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0주년 특별인터뷰 - 과거의 40년, 미래의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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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0주년 특별인터뷰 - 과거의 40년, 미래의 40년
  • 이지우
  • 승인 2024.01.03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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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0주년을 맞이한 월간원예가 농업계 분야별 주요 인물과 함께 농업의 지난 40년을 돌아보고, 미래 40년을 내다보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유기농업협회 이해극 회장 

유기농업으로의 시대전환 필요한 때

한국 유기농업의 산증인인 이해극 회장. 도저히 경작이 불가능할 듯 보이는 평창군 해발 1200m의 척박한 육백마지기에서 호밀로 땅을 다스려 자연과 융화된 친환경 농법으로 우리 농업계에 본보기를 보인 큰 어른이기도 하다. 현재 충북 제천시 한가지골 농장에서 유기농 브로콜리를 생산하는 농부이기도 한 그는 지난 40년 우리 농업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고, 이제는 다음 40년을 준비해야할 때라고 말한다.
“유기농업을 포함한 우리나라 농업 전반에 그 수준이 굉장한 발전을 거듭했어요. 이제 농업 기술력만으로는 우리나라가 뒤쳐진다고 할만한 나라가 거의 없지 않습니까? 재배기술적 관점에서 모두가 상향평등화가 됐다면 이제는 그렇게 재배한 농산물을 어떻게 유통할 것인가? 하는 아젠다가 형성이 돼야 합니다. 우리 농업인이 피땀 일궈 맺은 결실이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죠.”
한국유기농업협회는 현재 친환경 농산물 물류센터의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해극 회장은 유기농산물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아주 오랜 시간 준비 기간 끝에 이를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유통구조에 머물러서는 유기농업의 가치를 이어나가기 힘들다는 판단이 센터 건립의 바탕이 됐다.
“유기농산물이 기존 한살림, 아이쿱 등으로 유통이 되고 있으나 제한적이고 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가 힘듭니다. 유기농업의 길을 걸어오며 마음속에 갖고 있던 숙제를 푼다는 생각으로 유통센터를 안성에 건립하고 있습니다. 내년 완공이 되면 친환경 농산물 유통에 있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농업은 곧 자연과의 화합입니다. 우리만이 유용하지 않고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농업이 지속돼야 합니다. 친환경 농산물 유통센터가 그 마중물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시아종묘(주) 류경오 대표

‘K-시드’가 세계의 중심이 되길 기대하며

지난 30년 한국 종자 산업의 발전사에 그 이름을 빼 놓을 수 없는 아시아종묘(주) 류경오 대표. 그는 해외 수입 종자의 홍수 속에서도 2018년 코스닥 상장 하는 등 토종 종자 기업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여전히 국산 종자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참신한 아이디어와 적극적인 R&D로 아시아종묘를 이끌고 있다. 지난 40년간의 우리 농업에 대해 묻자 농자재와 재배기술력은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평하면서, 아쉬운 것은 우리 농업인의 수익성이 이에 미치지는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비등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아주 단시간 내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어요. 하지만 여전히 우리 농업 현장의 주인공인 농업인들은 선진국 수준의 수익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점이죠. 2022년 농업소득을 보자면 949만 원으로 10년 만에 최저치고, 물가상승률도 고려한다면 더 가슴 아픈 일입니다. 농업은 나라의 기반산업이고 농업인이 잘 살아야 진실 된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에서도 이제는 농업인의 수익성 개선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아시아종묘 역시 농업인의 영농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류경오 대표는 또한 종자 산업 발전에 있어 제품 연구개발(R&D)에 노력을 다하는 기업이 살아야 한다며, 산업을 교란하는 행위는 더 이상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종자 산업이 그동안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연구개발(R&D) 활동을 이어온 그 노력에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를 등한시하고 종자 수입과 판매 위주의 방식으로 종자회사의 기본을 지키지 않고 이익만 추구하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 회사가 난립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렵게 키운 소중한 연구자산을 인력 빼앗기로 가져가려는 부도덕함은 결코 우리나라 종자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산업교란이 근절돼야 세계가 대한민국에 주목하고 있는 지금, K팝과 K시드 역시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주)우성하이텍 이해완 회장

