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힐링시켜 주는 작은 친구, 반려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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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힐링시켜 주는 작은 친구, 반려식물
  • 김예지
  • 승인 2023.11.30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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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식물 ⑧

반려식물 문화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어오며 우리 일상에 완전히 뿌리내렸다. SNS 내에서 ‘식물집사’라는 표현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있고, ‘식물복지 선언문’까지 발표되면서 어엿한 ‘반려의 문화’로 발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반려식물의 성장과 함께 홈가드닝 시장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반려식물 산업이 어떻게 발전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식물, 인간의 동반자가 되다.
1990년대 중반, 뤽베송 감독의 ‘레옹’이란 영화가 개봉됐다. 주인공인 레옹은 살인청부업자로, 매번 빈틈없이 타깃을 제거하는 그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냉혈안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는 킬러의 냉혈안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아글라오네마라’는 천남성과 식물을 세심하게 키운다. 심지어 자기가 죽을 처지에서 여자 주인공에게 아글라오네마를 부탁하는,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식물집사의 모습도 가지고 있다.

영화 ‘레옹’은 주인공이 식물을 가꾸는 연출을 통하여 살인청부업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냉정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영화 ‘레옹’은 주인공이 식물을 가꾸는 연출을 통하여 살인청부업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냉정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물론 이것은 레옹이라는 인물이 냉정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복합적 인물임을 강조하려는 영화적 설정이었지만, 당시 관람객 대다수는 그를 괴인이라고 생각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 식물은 우리 일상에서 중요한 동반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식물 키우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급증하면서 단순히 식물이 아닌 ‘반려식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제 SNS 내에 ‘식물집사’라는 표현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있고, ‘식물복지 선언문’까지 발표되면서 이제 식물 키우기는 어엿한 ‘반려의 문화’로 발전하게 되었다. 
한 시장조사기업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9~59세 성인남녀 1,000명 대상으로 응답자의 85%가 식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고, 현재 식물을 키우는 사람 중 74.1%가 주변사람에게 ‘식물 키우기’를 추천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반려식물이라는 표현에 응답자의 과반수 가깝게 공감(42.1%)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보았을 때, 레옹은 더 이상 우리에게 괴인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반려식물의 인기비결
반려식물이 이처럼 큰 인기를 얻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농촌진흥청의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식물을 키우는 목적으로 응답자 중 54.8%가 정서적 교감 및 안정을 목적으로 키운다고 답했다. 또한 27.2%는 공기정화, 14.0%는 홈 인테리어, 2.4%는 자녀교육, 0.9%는 식물 재테크를 목적으로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의 본능과 식물의 다양한 기능, 그리고 현대 사회의 여러 환경적 요소가 상호작용하여 나타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할 때 신체·정서적인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출처: 농진청)
 

저명한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그의 저서 ‘바이오필리아’에서 인간에게는 자연과 다른 생명체에 이끌리는 본능, 즉 ‘녹색갈증’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이 자연과 같이 하지 못할 때 녹색갈증이 해소되지 못해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노출되고 공격적인 성향을 띠지만,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할 때는 갈증이 해소되어 정서·신체적인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서울시 독거노인 2,000명을 대상으로 반려식물 보급사업을 시범운영한 결과(2017년), 독거노인의 우울감, 외로움 해소 등 주변 이웃과 친밀감이 올라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냈다는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게다가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며 유해물질을 제거하여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며, 식물 본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실내환경을 시각적으로 풍부하게 꾸며 주는 긍정적인 기능까지도 갖고 있다.
이러한 인간 본능, 식물 기능과 더불어 현대사회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녹지공간의 감소, 개인주의 등으로 인한 외로움,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우울감 등 사회 환경적 부작용에 대해 반려식물이 강력한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어 당분간 폭발적인 인기는 지속되거나 혹은 더 거세질 것이다.

반려식물 산업의 변화
반려식물의 성장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홈가드닝 시장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소매업종의 매출은 감소한 가운데, 홈가드닝 분야는 8.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 19 사태 이후 홈가드닝과 관련된 매출이 크게 증가하여, 2021년에는 1,216억 원까지 성장했고, 앞으로도 고성장을 유지하며, 2026년에는 1조 7,51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려식물 호텔.(출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네이버블로그)

이런 반려식물의 성장에 따라 장기간의 여행이나 출장으로 집을 비워야 할 때 식물을 맡길 수 있는 식물 전용 호텔과 시들어가는 식물을 치료해 주는 식물병원도 등장했고,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관상용 반려식물뿐 아니라, 식용식물의 실내재배기 관련 시장에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진출하고 있다.

빈크로스(Vincross)의 로봇 반려식물 HEXA.
빈크로스(Vincross)의 로봇 반려식물 HEXA.

심지어는 중국의 스타트업 빈크로스(Vincross)는 로봇 기술을 활용한 로봇 반려식물을 선보였다. HEXA라는 로봇 반려식물은 카메라와 적외선 송신기, 거리측정 센서를 탑재해 6개의 다리로 자유자재로 보행한다. 식물의 광합성이 필요한 경우 햇빛이 많은 곳으로 이동하고, 영양소가 부족한 경우 신호를 보내거나, 마치 반려동물처럼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스마트기술 강국인 우리나라 또한 여러 스타트업 기업들이 AI, AR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사용자 맞춤 반려식물 추천부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여 현재 혹은 예비 식물집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고려할 때, 앞으로 반려식물 산업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하고 진화할지를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기존에 개발된 기술들뿐만 아니라 미래에 개발될 기술들이 모두 반려식물에 적용되어 다양한 서비스와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작은 반려식물 한 그루가 주는 안정감과 행복은 변함없고,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특별한 존재임은 확실하다. 지금 당장 나만의 작은 식물 친구, 동반자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틀림없이 그 작은 동반자는 당신의 삶에 힐링의 공간을 열어줄 것이다.

 


 

글= 손인창 농업연구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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