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도매시장 기획1] 대기업이 운영하는 ‘가락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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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도매시장 기획1] 대기업이 운영하는 ‘가락시장’
  • 나성신 기자
  • 승인 2023.11.03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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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 가락시장 경매제 대안 거래방식 ‘환영’

 

 

중앙청과는 아모레퍼시픽 자회사 태평양 개발, 대아청과는 호반건설·호반 프라퍼티, 동화청과는 신라교역, 서울청과는 고려철강, 한국청과는 일신여상 재단 아들 개인 소유. 
우리가 매일 먹고, 소비하는 농산물의 대표 가격을 결정하는 가락시장에 대해 국민 99%가 모르는 사실이 있다. 바로 대기업과 개인이 운영하는 다섯 곳의 청과 회사가 우리나라 농산물의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현재 가락시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40% 가까이가 거래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온라인 농산물 유통 거래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거래량이 줄었지만, 예전 만해도 60%를 상회할 정도였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많은 양의 농산물이 가락시장으로 모인다. 이 때문에 1985년 가락시장이 정식 개장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농산물의 기준가를 가락시장에서 형성하고 있다. 한마디로 수십 년 동안 경매제도를 통해 다섯 곳의 도매법인인 청과 회사가 우리나라 농산물의 기준 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가락시장 청과 회사, 평균 영업이익률 26.1%
농민들의 수수료 인하 요구도 ‘모르쇠’

가락시장이 개설된 1984년에 최초 지정된 이후 도매법인들은 한 번도 퇴출(재지정 취소)된 적이 없다. 비싼 값으로 시장터도 살 필요 없이 공사에 낮은 시설사용료만 내면 된다. 일각에서는 다섯 곳의 청과 회사가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앉아서 농민들에게 수수료를 받아 매일 현금을 챙기는 ‘알짜배기 회사’라는 말도 나온다. 말 그대로 대기업들 사이에서 가락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소문났다. 실제로 지난해 다섯 곳의 청과 회사 도매법인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26.1%를 기록했다. 일반 대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5% 수준인 것에 비해 무려 이익률이 5배가 넘는다. 그렇다면 농민들에게 걷는 수수료는 낮은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싸다. 무, 배추 같은 대중적인 채소는 6~7%, 사과, 배 등 과일은 4%(도매법인들은 농안법에 규정된 7% 이내에서 정해진 금액의 하역비를 별도로 농민들에게 징수하고 있다. 4%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농민들은 거의 7%에 가까운 수수료를 내고 있다.)의 수수료를 생산자에게 부과하고 있다. 
소규모 농사를 짓는 대부분 농민 사이에서 물류비, 유통비, 하역비에 수수료까지. 가락시장 경매에 농산물을 넘기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농업인 대다수가 소규모로 농사를 짓는 소농민들이다. 사실 그들의 출하처는 주로 가락시장이다. 이 때문에 5개 청과 회사는 수수료를 절대로 낮추지 않는 배짱을 부리고 있다. 청과 회사 도매법인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가락시장의 시설을 낮은 가격으로 이용하면서도 수수료 조정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경매제의 단점, 가격 등락 폭 커 
피해는 생산자, 소비자 

상장경매 중심의 가락시장은 농산물 가격의 등락 폭이 크다는 최대 단점이 있다. 경매제로 인한 가격 불안정성의 피해는 고스란히 생산자와 출하자 그리고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산지 폐기되는 농산물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마트나 시장에서 그 농산물을 사려고 보면 가격이 생각보다 많이 저렴하지 않았던 경험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농민들은 서울 가락시장에 농산물을 올리려면 물류비, 하역비, 수수료 등을 떼면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에 그냥 산지에서 폐기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농민들 사이에서는 경매제도를 대체할 대안 거래방식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더욱이 우리나라 농산물 가격을 결정하는 가락시장이 수십 년 동안 경매제가 아닌 다른 거래방식이 가락시장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다섯 곳의 청과 회사는 격렬하게 반대했다. 따라서 다수의 농민들은 오는 30일 가락시장 경매제도의 대안으로 국내 최초로, 나아가 세계 최초로 시행되는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이 성공적으로 안착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역사가 바뀌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기존 32개 농산물 공영도매시장과 달리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사이버공간에서 거래돼 유통비용이 절감되고, 거래 효율성이 높아 농가의 수취가격 상승과 나아가 소비자의 구매가격 인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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