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는 왜 주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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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소는 왜 주어야 하나?
  • 월간원예
  • 승인 2024.01.04 15: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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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먹는 열네 가지 성분 중에 어떤 성분이 가장 중요할까? 양분 중에 양분, 비료 중에 비료는 무엇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질소이다. 위의 성분을 모두 주어도 질소를 빼면 비료를 안 준 것과 거의 같고, 위의 성분을 다 빼고 질소만 주어도 다 준 것의 70~80%까지도 소출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질소를 주면 병해충이 몰린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질소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 주는 또 다른 증거다. 누구는 질소비료를 많이 주면 식물이 웃자라 병해충이 먹기 쉬운 때문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긴 해도 100% 맞는 답은 아니다. 
생명체는 탄수화물만으로는 세포를 만들 수 없다. 질소가 들어가야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단백질이 있어야 세포가 만들어진다. 질소가 있어야 생식도 가능해진다. 그걸 병균도, 벌레도 다 알고 있다. 때문에 질소가 더 많이 들어 있는 식물에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병해충도 인간 못지않게 예민하고 지혜롭다. 사람도 성장기에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키가 작지 않은가? 그래서 질소는 단연 양분 중에 양분, 비료 중에 비료다.

우연하게 발견한 인산의 효과
인산비료의 효과는 우연하게 발견됐다. 영국 세필드 Shetflield 하면 ‘아미나이프’와 ‘요트나이프’의 세계적인 명산지다. 18세기에 이곳에서 있었던 일, 뼈, 뿔, 상아 등으로 칼자루를 만들었는데 깎으면서 생긴 뼈 부스러기를 버리는 곳에서는 유난히 잡초가 무성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 현상을 보고 뼛가루를 가져다 밭에 뿌렸다. 과연 채소들도 잘 자랐다. 그 소문이 온 동네에 퍼지자 뼈 부스러기는 동이 났고, 가져가 주기만 해도 고마워하던 칼 공장은 드디어 돈을 받고 팔기 시작했다. 
소문은 온 나라와 다른 나라까지 퍼졌다. 그러자 뼈가 귀해져 심지어 전사한 병사의 뼈까지 파서 썼지만 여론이 나빠지자 중단했다. 이 소문이 퍼지자 독일에서는 납골당 뼈가 송두리째 도둑맞고 유럽 전역에서 인골이 비료 원료로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중국에서도 모택동 시대에 무연고 묘를 파헤쳐서 뼈를 갈아 비료로 쓰도록 정부가 장려했다. 
인산비료의 효과가 얼마나 좋았으면 사람의 뼈까지 파서 썼을까? 요즘 사람들은 이해를 못 할지도 모른다. 돈만 주면 얼마든지 인산비료를 살 수 있다. 또 그동안 인산비료를 많이 주어서 인산을 안 주어도 농사가 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개간지에는 인산을 많이 줘야 한다
1970년대 초, 박 정권은 대대적인 야산 개간 정책을 폈다. 그 당시 필자는 농촌진흥청에 근무하며 경기도 오산의 야산 개간지에 뽕나무를 심고 용성인비의 증시 효과를 시험했다. 시험단지에는 여러 연구원들이 채소와 콩 등 다양한 작물들을 심고 인산비료의 효과를 구명했다. 
개간지 토양의 유효인산은 20ppm에 불과했는데, 적어도 100ppm은 되어야 작물이 정상적으로 성장한다. 우리는 뽕밭에다 표준 인산시비량(11kg/10a)의 무려 15배나 되는 161kg을 주었다. 그 결과 인산의 효과는 표준량보다 첫 해는 약 네 배, 2년째에는 두 배나 많은 뽕잎이 생산되었다. 콩도 두 배나 더 달렸다. 당시 어떤 작물이던지 개간지에서의 인산효과는 놀랄 정도였다. 
1960년대 후반만 해도 야산 개간이 많이 진행되었는데, 특히 강원도에서는 “산으로 가자. 바다로 가자”라는 기치를 내걸고 개간했지만 몇 년이 못 가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인산이 제한 요소(limiting factor)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토양의 모암은 화강암이라 근본적으로 인산이 적다. 그래도 수백 수천 년 내려오면서 가축 분뇨와 인분뇨 등을 주어서 농토에는 어느 정도의 인산이 축적되어 있었다. 당시 개간지를 오래된 밭처럼 빨리 만들기 위해서 인산 증시가 가장 중요하다는 가설은 큰 성공을 거뒀다.

숙전에는 인산을 아껴 줘야 한다
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옥수수 잎과 줄기에서 핏빛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할머니는 이걸 보고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해 주셨다. 

“옛날 옛적에 엄마와 어린 남매가 살았단다. 엄마는 떡장수였는데 장사를 나가면서 아이들에게 당부했어. 누가 와도 문을 열어주면 안 된다고 말이야.” 

우리 남매는 점점 할머니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다. 

“그런데 호랑이가 왔어. 아이들은 호랑이에게 속아서 문을 열어 주었고, 남매는 쫓기면서 하느님께 빌었지. 그러자 동아줄이 내려와서 남매는 하늘로 올랐단다. 뒤늦게 달려온 호랑이도 동아줄에 매달렸어. 하지만 동아줄은 끊어졌고, 호랑이는 옥수숫대에 그만 똥구멍이 꿰이고 말았단다. 그때부터 옥수수가 호랑이 피로 붉게 물든 거야. 알겠니?” 

할머니 말씀처럼 이 땅에서 호랑이가 사라지는 바람에 옥수수의 핏빛도 함께 사라진 것일까? 아니다. 옥수수 잎과 줄기가 핏빛인 것은 인산결핍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70년대에 산지를 개간하면서부터 개간지뿐만 아니라 숙전에도 인산비료를 퍼부었다. 
허지만 너무 많이 주다 보니 지금은 필요한 양보다 많게는 20배 정도가 흙에 축적되었다. 그러는 사이 강과 바다는 오염되었고 붉은빛의 옥수숫대와 잎도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이런 상태에서 인산을 많이 주면 효과도 없거니와 아주 많을 경우에는 아연 부족도 일어날 수 있으므로 농업기술센터에서 분석을 받아보고 알맞게 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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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2024-01-09 13:38:21
간만에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 너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