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를 알아야 농사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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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를 알아야 농사가 산다
  • 이상희 기자
  • 승인 2023.11.30 15: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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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베란다 화초를 보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놀라고 감탄한다. 화초들이 예사롭지 않게 싱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분에서 키우는데 어떻게 저렇게 잘 자라느냐?”라고 묻는다. 비결을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 친구들도 많다. 하지만 나도 화초를 이렇게 키우기까지는 꽤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네덜란드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1979년부터 화초를 키웠으니 적어도 30여 년 이상 화초를 기른 셈이다. 쌓은 경험도 딱 그만큼이다(그렇지만 아직도 가끔 죽이는 적도 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화초를 좋아한다. 집 안에서 키우는 화초도 화단에서 키우는 것처럼 아주 싱싱하고 예쁘게 잘 기른다. 그게 참 보기 좋았다. 그래서 나도 귀국하고 나서 시도해 보았지만 여간 녹녹한 일이 아니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얻은 비결은 다음과 같다. 

• 때때로 비료를 주어야 한다. 화분에 있는 양분을 다 빨아먹고 나면 잎이 추해지고 떨어진다. 그렇다고 비료를 많이 주어서도 안 된다. 프리지어나 시클라멘 같은 화초는 비료를 조금만 많이 주어도 염류장해로 죽는다. 
• 2~3년에 한 번은 과감하게 뿌리를 정리하고 조금 큰 화분에 분갈이를 한다. 처음에는 볼품이 없지만 얼마 지나면 아름답게 자란다. 
• 물을 줄 때 듬뿍 준다. 식물은 먹은 만큼 배설하는데 그게 다 흙에 남아 있다. 배설하는 똥오줌의 성분은 수소(H+)라 식물에게 해롭다. 그것을 반드시 물로 깨끗하게 씻어 주어야 한다.

화분에서도 화초를 잘 기르는 사람이라면 분명 농사도 잘 지을 수 있다. 그런데 산과 들에 자라는 나무나 풀은 비료를 주지 않아도 잘 자란다. 왜 그럴까? 흙 속에는 아주 적은 양이지만 양분이 있고, 이것들이 천천히 녹아 나오기 때문이다. 식물은 그것만큼만 먹고 고만큼만 자란다. 그래서 빨리 자랄 수 없고 오랜 세월 동안 천천히 자라는 것이다. 또한 빗물에는 질소와 황 성분이 들어 있어서 크는 데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잡초는 양분을 빨아먹는 힘이 작물보다 강해서 작물이 빨아먹지 못하는 성분도 녹여서 빨아먹는다. 그러나 작물은 있는 양분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료를 주지 않고는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는 것이다.

식물은 무얼 먹고 사나?
옛날 사람들은 식물이 흙이나 퇴비를 직접 먹는다고 믿었다. 그러나 흙과 비료 그대로는 티끌만큼도 먹지 못한다. 그 속에 있는 양분이 녹아서, 그것도 분자 상태고 아니고 이온의 상태가 되어야 빨아먹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염화칼리를 준다고 하자, 염화칼리는 분자 상태인 ‘Kcl’로 되어 있다. 이것이 각각 ‘K’와 ‘cl’로 떨어지게 되고 뿌리는 각각 이런 꼴로 빨아먹는다. 물론 아주 적은 양은 분자 상태로 빨아먹기도 하지만 99.999%는 이온 상태로 빨아먹는다. 

식물도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을 먹어야 산다. ‘반찬’은 모두 열네 가지나 된다. 밥은 ‘이산화탄소’이고 국은 ‘물’이다. 밥과 국은 자연이 주는 것이어서 우리는 반찬(원소)만 공급해 주면 잘 자란다. 질소(N), 인산(P), 칼륨(K), 칼슘(Ca), 마그네슘(Mg), 황(유황, S), 붕소(B), 구리(Cu), 염소(Cl), 철(Fe), 망간(Mn), 몰리브덴(Mo), 니켈(Ni), 아연(Zn) 등이 반찬들이다. 강의 시간에 이 반찬들을 소개하면 “왜 그렇게 어렵게 설명하셔요?”라며 이의를 단다. 

사실 농사짓는 데 이 정도만 알아도 크게 도움이 된다.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도 보통은 친구가 열네 명쯤 있다. 그들과 친해지는 데 이름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그 이름에 개성을 붙여서 이해하고 개성에 따라 대접해 주면 친구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이처럼 반찬(성분)의 이름을 알면 자연이 각각의 개성을 파악하게 되고, 개성에 따라 대접을 해주다 보면 풍성한 수확을 얻게 된다.

예를 들어 잎이 노랗게 변하는 결핍증상이 나타났다고 치자. 어린잎이냐 늙은 잎이냐에 따라 모자란 반찬이 어떤 것이냐를 알 수 있다. 어린잎에서 나타났으면 철이 부족한 것이고, 늙은 잎에서 나타났으면 질소가 부족한 것이다. 철이 부족하면 황산철을 잎에 뿌려 주면 되고 늙은 잎에 나타났다면 요소를 잎에 뿌려 주면 된다. 성분 이름을 모르면 “질소 부족이죠”라고 하거나 “철 부족이지요”라고 말해 주어도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몰라서 해결하기가 어려워진다.

실제로 작물은 이산화탄소(밥)와 물(국)만 있으면 탄수화물, 즉 곡식도 만들어 내고, 과실도 만들어 낸다. 그러나 탄수화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열네 가지 반찬이 있어야 더 많이 더 맛있는 것을 잘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적당히 공급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매년 질소-인산-칼리는 화학비료로 주어야 한다. 칼슘마그네슘은 고토석회(마그네샤석회 석회를 주면 마그네슘은 공급이 안 된다)를 주면 되는데, 석회소요량을 농업기술센터에서 분석을 받아서 주는 것이 좋다.

고추 농사에 석회가 부족하면 곡과가 생기고, 고추씨가 검게 변하고 끝이 썩는다. 토마토에 석회가 부족하면 배꼽이 썩는다. 따라서 한 해 농사가 끝나면 토양 검정을 받아 보고 가을에 석회를 매년 뿌려 놓는 것이 좋다.

황은 유안(황산암모늄)에 들어 있고, 자연에서 빗물로 공급된다. 그래서 따로 줄 필요가 없지만 열무 얼갈이배추의 맛을 좋게 하려면 10아르 당 30kg 정도의 황가루를 골시비하는 게 좋다. 붕소가 부족한 흙이나 봄철 눈이 잘 안트는 곳에서는 봉사를 주어야 한다. 나머지 미량요소 여덟 가지 성분(붕소, 구리, 염소, 철, 망간, 몰리브덴, 니켈, 아연) 중 붕소를 빼놓고는 비료로 만들어 파는 것이 따로 없어서 줄 수가 없다. 물론 급한 경우에는 물비료(4종복비)를 주면 되기는 한다. 그렇지만 이 성분들이 종합적으로 들어 있는 퇴비와 같은 유기물을 주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화학비료 위주로 농사를 지어도 유기물을 주면 자연히 필요한 양만큼 공급되므로 미량요소 공급을 위해서도 매년 10a에 1t 이상 유기질 비료를 주어야 한다. 

 


 

글= 이완주
토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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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희 2023-12-09 05:38:17
비유적 설명에 이해가 팍팍 되었어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