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정원으로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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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정원으로 놀러오세요!
  • 이상희 기자
  • 승인 2023.11.02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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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식물 ⑦

아직까지도 텃밭은 뜨거운 땡볕 아래, 커다란 챙 있는 모자를 눌러쓰고 허리 굽혀 일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텃밭에서 즐겁게 놀고, 채소나 과실을 풍요롭게 나누고,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일이 그렇게 어렵고 낯선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는 텃밭에서 충분히 놀 수 있다. 채소와 꽃, 유실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텃밭정원에서 삶의 풍요로움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텃밭 활동이 우리에게 주는 효과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너의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한때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OST의 유명한 가사다. ‘꽃향기’에서 사랑하던 ‘너’가 생각나기까지 그 일련의 과정이야 이미 뇌과학자들에 의해 논리적으로 설명되어 있지만, 과학을 떠나서 우리는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신체를 구성하는 세포의 신경 하나하나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드라마틱하게 인지하게 된다. 이런 유기적인 연결은 우리 몸을 돌보고 치료하는 데 비단 약이나 수술 이외에 다른 감각적 자극들도 꽤 유용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공공도시텃밭과 같은 도시농업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필자는 이런 감각적 경험이 우리 몸에 가져올 효과를 텃밭 활동에서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치유농업이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농업과 관련된 활동이 치료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치유에 도움을 주는 보조제가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아무도 부정하지 못한다. 손으로 흙을 만지고, 식물을 느끼고, 직접 물을 주며 꽃과 채소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것을 보며, 우리는 분명히 무언가 긍적적 에너지를 얻는다. 이런 체험 속 우리에게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과학적으로 설명해 보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땅을 밟고 흙은 만지는 이러한 일련의 친환경적 교감 행위가 우리 건강에 어떤 식이든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긴 한다는 것이다.

원예원 도시농업과 텃밭정원
원예원 도시농업과 텃밭정원
원예원 도시농업과 유아동텃밭
원예원 도시농업과 유아·아동텃밭

 

우리네 텃밭 모습
‘텃밭’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한적한 시골집, 넓지 않은 마당 한편에 자리 잡은 고추와 가지. 그 사이로 일렁이는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호박 넝쿨들. 우리네 텃밭은 이렇게 당장 길러 먹는 채소 작물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텃밭 작물을 검색해보면 아직도 봄, 여름 작물로는 고추, 상추, 토마토, 오이와 같은 것들이, 여름 작물이 자리를 비킨 가을 텃밭에는 배추, 알타리무 같은 김장과 관련된 채소들이 주로 식재 작물로 소개된다.

함줄도시농업공원
함줄도시농업공원

이는 아직도 텃밭은 ‘우리네 먹을거리를 손수 길러 먹는 곳’ 정도의 개념으로밖에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우리네 텃밭이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K-호미’가 세계적으로 어떤 농기구보다 각광받고 있는 것도 그간 우리 선조들의 텃밭 가꾸는 노하우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것은 텃밭이라고 부를 수 있는 카테고리 안에는 채소든 꽃이든 유실수든 수많은 종류의 원예 작물을 식재할 수 있고, 충분히 다양한 형태로 텃밭을 디자인하고 운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이나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텃밭에 ‘멋’이란 걸 부려보면 어떨까? ‘멋진’ 텃밭이 가져올 좀 더 근사한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지는 않을까?

 

텃밭을 넘어서 텃밭정원
독일에 지인이 살고 있어 몇 번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지인으로부터 그곳 사람들은 날이 조금만 따뜻해도 그렇게들 밖으로 못 나와 안달이라는 말을 들었다. 거리를 나서고 불과 몇 걸음을 떼지도 않았는데 밖에서 마주한 풍경은 정말 지인이 말 한 그대로였다. 식당 내부에 앉아 있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 야외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아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거나 했다. 몇 군데 집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는데 마당에 조그마한 땅뙈기만 있어도 테이블을 놓고 식사를 하고 맥주를 마시곤 했다. 심지어 그중 한 곳은 빨래 건조대 하나 정도밖에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좁아 보이는 공간이었다. 그런 곳을 그들은 예쁘고 편안한 공간으로 성의껏 정돈하고 치장했다. 무슨 종류든 꽃은 무조건 있었다. 수국과 올리브나무를 심고 나머지 땅에 라벤더나 파프리카를 심어놓기도 했고, 방울토마토를 잔뜩 심어놓은 곳에도 제라늄과 베고니아 같은 꽃은 여지없이 텃밭 한쪽에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참 예뻤다. 거의 처음으로 텃밭이 참 멋있다고 느껴졌었다. 머나먼 유럽의 다른 문화 속 다른 풍경일 뿐이었지만 느껴지는 것이 많았다. 

인천광역시 이음텃밭
인천광역시 이음텃밭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텃밭은 마치 ‘채소 재배 체험의 현장’ 같은 느낌이 있다. 이는 도시농업에서라고 다르지 않다. 아파트 베란다 텃밭도 일단 텃밭이라 이름이 붙으면 상추, 토마토, 고추 같은 것들이 먼저 자리를 잡는다. 화분에서 기르는 화초는 이 텃밭의 범주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시나 군으로부터 분양받는 공공도시텃밭의 경우는 다른가? 실제로 가보면 몇 평 되지도 않는 작은 땅에 채소 작물만 이것저것 빼곡히 심어놓은 곳이 대부분이다. 간혹 꽃이 보이는 경우도 있긴 하다. 가장자리 쪽에 공공텃밭 터를 분양받으신 분들은 해바라기를 또 그렇게 열심히 심으신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꽃 종류가 수백 개나 되는데도 말이다.

채소 재배 체험 공간이 아닌 멋을 나누고 맛을 나누는 공간으로서의 텃밭정원은 어떨까? 네모반듯한 텃밭이 아닌 토양 조건과 주변 환경을 고려한 다양한 모형의 텃밭을 조성하고, 매끈한 보라색 가지 사이 코스모스를 심고, 화려한 피트모스 사이 캐모마일 같은 식물을 심어 보자. 주황색 메리골드와 붉은 줄기의 근대, 알록달록 여러 색깔의 상추도 함께 심고, 텃밭 가장자리에는 계절이 바뀌면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열매를 품은 유실수 몇 그루를 심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런 멋지고 아름다운 텃밭정원에는 사람이 모여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배곧생명공원
배곧생명공원

사람이 모이고, 풍경이 모이고, 유기적인 정서가 모이는 텃밭정원. 여기서 작물을 직접 길러 먹는 소중한 경험과 함께 텃밭정원을 멋지고 아름답게 가꾸며 경험하게 될 또 다른 감각적 자극은 분명 우리에게 훨씬 더 긍정적 에너지를 가져다 줄 것이다. 함께 모여 가꾸고, 나누고, 공감하는 텃밭정원 공동체에서, 참여자 모두가 전보다 조금씩은 더 건강한 몸과 마음을 함께 가져갈 수 있도록 근사한 텃밭정원 조성에 많은 관심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글= 최세나 농업연구사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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