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경향과 생산 환경 변화에 따른 사과 품종
상태바
소비 경향과 생산 환경 변화에 따른 사과 품종
  • 이상희 기자
  • 승인 2023.08.30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간원예·원예원 공동기획 ‘우수품종열전’ ⑤

국내 육성 방향
최근 소비트렌드 조사(2023,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사과 구매 용도는 자가 소비용이 80%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자가소비용으로 가장 선호하는 크기와 포장 형태는 200~250g의 테니스공 크기의 소포장 형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 구매 시 중요도와 만족도가 가장 큰 품질 항목은 당도와 풍부한 과즙이었으며 건강 기능성 성분이 많은 사과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 수요를 만족하고 소비자로부터 선택받기 위해서는 건강 기능성 성분이 많고, 당도, 식감, 과즙과 같은 내부 품질이 높은 품종을 개발해야 한다. 
한편, 생산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과거보다 착색관리(반사필름 깔기, 잎 따기), 정지·전정 등 투입 노동시간은 증가했고, 고령화는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봄철 저온, 우박, 긴 장마, 태풍, 폭염 등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은 사과 품질과 수확량을 떨어뜨려 생산자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과원 재배체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노동력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전정, 적화, 적엽 등에서 기계화가 시도되고 나무 모양도 기존 3D 수형에서 2D 수형으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재배체계에서 높은 생산량과 좋은 품질 특성이 발현될 수 있고 생산자의 노동력도 줄일 수 있는 품종이 필요하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1988년 ‘홍로’ 품종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총 42품종을 개발했다. 42품종에는 생식용 30품종, 수분수와 관상용 꽃사과 7품종, 왜성대목 3품종, 육종에 활용하는 중간모본 2품종이 포함된다. 
지금까지의 사과 육종 방향은 숙기, 색깔, 크기가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는 것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변화하는 수요와 생산환경에 대응하여 소비자 선호도 충족하고 생산자 노력을 줄일 수 있는 품종 개발에 목표를 두고 있다. 식미(당도, 과즙)가 우수하고, 건강 기능성 성분이 많은 적색 과육, 일상 소비용으로 먹기 좋은 중소과, 고온에서도 착색이 우수한 특성, 노동력 절감이 가능하고 기계화에 적합한 특성, 환경과 병에 강한 특성을 보유한 품종 개발 진행이 그것이다. 

 

단맛·신맛의 조화가 좋은 제수용 품종 '아리수'

사과 ‘아리수’는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소의 영문명인 Apple Research Institute의 첫 문자만 딴 A.R.I에 빼어나다는 한자의 뜻을 가진 秀(빼어날 수)가 결합한 의미의 품종명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여름철 고온이 가을까지 지속되는 달라진 우리나라 기후에서 과일이 익을 무렵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는 착색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리수는 고온에서도 색이 빨갛게 잘 드는 추석용 품종으로 단맛과 신맛이 적당하고(당도 15.9 Brix, 산도 0.43%),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은 품종이다.
너무 달기만 하지도 않고 새콤하면서도 단맛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아삭아삭한 사과로 가정에서 구입 후 상온이나 냉장상태로 보관도 쉽고, 농가 입장에서는 병에도 강하고 수확 전 낙과도 적어 소득 증대에도 유리하다. 과일 무게는 285g 정도의 중과이고 껍질에 줄무늬가 없이 골고루 붉은색으로 착색된다.
아리수는 8월 하순부터 출하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숙기가 9월 상순으로 우리나라 1호 추석 사과인 ‘홍로’보다 빨라 국민 최대 명절인 추석이 빠른 해의 경우 홍로가 나오기 이전 제사 상차림에 과일 크기도 적당하고 특히 과형이 예쁜 국내산 빨간 사과로 활용 가능하기에 소비자, 생산자, 유통종사자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국내 기후환경에 맞춘 고품질의 여름사과 ‘썸머킹’

