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배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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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배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 이상희 기자
  • 승인 2023.11.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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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생식용으로 재배되고 있는 배의 종류는 크게 3가지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주로 생산되는 남방형 동양배(Pyrus pyrifolia), 중국에서 내수 및 수출용으로 널리 퍼져있는 북방형 동양배(Pyrus ussuriensis, Pyrus bretschneideri) 그리고 유럽, 미국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재배되는 서양배(Pyrus communis)가 있다. 중앙아시아의 원산지에서 동쪽으로는 남방형 동양배와 북방형 동양배로, 서쪽으로 이동한 배는 조롱박 모양의 서양배로 진화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배의 주요 3대 배 과일 종류로 자리매김했다.

 

역사에 기록된 배 이야기
코카서스 지역에서 서쪽인 지중해 연안, 서남아시아 등으로 전파된 서양배는 유럽에서 개량되면서 현재 세계 배 생산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배는 낙엽과수로 자연상태에서 500년 이상 생존이 가능한 자가불화합성 교목 및 관목성 유실수로써 1.1~1.5억 년 전에 포도, 복숭아와는 3.8~5.9천만 년 전, 사과와는 0.8~1.6천만 년, 그리고 동양배와 서양배와는 약 3.3~6.6백만 년 전에 분화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서양배에 대한 최초 언급은 그리스의 시인 호머(Homer)이며 많은 문인과 학자들에 의해 작성된 풍성한 기록이 존재한다. 호머의 일리아드에 그리스에서는 신의 선물 중의 하나로 여겨져 왕궁에서 재배됐으며 그 역사는 3000년 전 이전부터라고 기록이 있다. 고대 로마의 문학가 마르쿠스 테렌티우스 바로(116~27)는 맞접법을 포함한 접목의 필요성, 과일의 저장에 대한 이론을 기술했으며, 플리니우스(Pliny the Elder, 23~79)는 그의 저서 박물지에 배의 품종명과 유래, 향, 크기, 색깔, 맛 등의 특징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중세 이후로는 점차 유럽 전역으로 재배가 확산되고 생활 속의 중요한 과일로 자리 잡으면서 여러 이야기 속에 배가 등장하여, 프랑스의 샤를마뉴대제는 법령집에 왕궁 과수원에서 재배하는 배에 대하여 목적에 맞는 명확한 품종을 재배할 것을 명시했고,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수수께끼, 격언, 우화, 예언, 환상적인 이야기의 소재로 배를 다양하게 활용했다. 또한 존 제럴드의 식물지(1597)나 셰익스피어의 기록을 보면 영국에서도 1500년대 후반에는 누구나 배를 즐겼음을 알 수 있으며 셰익스피어는 배의 이미지를 부조리, 즐겁지 않은 등으로 많이 사용한 것으로 보아 별다른 애정이 없었던 것으로 짐작된다(‘02, Jules Janick).

주요 과종 및 배 종별 분화 시기
주요 과종 및 배 종별 분화 시기
‘Bartlett’ 수확시기별 과피색 및 요오드 반응
‘Bartlett’의 수확시기별 요오드 반응

현대에 들어서는 벨기에, 프랑스, 영국 등과 중앙, 서부 유럽 그리고 미국까지 널리 확산되어 16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는 동안 배는 농학 서적에서 종류가 기록되고 관리될 정도로 품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르로이는 1867년 900여 재배종과 3000여 품종을 기록하면서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제는 같은 품종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북미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품종 ‘Bartlett’는 1770년 영국에서 발견되어 ‘Williams Bon Crétien’이라 이름 붙여진 품종이며, 지금도 유럽에서는 ‘Williams’라고 불리는 것으로 보아 재배지역이 확대됨에 따라 이명동종이 상당하게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서양배와 동양배의 특징

 

서양배 대목별 수고

서양배는 우리나라 배보다 석세포가 적고 향기와 단맛이 매우 강한 품종이 많은 편이며 중국의 중화리 계통도 비슷한 특징이 존재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아름다운 과일로 여겨졌으며 그 형상은 여신의 유방에 비유되고 과즙은 비너스의 눈물로 불리었다. 프랑스의 마지막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서양배를 너무 좋아해 궁전 정원에 심어놓고 직접 배를 따먹는 일을 즐기기도 했다.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남방형 동양배(Pyrus pyrifolia)는 미국, 대만, 베트남 등 전 세계 30여 국가에 2.6만여 t과 74백만 불의 과실이 수출되는(’23, kati) 우리나라 제1의 대표 수출 과수품목이다. 더불어 전통적으로 명절 제수 및 선물용으로, 최근에는 일상소비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과실이다.

