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도매시장 기획3] 온라인 도매시장… 유통비용 절감, 출하자 선택권 확대, 수급 안정 등 효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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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도매시장 기획3] 온라인 도매시장… 유통비용 절감, 출하자 선택권 확대, 수급 안정 등 효과 기대
  • 나성신 기자
  • 승인 2023.11.03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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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제도정책연구소 송정환 대표(경제학 박사)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이하 온라인 도매시장)은 농식품부에서는 올해 1월 ‘농산물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고, 2월에는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설립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현재는 268개사가 참여하는 시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30일에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온라인 도매시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홍보와 교육, 분쟁 해결, 효율적인 물류 대응 등 하나씩 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농산물도매시장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아 왔다. 경매제를 통한 가격발견과 대금정산의 안전성을 높이려는 많은 제도가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본과 다른 한국적인 농산물도매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경매제가 거의 소멸하다시피 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여전히 경매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고, 특히 전자경매, 전자송품장, 신속한 정보제공 등 정보통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우리나라만의 농산물도매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에 있어 최근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이하 온라인 도매시장)은 그 흐름의 최고 정점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어느 나라도 시도해보지 않은 도발적인 시도가 온라인 도매시장이라고 생각된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기존 오프라인 도매유통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것이 핵심 아이디어다. 오랫동안 말로만 이야기된 ‘상물분리’ 개념을 이번에는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하겠다.

2019 타운홀미팅 보고대회 선언에서 
온라인 도매시장 시작 알려 

온라인 도매시장의 개념이 올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온라인 도매시장의 신호탄은 2019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온라인을 통한 농산물유통 활성화 계획을 가지고 있던 농식품부는, 농특위와 공동으로 개최한 ‘농정틀 전환을 위한 2019 타운홀미팅 보고대회’에서 “온라인 또는 사이버거래시스템을 확산하여 농어민이 유통과 판매 과정에서 소득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선언을 통해 온라인 도매시장의 시작을 알린다.
다소 추상적으로 보이던 상기 선언은 2020년 1월 1일 농식품부 장관의 신년사와 2020년 2월 11일에 있었던 농식품부의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구체화된다. 이 당시 구상은 전국의 공판장을 연계하는 통합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중심이 되었다. 이에 따라 농협경제지주는 2020년 5월 27일 ‘온라인농산물거래소’라는 전국단위 공판장 통합플랫폼을 론칭하였고, 양파를 시작으로, 마늘, 사과 등으로 그 거래 품목을 확대했다. 
당초 계획했던 온라인 도매시장의 모습이 공판장 통합에만 머물렀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농협경제지주의 ‘온라인농산물거래소’를 넘어 보다 전국적인 온라인 도매거래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계획이 수립되었다. 2022년 4월에는 온라인거래소 설립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수립되었고, 이후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보화전략계획(ISP) 연구가 시작되었다.

 

文정부에서 온라인 도매시장 사업 개념 세워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온라인 도매시장 사업 개념은 현 정부로 이어졌고, 농업의 디지털 혁신이라는 국정과제에 ‘한국농식품온라인거래소’ 설립 및 운영이 포함되었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정부에서도 이어져서 추진되는 정책이 많지 않음에도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이 계속 추진되었던 이유는, 도매유통의 디지털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정책당국자들이 많이 공감하였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사업초기에는 ‘온라인 도매시장’ 대신 ‘온라인거래소’라는 명칭이 사용되었는데, 명칭이 변경된 것도 새정부로 넘어오면서부터다. 농산물 온라인 거래의 범위를 어디까지 포함할 것인지와 온라인 거래의 지원 대상을 어디까지 할 것인지에 대해 이 시기에 정책당국과 많은 전문가들의 논의가 있었다. 소매단계까지 포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데는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졌으나, 참여대상, 주체별 역할 등에 있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법제도를 만드는 데 있어서도 기본 골격을 갖춘 후 이후 세부규정을 만들자는 의견과 처음부터 세밀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병립하였다. 이러한 많은 논의들을 통해 초기에 추상적이었던 온라인 도매시장의 개념이 구체화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경계와 규제가 최소화된 새로운 도매시장의 개념이 정립되었으며, 명칭도 ‘온라인 도매시장’으로 새로 정해졌다.

온라인 도매시장 국내 농산물 도매유통 혁신 디딤돌 될 것 
이를 바탕으로 농식품부에서는 지난 1월 ‘농산물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고, 2월에는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설립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현재는 268개사가 참여하는 시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달 30일에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온라인 도매시장은 개념 설정에서부터 상당한 시간을 소요했다. 세계 최초 시도라는 어려움으로 인해 당연히 겪을 수밖에 없는 과정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향후 본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는 더 큰 장애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 지가 온라인 도매시장이 우리나라 농산물 도매유통 혁신의 디딤돌이 될 수 있는지를 결정할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온라인 도매시장 5가지 성공 요건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5가지 과제를 제시해 본다.

첫째, 인지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홍보 확대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농업 분야는 타 분야에 비해 온라인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감안하여,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일반적인 인지도 홍보 외에 교육프로그램(강좌개설, 교재개발 등)을 통해 활용에 초점을 맞춘 교육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분쟁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 확보가 필요하다. 온라인은 상품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판매자가 제공한 사진이나 관련 정보를 통해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 많은 전문가들도 이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농산물의 빠른 신선도 하락을 감안하여 즉각적인 분쟁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자율적인 분쟁조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우선 제공하고, 분쟁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에는 신속히 개입하여 처리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분쟁해결을 담당할 전문인력을 확보가 우선할 필요가 있다.
셋째, 효율적인 물류 대응이 필요하다. 온라인 도매거래가 상물분리의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물류의 효율성이 동반되어야 한다. 특히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보이는 것은 한차 이하의 주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최대의 농산물 대형점포에서도 청양고추의 평균 하루 판매량은 500kg을 넘지 않는다. 1t 트럭에 싣고 와도 절반의 공간이 남게되어 물류 효율성이 높지 않다. 결국 순회배송을 하는 방식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정밀한 계획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시행에 앞서 상물분리가 보다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제도적 기반 마련 및 조속한 안정화를 기하여야 한다. 농식품부에서는 이미 「농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으며, 10월 상임위 심사를 거쳤다. 개장일이 오는 30일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개장일 이전에 법률이 시행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법률 시행 전에 발생할 수 있는 제도적인 미비점을 선제적으로 마련하여,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장기적인 안목하에서 과감한 예산투입이 필요하다. 온라인 도매시장이 단기간에 성과를 낸다면 무엇보다 좋겠지만 실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온라인 상거래와 관련한 여타 사례를 살펴보아도 단기간에 큰 성과를 얻기보다는 장기투자를 통해 성과를 얻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상명대 양석준 교수는 언론지 컬럼을 통해 “온라인 도매시장이 고객확보를 위해 손해 볼 각오로 투자해야 성공한다”는 조언을 했다. 필자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긴 호흡을 가지고 온라인도매시장이 자리를 잡고 안정화되도록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상의 5가지 제안 외에도 기존 이해관계자의 설득, 시스템 안정화, 전문가 육성 등에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중 상당수는 관련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시도라는 점에서 어떤 돌발적인 상황이 앞으로 닥칠지 모르기에, 다시 한번 대비의 필요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상기에 대한 대비와 노력을 통해 온라인 도매시장이 유통비용 절감, 출하자의 선택권 확대, 경쟁 촉진, 수급 안정 등 농산물 유통의 혁신을 가져오길 바란다. 아울러 이러한 성공이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더 의미 있는 성과로 기록되길 기대한다.

농업제도정책연구소 송정환 대표(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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