보통 햇사과라고 하면 초록색의 ‘쓰가루(아오리)’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쓰가루를 맛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껍질이 두껍고 과육이 질긴 텁텁한 맛없는 사과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제대로 성숙되기 50일 전부터 덜 익은 상태로 시장에 출하되기 때문이다. 쓰가루는 8월 하순이 되어야 제대로 성숙하며, 원래는 초록색이 아닌 빨간색 사과다. 
사실 덥고 다습한 우리나라의 여름은 서늘하고 건조한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사과가 견디기엔 힘든 기후다. 우리나라의 기후 조건에서 제대로 성숙한 여름 사과는 금방 푸석거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왔다. 좋은 품질의 여름사과를 육성해 보급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수확할 수 있고 맛있는 ‘썸머킹’ 품종을 개발하게 됐다. ‘썸머킹’은 7월 중순에 출하되는 품종으로 과즙이 풍부하고 당산비(당도 13.9 Brix, 산도 0.43%)가 좋아 여름사과 중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과일 무게는 265g 정도이고 껍질은 줄무늬가 있는 붉은색으로 착색이 된다. 30%∼40% 정도 붉은색으로 착색됐을 때가 맛과 저장력이 가장 좋은 수확 적기이다. 

 

소비자 선호도 반영으로 탄생한 소형 사과 ‘피크닉’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300g 이상으로 큰 편인데 유럽이나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재래시장이나 대형마켓 판매되는 사과는 대부분 테니스공 크기로 작다. 작은 사과를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니며 갈증이 나거나 간식이 먹고 싶을 때 깎거나 자르지 않고 간편하게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소비자들도 테니스공 크기의 작은 사과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요를 반영하여 깎거나 자르지 않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220g 정도의 크기와 진한 단맛이 뛰어난 사과 신품종 ‘피크닉’을 육성했다. ‘피크닉’ 품종은 익는 시기가 9월 하순으로 외관은 ‘후지’ 품종과 비슷하나 크기가 220g 정도로 작다. 당도 14.5 Brix, 산도 0.43%으로 당도가 높고 산도가 적당해 맛이 매우 좋다. 10월 상순에 도시 소비자를 대상으로 그 시기에 수확되는 사과 여러 품종들을 놓고 식미 검정을 했을 때 피크닉의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경도도 높아 과육이 단단하여 유통 및 이동 중 압상에 의한 상처과 발생이 적고 씹히는 감이 좋다. 저장성이 좋아서 상온에서 20일 정도 유통이 가능하다.

 

노란 과색으로 노동력 투입이 적은 햇사과 ‘골든볼’

사과하면 빨간 사과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 시장에는 노란색 사과도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골든볼’은 노란색 사과 품종으로 수확기가 8월 중순경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고온이 지속되면서 껍질 색이 붉게 잘 들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노란색 골든볼 품종은 껍질 색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투입 노동력이 적고 다른 품종보다 빨리 수확하므로 재배기간이 짧은 장점이 있다. 
여름에 먹을 수 있는 햇사과 중 골든볼의 맛은 매우 좋은 편이다. 당도 14.8 Brix, 산도 0.51%로 새콤달콤하고 맛이 진하다. 일반적으로 여름사과의 저장성은 좋지 못한데 골든볼은 과육이 단단하고, 상온에서도 10일 이상 유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수한 착색력과 저장성이 좋은 ‘컬러플’

‘컬러플(Colorpple)’은 착색이 붉게 잘 되는 사과라는 의미로 color와 apple의 합성어이다. 과피는 매끈하고 90% 이상 붉게 줄무늬 없이 착색되며, 과형은 원형이고 과일 외관이 매우 예쁜 품종이다. 고온에서도 껍질 색깔이 붉게 잘 들어 반사필름 깔기와 같은 착색 관리가 굳이 필요하지 않아 농가의 일손을 덜 수 있다. 
수확기는 10월 상중순, 과중은 320g, 당도는 15.2 Brix, 산도는 0.55%로 새콤달콤한 맛을 가지고 있다. 탄저병, 겹무늬썩음병, 갈색무늬병에 강하고, 상온저장 한계기는 30일 정도로 저장성도 좋다.

 


 

 

글= 권영순 연구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