‘우리 농업의 또 다른 희망 다가올 것

국내 스마트팜 선두기업인 (주)우성하이텍은 지난 1991년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하우스의 전동개폐기를 개발해 상용화했다. 이 DC24V 전동개폐기는 우리나라의 시설원예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해완 회장은 지난 40년간 우리 농업은 수많은 위기를 돌파하고 이날까지 왔다며, 지금 농산업 전반에 퍼진 위기의식 또한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는 저력이 우리에게 있다고 말한다.
“우리 농업이 지난 40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 어려움 역시 잘 극복해나갈 것이라 믿어요. 중요한 것은 각자 제 자리에서 본분을 다하며 이 시간을 잘 버텨나가는 것이죠. 우성하이텍이 개폐기부터 복합스마트팜 토탈솔루션을 개발해온 지금까지의 시간처럼 말이죠. 
아무쪼록 어려운 상황에서 새해 모두들 힘을 내시고 다 같이 좋은 날을 맞이할 준비를 해나갑시다.”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원예학부 박노복 학부장

농업의 미래를 이끌 젊은 리더를 위해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원예학부 박노복 교수는 우리나라 화훼 학계의 원로이자 야생화의 최고 권위자다. 현재 과수, 채소, 화훼, 원예환경시스템이 포함된 원예학부  학부장을 맡고 있는 박노복 교수는 세계정세 불안으로 식량 안보가 큰 문제로 대두되면서, 향후 한국 농업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지난 40년 우리 농업은 희생적 선구자와 현장을 지켜온 농업인의 노고가 땅 위에 양분으로 뿌려지면서 성장해봤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농업인의 고령화가 심해지고, 노동력 부족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럴 때 우리 한명 한명의 청년농업인이 리더가 되어 우리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한국농수산대학교는 향후 40년 농업의 형태가 인재 중심, 기술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 생각하며 이에 적합한 교육을 통해 청년농업인 리더 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충북 음성군 골짜기농장 윤정민 대표
충북 음성군 골짜기농장 윤정민 대표

농업에도 양성평등이 자리 잡는 날이 오길

충북 음성군 골짜기 농장 윤정민 대표는 결혼 후 자녀를 양육하며 25년째 약 4만 9587㎡(1만 5000평) 규모의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그가 바라본 지난 40년의 농업은 여성농업인의 큰 희생이었다. 향후 40년 여성농업인의 역할은 보다 진취적으로 바뀔 것이라 내다봤다.
“제가 처음 농사를 짓고 오늘날까지 오면서 일과 자녀 양육, 가사까지 모든 일을 해내야 했습니다. 일을 하는 동시에 새참을 준비하고, 아이들 학교를 보내고 다녀오면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등 모든 일이 제 손을 거쳐야 했어요. 최근 몇 년 양성평등 교육이 펼쳐지고 여성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에 여성 위주의 교육에 국한될 것이라 아니라 농업인 전체의 인식 전환으로 전환되기를 꿈꿔봅니다. 전국의 여성농업인 모두 힘내세요. 파이팅!”

 

충남 천안시 ‘안녕, 삼촌농부’ 홍종민 청년농업인

청년농업인, 다들 힘들지만 언젠가 빛 보게 될 것

충남 천안시에서 멜론, 토마토, 호박 등을 재배하고 있는 30대 청년농업인 홍종민 대표. 해외에서 요리사로 이력을 쌓았던 그가 한국으로 돌아와 농업인의 길을 걸은 것은 그 스스로 농업에 대한 의지와 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늦은 나이 연암대학교에 다시 입학을 하고 농업의 기초부터 배우며, 농식품부 2030 청년자문단 위원으로 선정되기까지의 과정은 그의 곧은 의지가 엿보인다.
“청년농업인은 힘들고 외로운 길입니다. 기반이 없는 경우 더욱 그렇죠. 장밋빛 미래만 낙관하면 이내 포기하고 말아버릴거예요. 저 뿐만 아니라 농업인의 길을 가는 청년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일 겁니다. 앞으로 40년 후 우리 모두가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지만 모두에게 꼭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힘들고 외로운 이 길 끝에는 밝은 빛이 있으리라고요. 조금만 버티고 힘내자. 모두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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