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휩쓴 물길에… 지붕까지 덮쳐버린 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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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휩쓴 물길에… 지붕까지 덮쳐버린 홍수
  • 이지우
  • 승인 2023.08.0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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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청양군 인양리 수해현장 스케치

충남 청양군은 지난달 13일부터 16일까지 500㎜가 넘는 강한 호우가 쏟아지면서 지천 제방이 붕괴되는 참사를 겪었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에도 재난지역으로 선포될 만큼 많은 비가 내렸지만, 올해는 그보다 더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청남면 일대 주민이 대피하고 일대 온실, 농경지, 축사 등이 침수 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비가 유난히도 많이 쏟아지는 14일 늦은 밤, 주변 배수장에서 인기척이 있었고 물이 차는 온실에 양수기를 돌리느라 여념이 없었던 미림천황대추연구소 진교헌 농장장. 지천 제방이 붕괴되면서 밀려온 엄청난 양의 물이 순식간에 농장 일대를 덮쳤다. 그는 재빨리 농장의 전기를 차단하고 차량 한 대를 뚝방에 올려놓은 뒤, 나머지 한 대를 가지러 가던 찰나 밀려오는 물길에 휩쓸리면서 한참을 떠내려갔다.

지난달 15일 자정 경 청양군 청남면 대흥 배수장 인근 지천 제방 붕괴가 되면서 인양리는 완전히 물에 잠기는 참사를 겪었다.
지난달 15일 자정 경, 청양군 청남면 대흥 배수장 인근 지천 제방 붕괴가 되면서 인양리는 완전히 물에 잠기는 참사를 겪었다.
침수 당일 가까스로 빠져나온 미림천황대추연구소 진교헌 농장장.
침수 당일 가까스로 빠져나온 미림천황대추연구소 진교헌 농장장.

“12시까지만 해도 주변에 인기척이 있었고, 다들 자기 할 일에 바빴어요. 저도 불안감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물을 퍼내고 나무를 살려야한다는 생각에 양수기를 돌리기 바빴는데 어느새 닥쳐온 빗물이 주변을 휩쓸고 있었죠. 한참 물에 떠내려가다가 겨우 전봇대를 붙잡고 온 힘을 다해 박차고 둑방 쪽으로 몸을 붙여 기어서 올라와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다음날 아침 청양군 대흥리, 인양리, 아산리 일대는 완전히 물에 잠겼다. 인양리 천황대추연구소의 온실이 꼭대기까지 잠겼으니 그 수위가 대략 4미터 가까이 되리란 것이 진교헌 농장장의 생각이다. 일대 수박, 멜론, 대추 등 농작물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한 상황으로, 전체 피해 면적만 759.8ha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망하게 무너진 한해 농사
타들어가는 農心(농심)… 피해보상 절실

인양리 일대가 수몰됐다는 소식에 미림원예종묘 인태평 회장은 날이 밝자 곧바로 현장을 찾았다. 도로 곳곳이 유실 돼 연구소 현장으로 접근하기조차 쉽지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진교헌 농장장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그는 목숨을 부지한 것이 불행 중 천만다행이라 말했다.

미림원예종묘 인태평 회장이 물이 빠진 천황대추연구소 현장을 둘러보며 점검을 하고 있다.
미림원예종묘 인태평 회장이 물이 빠진 천황대추연구소 현장을 둘러보며 점검을 하고 있다.
인 회장은 인명피해가 없음을 천만다행이라며 진 농장장에 연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인 회장은 인명피해가 없음을 천만다행이라며 진 농장장에 연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엄청난 수몰참사에도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이 일단 정말 다행입니다. 농작물도 소중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먼저 아니겠습니까? 현장에서 고군분투 하다 위험한 상황을 맞았지만 구사일생한 우리 농장장에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이 일대는 천황대추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은데 다들 무사한 것으로 파악 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시고 사고 수습 하실 때도 건강이 최우선임을 잊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휘어버린 온실 철골. 현장은 시설과 농기계 등이 이미 훼손 돼 복구가 막연한 상황이다.
휘어버린 온실 철골. 현장은 시설과 농기계 등이 이미 훼손 돼 복구가 막연한 상황이다.

 

천황대추연구소에는 약 3000주의 천황대추 나무가 재배되고 있는데 완전침수 됐다.
천황대추연구소에는 약 3000주의 천황대추 나무가 재배되고 있는데 완전침수 됐다.

며칠 후 물이 빠지고 수몰됐던 땅의 형체가 드러나자 현장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진 농장장이 휴식을 취하던 농막은 내부가 엉망이었고, 미처 빼내지 못한 차량은 완전히 파손 돼 수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온실 철골은 이리저리 휘어있었고, 주변에서 밀려온 쓰레기와 내부에 있었던 농기계, 농기구가 한데 엉켜 뒷수습에 애를 먹어야 할 상황이었다. 피해지역이 워낙 광범위한 탓에 청양군의 지원인력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

엉망이 된 온실 속 천황대추 나무를 바라보는 인태평 회장
엉망이 된 온실 속 천황대추 나무를 바라보는 인태평 회장

 

이미 썩어버린 열매.
썩었거나 썩지 않았어도 툭툭 떨어지는 천황대추 열매.
썩었거나 썩지 않았어도 툭툭 떨어지는 천황대추 열매.

