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도매시장 기획2] 우리나라 농산물 도매유통의 혁신 바람 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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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도매시장 기획2] 우리나라 농산물 도매유통의 혁신 바람 불 것
  • 나성신 기자
  • 승인 2023.11.02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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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김성훈 교수 

 

“생산자가 온라인 도매시장에 상장하면 현재와 달리 전국의 모든 판매자와 구매자끼리 서로 무한경쟁을 하도록 하여, 가격 안정성과 유통 효율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게 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2016년에 개최된 세계 경제 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는 다가오는 미래 트렌드에 대한 많은 논의가 진행되었는데, 그중에서도 포럼에서 처음 제기된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초연결(hyperconnectivity), 초지능(superintelligence), 초융합(superfusion)을 핵심 단어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1~3차 산업혁명과 달리 컴퓨터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생산방식의 혁명이다. 즉, 1784년 영국 제임스 와트(James Watt)의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촉발된 1차 산업혁명, 1870년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자리 잡게 된 2차 산업혁명, 1969년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 정보화와 자동화 생산시스템이 도입된 3차 산업혁명에 이어,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통해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통합되고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현실 세계의 자동차 등의 기계가 원격에서 자동적이고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보편화되는 혁명이다. 

공영도매시장에도 4차 산업화 물결
농업과 관련 산업에도 4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은 이미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스마트 팜의 경우 농장주가 스마트 팜과 다른 공간에서 원격으로 스마트 팜의 생육환경을 실시간으로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고, 농산물이 거래되는 온라인 몰에서는 24시간 영업을 하여 하루의 일정 시간 동안 문을 닫는 오프라인 상점의 한계를 이미 넘어선 상태이다. 이와 같은 농산업의 4차 산업화는 주로 민간 부문에서 진행되어 왔는데, 이제 공영도매시장에서도 4차 산업화의 물결이 닿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개장하기 위한 준비를 마무리 중에 있다. 전국에 분포한 32개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처럼 산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수집하여 도매단계 유통을 담당하게 되는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오프라인 공영도매시장과 유사한 모습을 가지고 있으나, 앞서 설명된 4차 산업화를 통해서 보다 효율적인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여 우리나라 농산물 도매유통의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도매시장, 판매자 구매자 무한경쟁 시작  
첫 번째로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게 되어, 자격을 갖춘 전국의 모든 출하자가 자신의 농산물을 온라인 도매시장에 상장하면 전국의 모든 중도매인과 매참인 등의 구매자가 해당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오프라인 도매시장의 몇몇 도매법인이 수집해온 농산물을 소속된 중도매인과 매참인 몇몇이 모여서 거래하는 현재와 달리 전국의 모든 판매자와 구매자끼리 서로 무한경쟁을 하도록 하여, 가격 안정성과 유통 효율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게 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거래의 공간 제약이 극복되면, 지방 도매시장 유통 주체에게 새로운 기회가 제공되는데, 도매시장법인의 경우 소속된 도매시장 중도매인 등을 포함하여 전국의 구매자를 대상으로 자신이 수집해 온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즉, 도매시장법인 등의 시장 판매자는 소속된 도매시장의 농산물 분산 역량과 관계없이 좋은 농산물만 확보하면 전국 구매자를 대상으로 좋은 값에 팔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도매시장 간의 전송거래 원천적 차단 효과 
반대로 중도매인 등의 구매자 또한 자신이 소속된 시장의 도매시장법인 등이 가져오는 농산물 외에 전국 판매자의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게 되어, 자신의 분산 능력만큼 좋은 농산물을 확보하여 유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도매시장 간의 전송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된다. 
현재의 오프라인 도매시장 중 도매시장법인이 수집해오는 농산물만으로는 구색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 다른 도매시장에 상장된 농산물을 다시 사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같은 도매시장 간 전송거래는 산지에서 물건을 수집한 시장의 도매법인 수수료와 중도매인이 있는 시장의 도매법인 수수료가 발생하여 이중의 수수료 부담을 지게 된다.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에서는 중도매인이나 매참인이 자신이 속한 도매시장 외 전국의 모든 도매시장법인 등이 수집해온 농산물을 바로 구매할 수 있기에, 전송거래를 할 필요성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물류 효율성 극대화할 수 있어 
또한,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다른 온라인 몰과 같이 24시간 운영될 수 있기에 하루 반나절 정도 거래가 이루어지는 오프라인 도매시장의 제약을 받지 않게 되고, 상물분리(商物分離)를 통해 도매시장에 거대한 물류 공간을 마련하는 대신 별도의 장소에 물류 인프라를 갖출 수 있게 되어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이 개장하여 영업을 시작하게 되면, 기존의 오프라인 공영도매시장은 상당한 혁신의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농산물의 표준화 및 등급화 제고, 물류 효율성 향상, 거래 참여자의 상류 시스템 개선 등의 과제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우리나라 오프라인 공영도매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그동안 농안법의 테두리 안에서 안주하던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등의 도매유통 주체들에게 혁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국의 32개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의 상당수가 거래량 감소 등의 침체를 겪고 있는데, 온라인 도매시장의 새로운 유통 질서에 적응하지 못하는 오프라인 시장은 보다 빠른 속도로 도태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4차 산업혁명이 농산물 도매시장에도 도래한 것이다.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김성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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