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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편안하게, 그러나 고소득으로 알차게!
  • 김예지
  • 승인 2024.01.03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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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 아띠농장 김운기 대표

 

제주도 고유의 특산물이라 여겨지던 만감류와 한라봉의 내륙재배가 늘어나고 있다. 기후변화가 작물 재배지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확연히 느껴지는 점이다. 전북 완주군에서 벌써 15년차 만감류를 재배하는 김운기 대표는 상품성 높은 온주밀감과 한라봉 재배로 작목전환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원래 국화와 같은 화훼류를 평생 재배해 온 김운기 대표, 그는 수출 위주로 많은 매출을 기록했지만 그에 따른 리스크도 적지 않았다. 별 다른 근거 없이 걸려오는 클레임으로 수출 물량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공백이 생기는 등의 변수는 늘 그를 힘들게 했다. 더 이상 이러한 구조 속에서 화훼류를 재배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당시에 내륙에선 드물었던 만감류 재배를 하기로 결심한다.
“국화 수출이 잘될 때는 좋았지만 수출이 중점이 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어요. 제가 손을 쓸 수 없는 클레임이 걸려올 때면 허탈하기 그지없었죠. 또 여러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늘 수출단가에 연연하는 것이 쉽지 않았죠. 그때 내륙에서 조금씩 만감류 재배가 시작되던 시기였는데, 저도 새로운 고소득작목에 꿈이 있었던 터라 과감하게 뛰어들게 되었죠.”
내륙에서 만감류를 재배한 경우 대다수 시설이 필요로 한데, 김운기 대표는 국화를 재배하던 시설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할 수 있었다. 온주밀감을 재배하기로 마음먹은 후 그가 탄 제주도행 비행기는 셀수가 없을 정도다. 수많은 교육과 현지 농장을 찾아다니며 재배법과 각종 노하우를 익혔다. 그러다 문득 느낀 것은 있었다. 제주도는 제주도의 특성이 있고, 내륙은 또 내륙의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가 좋은 것은 연 평균기온이 높다는 것이고, 비가림 없이 재배를 많이 한다는 건데 그것 말고는 딱히 내륙이 부족한 점은 없었어요. 오히려 귤의 당도는 내륙이 기본적으로 더 잘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처음 재배를 시작했을 때 한 2년 동안 여러 가지 현상들이 나오긴 했어요. 국화를 재배했던 땅이기 때문에 양분 집착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2년 정도 물 관리를 많이 했어요. 물을 많이 쏟아 부어 회복의 시기를 가졌죠. 그런 와중에도 귤의 당도는 제주도보다 2Brix 이상 높았어요. 오히려 너무 높아서 끈적이는 귤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무조건 당도가 높은 것보다 당산비가 중요하다는 것이었죠.”
김운기 대표는 그 이후로 15Brix 이상으로 굳이 당도를 올리지 않는다. 14Brix 이상에 당산비를 잘 맞춘 귤이 소비자 입맛에는 적격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하나 큰 자신감을 얻었다. 맛에 있어서는 내륙이 제주도에 비해 부족한 점은 없다는 것이었다.

15년차 만감류를 재배하는 김운기 대표의 아띠농장 전경. 체험객이 매출의 주를 이룬다.
시즌을 맞이하는 한라봉. 내륙의 온주밀감은 11월이면 마감을 한다. 12월 정비 후 1월에 한라봉 체험객을 맞이한다.
국화를 재배하다 만감류로 작목전환한 김 대표. 그는 농사가 복잡하고 어려우면 의욕이 떨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간결하고 편안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작목선택에 신중해야한다고.

출하 걱정 NO!
체험객은 실속 운영

현재 김운기 대표는 면적 3600평에서 온주밀감 600주, 한라봉 300주를 재배하는데 대부분 현지 직거래와 체험객 위주로 판매가 완료된다. 재배 3년차가 넘어가면서 지역에 입소문이 돌았고, 체험 요청이 들어와 한둘 받다보니 30명, 70명이었던 연 방문객이 이제는 1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김운기 대표는 체험농장이라고 해서 특별히 거창한 시설을 하지 않았다. 최대한 농장을 깨끗하고 운영하고, 관리가 많이 필요하지 않는 선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뿐이다. 
“최대한 깨끗한 환경을 추구하는 것 외에 돈을 들여 시설을 갖추는 것은 지양하고 있어요. 어쩌면 이건 제 농업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최대한 편하고 실속 있게 운영하자는 것이죠. 감귤이 이런 점에서 좋은 작목이에요. 체험농장이 전국에 엄청나게 많아요. 서로 경쟁도 심해지고요. 근데 이런걸 다 따라가다 보면 결국 한계가 올 수밖에 없어요. 저는 기본적인 것만 갖추고 더 이상 뭘 손대지는 않아요. 제 한도를 설정해놓고 그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체험농장은 1kg 수확과 현장에서 먹을 수 있는 귤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연 평균 1만 명 방문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농장에 남는 귤이 있을 수 없다. 지역 직거래 수요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물량조절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운기 대표는 전북 만감류 연합회 회장이기도 한데 현재 소속 농가가 90농가나 된다. 이미 내륙에서 만감류 재배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는 소속 농가와 끊임없이 세미나를 열고 교육을 유치한다. 초보농사꾼이 귀농 희망자도 늘 환영한다. 본인에게 조언을 구하는 이들을 늘 열린 자세로 맞이한다. 만감류 재배의 저변이 더욱 확대되길 원하기 때문이다.
“제가 뭐 개인적으로 이득을 보기 위해서 꾸려가는 것은 아니고요. 교육 없이 시작하면 저처럼 맨 땅에 헤딩해야 하는데 그거보다는 만감류 재배농가가 하나로 뭉쳐서 상부상조하면 저변도 확대되고, 앞으로 여러 가지 의미 있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죠. 농사는 어렵지 않다, 최대한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매번 설명을 드려도 굳이 어려운 길을 가시는 안타까운 분들이 계세요.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제가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드리고 싶어요. 그래야 전북뿐만 아니라 내륙 만감류가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시험재배 중이 바나나

 

온도는 최하 영상 5℃ 정도로만 유지한다. 성목이 되면 내륙에서 난방에 큰돈을 들일 필요는 없다고. 팬히터 정도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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