 

소비확대 위한 품종 다변화 필요

그러나 국내 배 생산과 유통시장은 명절용으로 장기저장이 가능하고 외관이 수려한 대과 위주의 공급패턴이 변화되지 않음에 따라 소비량은 지난 20년간 연 6%씩 감소됐다. 이것은 소비자가 배를 구입할 때는 크기와 외관보다는 맛, 신선도, 가격이 주요 고려 요소(’ 19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인데 단일품종 편중에 따라 추석이 빠른 해에는 성숙촉진제와 과실비대제로 맛없는 과실생산이 계속됨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행복에 투자하는 인식의 변화로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라는 비율이 56%(2022, 한국리서치)로 제수용으로써의 배 수요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2000년 이후 다양하고 저렴한 외국산 아열대 과실 수입증가와 블루베리와 같은 기능성 과실 인지도 증가, 딸기, 참외, 수박 등 고품질 과채류 소비확대 등 소비자의 과일선택의 폭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아삭하고 과즙이 많은 원형과 녹색과 황갈색 위주의 단조로운 우리나라 배와는 달리,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도 충족을 통한 배 소비확대를 위해서는 과형(편원~방추형), 과피색(녹색, 갈색, 황색, 적색), 식미(석세포가 적고 부드러우며 감산조화된 고향기성)가 차별화된 서양배로 품종 다변화가 필요하다.

동양배는 배 최대생산국 중국의 비중이 높아 전 세계 배 생산량의 70%를 점하고 있지만 재배지역은 한국, 일본, 중국에 국한되어 있으나, 서양배는 생산비율은 낮으나 유럽, 미국,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호주 등 대부분의 대륙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또한 일본에서도 재배면적의 11.7%(1420ha), 생산량의 14%(2만 7700t)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 내 배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21, 일본농림수산성 통계정보). 그러나 수상에서 숙기판정이 용이한 동양배와는 달리 수확 후 후숙을 해야 고유의 맛과 향기가 발현되는 서양배는 수확 시에도 과피색의 변화가 적고, 육질도 단단하고 과즙이 적어 적정 수확시기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과육경도, 전분지수, 과경 탈리 용이 정도, 호흡량, 에틸렌 발생량 등이 서양배의 수확지표로 사용되며, 후숙기간을 단축하고 품질을 균일하게 하기 위하여 후숙시 100ppm의 에틸렌처리나 -1~0℃에서 일정기간 저온컨디셔닝을 한다. 

미국에서 가장 널리 심는 품종은 ‘Bartlett’으로 유럽에서는 ‘Williams bon chretien’ 또는 ‘Williams’이라고도 하며 ‘Winter pear’, ‘D’Anjou’, ‘Bosc’, ‘Comice’ 등 순으로 재배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Conference’, ‘Bartlett’, ‘Abate Fetel’ 등이 널리 재배된다. 현재 서양배는 미국 USDA 산하 Corvallis 유전자원센터에 약 1000여 종이 보존 및 관리되고 있으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에서는 200여 종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서양배 무봉지 왜화 밀식재배(이탈리아)
서양배 무봉지 왜화 밀식재배(이탈리아)

서양배는 동양배와는 달리 왜성대목을 사용하여 재배함으로써 왜화 밀식(1000주/ha) 또는 초밀식(3000주/ha) 재배가 가능하고 주간 또는 팔메트 형으로 수형을 구성하여 기계화에 적합한 과원조성이 가능하며, 서양배 주산지에서는 생육기에 강우가 매우 적은 고온건조한 환경에 따라 봉지를 씌우기 않고 재배하고 있으나 고온다습한 국내에서는 겹무늬썩음병과 복숭아 순나방 피해가 있어 동양배와 같이 봉지를 씌워서 재배하는 것이 안전하다. 

서양배를 활용해 만든 가공제품들
서양배를 활용해 만든 가공제품들

서양배는 고대로부터 그 맛과 향을 인정받아 다양한 음식으로 발전하면서 산업이 활성화되어, 과즙음료인 넥타를 비롯해 맥주, 와인 등 다양한 음료로 개발됐다. 특히 양조기술이 발달한 프랑스에서 탄생한 페리는 세계적인 음료로 성장했으며 배로 만든 와인으로 크게 발달한 곳은 영국이다. 프랑스 중남부의 와인, 북부의 시드르와 함께 대표적인 과일주 중 하나로 현재는 알코올 도수를 낮춘 음료로도 개발했고, 그 외에 잼, 통조림뿐만 아니라 건과(칩), 보드카, 차(Tea), 아이스크림의 가공제품과 다양한 디저트류가 있다.

 


 

글= 신일섭 농학박사 
농촌진흥청 배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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