서 고품질 국산 감초가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오랜 꿈이었던 감초 국산화가 가시화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mini interview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약용작물과 
이정훈 연구사

국내 환경에 적합한 감초 신품종 ‘원감’, ‘다감’

Q. 원감, 다감의 개발 배경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감초 국산화를 위해 오래전부터 재배 연구를 시도했지만, 장마철의 고온다습한 국내 환경으로 잎이 떨어지고 병이 발생하는 생리장해로 인하여 수량이 적고 유효한 약효성분이 낮아 실제로 감초 뿌리를 한약재로 이용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종교배를 통해 국내 환경에 적합한 감초 신품종을 개발하게 됐다. 개발된 신품종은 대한민국약전에 새로운 감초 기원식물로 법 개정이 이루어짐으로써 국내 농가에 신속히 보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확보됐다. 

Q. 재래종과의 차별점은?
감초 신품종은 기존 재래종 ‘만주감초’에 비해 근장이 길고, 근경이 굵으며, 지근수가 많아 수량이 재배종보다 2배 정도 높다. 또한 초장이 길고 분지수가 많으며, 줄기가 굵어 재래종보다 도복에 강하다. 특히 원감은 감초의 주요성분인 글리시리진 함량이 3.96%로 재래종보다 2배 가까이 높아 한약재 고품질 감초로서 평가된다. 다감은 키가 크고, 뿌리 색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적갈색으로 나타나며, 수량이 다수성(540kg/10a)인 것이 주요 특성이다. 또한 감초는 장마철 고온 다습한 환경으로 갈색점무늬병이 발생하게 되면 대부분 낙엽되어 수량과 품질이 떨어지는데 두 품종 모두 갈색점무늬병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감초 신품종은 기존에 종자로 증식하는 방법이 아니라 지하줄기를 종근으로 활용하는 영양체 증식 방법을 사용한다. 이러한 대량 생산을 위한 영양체 증식기술은 감초 신품종을 농가에 보급할 때 함께 기술 지도가 이루어진다.

Q. 향후 전망에 대해
감초 신품종의 산업화 추진 및 지역특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됨에 따라, 제천시는 주산지 육성 및 산업화 추진을 위한 협의체를 발족(’23.3.15.)했다. 감초 신품종 산업화 추진 협의체는 제천시를 중심으로 정부(국립원예특작과학원), 지자체(충북도원, 충북테크노파크), 생산자(감초 작목반), 대학(공주대, 농수산대) 등과 산업화 추진전략을 설정하고 기관별 역할을 분담하기로 했으며, 추진전략으로 ① 종근 생산단지 조성, ② 감초 신품종을 활용한 소재 개발, ③ 생산자-기업체 연계 및 기업체 상품 개발하는 것으로 힘을 모았다. 농촌진흥청은 제천시를 감초 주산지 및 종근 생산 거점지역으로 육성하고자 선도 농가에 1ha 이상 신품종을 우선적으로 보급했으며,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함께 전문 생산단지(’24년, 4억)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번 감초 신품종 보급을 통한 국산화가 이뤄진다면 연간 5백억 원 이상 수입대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세계 감초 추출물 산업(2조 규모)에 진입의 기회가 될 것이다. 감초는 한약재로도 쓰이지만, 추출물이 다양한 제품 생산에 활용되기 때문에 앞으로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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