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석정의 달콤살벌한 농장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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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황석정의 달콤살벌한 농장생활
  • 나성신 기자
  • 승인 2023.11.02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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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나를 살리고, 나는 식물을 키운다
황석정 배우

식물에 대한 애정을 넘어 예찬론자인 황석정 배우는 2001년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로 스크린에 데뷔, MBC 나혼자 산다를 통해 방송연예대상 버라이어티 부문 여자 우수상, MBC <그녀는 예뻤다>에서 미니시리즈부문 여자 조연상 등을 받기도 했다.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신스틸러로 사랑을 받고 있는 황석정 배우를 경기 양주시 그녀의 농장에서 만나보았다.

 

“식물이 확실히 치유 효과가 있어요.” 
자신만의 식물을 얻기 위해 황석정 배우는 행복한 고행(?)의 길을 선택했다. 새까맣게 그을리고 거북이 등처럼 뭉툭하고 두꺼워진 그녀의 손등과 손 마디마디를 보면 그녀가 농업에 얼마나 진심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겨우 2년 남짓 농업인의 삶에 발을 들어 놓았을 뿐인데 그녀의 손은 마치 한평생 농사짓느라 거칠 대로 거칠어진 촌로의 손이 연상될 정도로 상해(?)있었다. 그녀는 부끄러워했지만, 알 수 없는 따스함이 손에 오롯이 묻어났다. 본업이 배우인데 손만 보면 여배우의 손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니. 사모님 배역을 맡을 땐 손 대역을 써야 했다며 감독에게 여배우의 손이 그게 뭐냐는 핀잔도 자주 듣는단다.
기자에게 그녀를 취재해보라며 요청한 그녀의 사수 말에 의하면 본업이 배우여서 대충대충 농사를 지을 줄 알았는데 너무 열심히 해서 놀랐다는 것이다. 그녀를 실제로 만나보니 열심히 한다는 그 이상의 인상을 받았다. 

전체면적 2314㎡(700평)에 매자나무, 병꽃나무, 안개나무, 붓들레아, 수국 등 다양한 식물을 키우고 있다. 

비닐하우스에서 농사를 짓다 
처음 시작은 가벼운 마음이었다. 어릴 때부터 식물을 좋아했던 그녀는 여러 매체에서 소개됐듯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가족들을 혼자 부양해야 했다. 
그녀의 당시 인터뷰를 보면 사는 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같았다며 급기야 과호흡까지 왔다고 말했다. 정말 죽을 것 같았던 어느 날 우연히 지나가다 장미 가시에 찔려 손에서 피가 나는데. 분명히 아파야 하는데 너무 시원하고 위로받은 느낌 같더라는 것이다. 그날 이후 그녀는 집 마당에 장미를 심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여인 후 장미에 뜻하지 않는 위로를 받아 장미를 심기 시작하며 식물이 주는 기쁨과 위로를 경험한 것이다. 마당 한 가득 수백 그루의 장미를 키우면서 마음이 치유되는 걸 느낀 그녀는 본격적으로 식물을 가꾸기로 다짐했다. 지인 소개로 경기 양주 야산에 버려진 땅을 매입한 것이다.
“지인이 산에 식물을 심고 사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그걸 보면서 어릴 적부터 식물을 좋아해서 저도 그런 삶을 살아 보고 싶었어요. 산 중턱 버려진 땅에 어린 묘목을 사다 심었어요. 촬영 끝나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산으로 올라가 나무를 심었습니다. 하루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3년 넘게 넝쿨을 제거하고 물도 주고 하다 보니 나무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렇게 8년을 살았어요.” 
서울 집보다는 양주가 편해서 양주시의 시민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우연히 평소 가깝게 지내던 부동산 사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지금의 비닐하우스를 소개받았다. 
평소 산에서 미선나무, 분꽃나무 등 산에 가면 무슨 나무인지 궁금해하고 토종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에게 어쩌면 비닐하우스는 운명처럼 다가왔을 터. 
“내가 좋아하는 토종식물을 키우면서 비닐하우스에서 놀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뭔가 거창하게 농업인으로 살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얼떨결에 구매하게 된 비닐하우스로 인해 그녀는 극도의 행복감과 극도의 고단함을 한꺼번에 느껴야 했다. 농업에 대해 아무런 기초 지식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덜컥 비닐하우스를 구매하면서 그녀 인생의 최대 난감함과 당혹감을 온몸으로 느꼈다.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이었다.
“쥐도 많았고 비닐하우스 내부가 찢어진 데도 많았어요. 한 달 넘게 직접 치우고 수리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직접 비닐도 갈고 오래된 구조물도 철거하고 물 공급하는 관수시설도 설치했어요. 살면서 가장 노동을 많이 한 시간이었어요.” 
비닐하우스 내부 시설의 작동 시스템도 몰라서 여기저기서 조언을 구하고 시설을 직접 알아보고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육체노동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녀는 오히려 노동은 괜찮다며 잘 모르는 데 도와줄 사람이 없을 때가 제일 무서웠다고 말했다. 3박 4일 동안 일하느라 잠을 못 잘 정도로 극한의 노동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오로지 구매한 식물들을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붓들레아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황석정 배우는 엘림농원 도기석 대표에게 많은 조언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식물 곁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녀는 많은 어려움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제 겨우 2년도 채 안 됐는데 10년은 농사지은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 가을에는 농장에서 작은 공연도 열고 농장을 개방해 일반인들을 초대해 작은 이벤트도 열었다. 그 당시의 행복한 마음은 일일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고 감격스러울 정도로 행복했다고 말했다. 
전국의 괜찮은 농장이나 옥천 나무 축제. 전국의 나무 전문농장, 조경이 잘 되어 있는 장소 등 많이 가 봤다. 그녀는 충북도립대에서 가드닝 과정도 교육받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자신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전국의 농장을 다니며 새로운 식물에 대해 알아 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녀는 농업인으로 전업을 꿈꾸고 있는 걸까? 그렇진 않다. 여전히 배우로서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녀는 작품활동도 더 활발히 하고, 혼자서 작게 농장을 운영하며 친구들 오면 마당에서 고기도 구워주고 농장에서 연극이나 연주회 같은 공연도 다시 하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해 지인들끼리 모여 작은 연주회를 열었는데 다들 너무 행복해하더라고요. 내가 직접 키운 식물을 보며 행복해하는 사람을 보면 저까지 너무 행복해지더라고요. 식물 곁에서 행복하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그녀는 인터뷰 내내 식물들을 ‘아이들’이라고 호칭했다. 식물들을 너무 사랑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리라. 식물이, 자연이 주는 위로가 얼마나 큰지 많은 사람이 알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눈빛은 진지했고 깊었다. 
식물도 감정이 있다. 식물들 역시 그녀가 외롭고, 고달프고, 힘겨울 때마다 늘 말없이 묵묵히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있을 것이다. 황석정은 식물들에게도 아낌없이 사랑받는 배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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