이제 갓 열매가 달려 가을 수확기까지 무럭무럭 자라야할 천황대추는 이미 검게 썩어버렸거나, 손만 가져다 대도 툭툭 떨어질 정도로 생력을 잃었다. 천황대추연구소는 9917㎡(3000평) 면적에 3000주가 식재돼 있어 주당 10kg 정도로 보수적으로 수확량을 계산해도 약 3억 원 이상(1kg 1만 원)의 기대수익이 물거품이 됐다. 이 뿐만 아니라 현재 마비된 펌프와 관수 시설, 철골과 비닐 등 재배환경 재건에도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복구를 위한 현장점검 모습.

인태평 회장은 올해 청양군 천황대추의 좋은 작황은 기대하기 어려울 거라 진단하고, 나무를 최대한 살리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일단 주변 천황대추 농가 분들께서 많은 어려움이 있고, 심신으로 지친 상황임을 알기에 위로의 말씀 꼭 전하고 싶고요. 정부는 물론 충남도와 청양군에서 빠른 복구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전합니다. 특히 우리 천황대추 재배농가의 피해상황을 면밀히 파악해서 빠른 시일 내에 피해보상이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해 저희 천황대추연구소는 물론 일대 농가의 천황대추 수확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안타까움이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남은 힘을 다시 모아서 내년 농사를 기약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나갑시다. 저도 여러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힘을 냅시다!”

 

김돈곤 청양군수, 합동 수해 전담팀 건의 
충남도 ‘전액 지원’ 기조는 다행

한편 청양군 김돈곤 군수는 지난달 26일 충남도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시·군(청양, 공주, 부여, 논산)의 합동 전담팀(T/F) 구성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충남도의 피해보상 전액 지원 기조 속에서 하루라도 빨리 전담팀을 구성, 정확한 피해조사와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고 분야별, 품목별 세부 지원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 건의 이유다. 

청양군 김돈곤 군수는 충남도와 협의해 적극적인 피해보상을 약속했다.
청양군 김돈곤 군수는 충남도와 협의해 적극적인 피해보상을 약속했다.

앞서 김 군수는 ‘김태흠 충남도 지사께서 도비와 시 군비를 투입해 수해 피해액 전액을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라는 소식을 전하면서 피해 농민들을 위로했다. 이와 관련 충남도는 지난달 24일 집중호우 피해 도민들에게 중앙정부 지원 여부와 별개로 피해액 전액을 특별 지원하기로 하고 이 중 절반을 즉시 지급하기로 했다.

이날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태흠 지사는 “피해액 전액 지원의 원칙 속에서 피해액의 50%를 농협을 통해 즉시 지급하고, 나머지는 정산 후 추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신속히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주택의 경우 정부 지원에 추가 자금을 더해 실제 피해액 전액을 지급하고 TV, 냉장고, 세탁기 등 침수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 전자제품과 가재도구 일체도 지원하기로 했다.

도는 각 농가에 영농시설 실제 피해액의 80∼90%를 지원하고, 건조기 등 농기계와 토양 개량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출하를 앞둔 멜론, 수박 등 시설작물 피해로 실의에 빠진 농업인을 위해 비 피해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 신속하게 영농을 재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농작물 피해는 재해보험 가입자의 경우 보험금 수령액을 뺀 나머지 전액을 지원하고, 보험 미가입자는 지원액을 차등해 지원한다. 가축 피해는 상황을 살펴 지원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김 군수는 충남도 결정 이전부터 현장이 요구하는 항구복구와 현실성 있는 피해액 보전을 위해 농작물 피해 보상 확대 등 4가지를 계속 건의해 왔다.

첫째는 재해위험지역 수리시설 개보수 사업(200억 원)이다. 상습 침수지역의 배수 용량 확대나 배수로 정비가 선행되지 않으면 집중호우 피해가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둘째는 농작물 피해 보상 확대다 농작물 보험 사정 시 보험 대상에서 제외된 열풍기, 건조기, 선별기 등 다양한 영농기자재를 보험 대상에 포함하고 보험 사정률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추가 영농보상비 20%에 대한 국비 지원이다. 농작물 피해가 생겼을 때 대파대(재파종 비용)나 농약대 등 선택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영농비 비중은 5% 이내로 미미하다.

넷째는 폐기물 처리비용(45억 원) 지원이다. 이번 폭우로 청양에서는 영농폐기물, 부유 쓰레기, 가축 사체 등 5050t 규모의 처리 대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군 재정 여건상 자체 처리에 어려움이 큰 만큼 처리비용 15억 원에 대한 국비 지원이 절실하다.

앞서 군은 지난달 25일 시설원예 피해 농가들의 신속한 복구를 위한 생산자단체 간담회를 열어 현장에 맞는 지원 방안을 협의했다. 군은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시설하우스 골조가 파손되지 않은 피해에 긴급 예비비를 투입, 하우스 비닐 등을 철거하고 골조 파손 시설은 자원봉사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복구할 계획이다.

또 침수 시설 철거 후 올해 예산과 내년 예산을 최대치로 확보해 피해 전 상황으로 복구하고 보험 가입 여부 등 우선순위에 따라 비닐, 온실신축, 난방기, 농기계, 토양개량제 등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군은 8월 4일까지 1일 평균 1000명 이상의 인력을 투입해 하천·농경지 등 분야별 응급 복구와 폐농작물 및 폐기물 처리를 완료할 계획이다.

붕괴된 제방을 멀리서 바라보는 인태평 회장.
붕괴된 제방을 멀리서 바라보는 인태평 회장.

한편 자사 월간원예는 집중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청양군 천황대추 재배농가를 위로하고 피해복구에 도움이 되기 위해 청양군농업기술센터(소장 남윤우)와 논의해 약 300만 원 상당의 토양활력제(파워의 원천), 식물영양제(크릴미네랄)를 기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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