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은 흙의 청소부이자 비료 공장이다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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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은 흙의 청소부이자 비료 공장이다Ⅲ
  • 이상희 기자
  • 승인 2023.09.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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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선균, 최후의 유기물 분해자
비타민나무(Sea-buckthorn) 뿌리에서는 여러 개의 작은 덩어리를 볼 수 있다. 이것은 방선균의 일종인 후란키아(Frankia)라는 방선균이 비타민나무에 공생하는 모습이다. 방선균은 공기 중의 질소를 끌어들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은 대두의 두 배. 이 능력 덕분에 비타민나무는 가혹한 환경에서 살 수 있고 부실해진 토지를 비옥하게 하거나 토지의 생태계에 좋은 환경을 가져올 수 있다.
오랜 항해를 한 선원들은 아주 멀리서부터 육지냄새를 맡는데 바로 방선균(특히 actinomyces odorifer) 냄새이다. 또 여름철, 마당에 물을 뿌리면 향긋한 흙냄새를 맡는데 이는 방선균의 냄새다. 방선균은 다른 미생물이 분해하지 못하는 가장 질긴 리그닌까지 분해해서 흙의 비옥도를 높여주는 매우 중요한 미생물이다.

선충, 흙 속의 무법자
필자는 2004년에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인 르완다에 농업기술을 지도하러 갔다. 그곳의 기후는 1년 내내 봄 같아서 아주 좋았다. 오죽하면 ‘에버 스프링 (ever spring, 상춘)의 나라’라고 불릴까! 그런데 왜 그렇게 못 살까? 가난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특히 선충이 심해서 농사가 잘 안된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사시사철 농사를 짓는 데다, 그것도 바나나, 콩 등 몇 가지만 연작을 하기 때문이다. 선충을 죽이는 약이 있긴 하지만 독성이 강한 데다 워낙 비싸서 우리나라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선충은 모든 토양에 놀랄 정도로 많다. 물론 무해한 선충도 있지만 대부분 날카로운 주둥이로 뿌리에 상처를 주어 병을 부르고 뿌리혹을 만들게 해서 작물을 가리지 않고 결정적인 피해를 준다. 흙 속의 무법자인 셈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매우 심각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덜 심각한가? 선충은 밭 흙 속에서 사는 매밋과 동물인데, 물에는 지렁이보다도 약하다. 굼벵이처럼 물에 잠기면 죽고 만다. 그래서 피해를 피하려면 논으로 돌려짓기를 한다. 그러면 선충이 전멸되므로 가장 좋은 대책이다.
선충 피해를 줄이는 방법으로 농촌진흥청은 콩과작물인 네마장황을 권한다. 아마 처음 들어 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네마장황은 외국에서 최근 들어온 식물로 초기 생육이 매우 빠른콩과 녹비 작물이다. 자라면서 뿌리가 선충을 죽이는 물질을 뿜어내므로 선충 억제 효과가 좋다. 모습이 아름답고 토양 개량에도 효과가 있어서 심어 본 사람에게 인기가 높다. 다만 독성이 있으므로 가축에게 먹이면 안 되고 자르므로 넣어 녹비로 쓴다.
흙 속에는 수천 종의 이끼가 산다. 그중에 녹조류가 가장 많다. 토양 1g당 수가 1~100억 개의 세포로 존재하며 생체 무게로 ha당 10~500kg/ha나 된다. 유기물을 만들면서 다당류를 분비해서 떼알조직을 만드는 효과가 크다.
그러나 토양 중의 생물이 언제나 이로운 것은 아니다. 두더지와 들쥐 같은 설치류, 달팽이 등은 작물을 먹어 치우고 개미는 진딧물을 이동시킨다. 가장 골치 아픈 생물이 선충이다.

연작 피해, 병해충 축적도 큰 원인이다
같은 작물을 연작하면 점점 수량이 떨어져 어떤 작물은 전혀 수확이 불가능해진다. 이런 연작 피해의 원인에 대해 △토양 중양분의 고갈, △병해충의 축적, △재배하는 작물로부터 독극물의 분비와 축적 등이 지적되고 있다. 몇 가지 작물을 제외하고 연작이 농사에 유리한 경우는 거의 없다. 연작에 견디는 정도에 따라 작물을 나눠 보면 아래와 같다.

- 연작으로 품질이 좋아지는 작물 목화, 대마, 담배, 당근, 양파, 호박
- 연작의 해가 적은 작물 벼, 맥류, 조, 수수, 옥수수, 연근, 순무, 아스파라가스, 미나리, 부추, 딸기, 양배추, 두릅
- 1년 휴작이 필요한 작물 생강, 차, 쪽파, 시금치, 콩
- 2년 휴작이 필요한 작물 감자, 잠두, 오이, 땅콩
- 3년 휴작이 필요한 작물 토란, 쑥갓, 강낭콩, 토마토
- 5년 휴작이 필요한 작물 수박, 가지, 완두, 결구배추, 우엉
- 10년 휴작이 필요한 작물: 아마, 인삼

벼과작물은 연작에 강하며, 가지과, 국화과, 콩과 작물은 약한 것이 많다.(이종훈·류수노, 작물생산생태학).
연작장해를 일으키는 주범은 산소를 필요로 하는 곰팡이와 선충이다. 흙 속 대부분의 미생물들은 작물의 찌꺼기를 먹을 뿐 작물을 해코지하지는 않는다. 이와 대조적으로 해로운 미생물과 선충은 보통 뿌리에 침입해서 먹고 번식하다 수확 후에는 남아 있는 낙엽과 뿌리에 숨어서 다음 세대를 기다린다.
같은 작물을 또 심으면 해로운 생물들은 뿌리가 분비하는 당과 아미노산의 자극으로 잠에서 깨어나 뿌리로 침입하고 이내 개체 수를 불리기 시작한다. 2~3년 동안 급격히 불어나다가 마침내 극심한 피해를 일으킨다. 이들이 먹는 작물은 한정되어 있어서 다른 작물을 심으면 먹을 것이 없어서 죽고 만다. 연작피해가 일어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연작 때문에 감소한 수량을 벌충해 주려고 화학비료를 더 주게 되어 결국은 비료가 축적된다. 앞서 말한 노숙자(과잉의 비료성분)가 득시글거리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특히 칼륨(K)이 지나치게 축적됨으로써 마그네슘과 미량요소 결핍이 합세해서 연작장해를 가속화시킨다. 

 


 

 

글= 이완주
토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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