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고추 재배,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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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고추 재배, 어떻게 할 것인가?
  • 이지우
  • 승인 2024.01.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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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시선

 

고추 재배를 준비해야할 1월이 되었다. 최근 모든 농사가 그렇듯이 기후와 수급이 뒷받침 돼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고추는 특히 그렇다.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추는 매해 경작면적이 줄어들고 있고, 생산량도 일정치 않은데다 수입산과의 경쟁도 맞물려 있어 예측이 쉽지 않다. 월간원예는 4인의 고추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새해 고추 재배에 작지만 도움이 될 실마리를 제공하려고 한다.

 

2023년 고추 재배를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뜻밖의 결과”다. 먼저 생산면적이 줄었고, 탄저병이 기승을 부려 생산량도 줄었지만 시장 가격은 반대로 예년과 다름이 없었다. 재배 농가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쉽지 않은 지난해였다.
먼저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 고추 재배면적은 27,129ha로 전년 29,770ha보다 8.9% 감소했다. 통계청은 생산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고추 재배면적이 감소한 것이라 밝혔다. 고추생산비는 지난 2018년 10a(아르)당 3,665천원에서 2022년 4,324천원으로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오른 자재비와 인건비 등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2023년 27,129ha의 재배면적은 역대 가장 적은 면적으로 기록됐다. 시도별 고추 재배면적은 경북(7,269ha), 전남(4,050ha), 전북(3,106ha), 충남(3,034ha), 충북(2,477ha)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생산량 줄었지만 소비도 줄어
예년과 비슷했던 2023 고추 시세

생산량 측면을 살펴보자면 2023년 고추 생산량은 6만 1,665톤으로 전년의 6만 8,984톤보다 7,319톤, 즉 10.6%가 감소했다. 또한 전년 대비 10a당 생산량은 227kg으로 전년의 232kg 대비 1.9% 감소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피해비율 감소되었으나, 개화·결실기(7~8월)에 많은 비로 주산지역(호남)의 피해가 증가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도별로는 경북이 1만 6,084톤으로 전국 생산량의 26.1%를 차지하며, 전남 7,775톤(12.6%), 전북 7,429톤(12.0%) 순을 기록했다.
지난해 고추 건과 가격은 예년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국 재배면적이 줄어들고, 생산량이 저하되면서 시세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으나 소폭 상승에 그치고 말았다. 농촌경제연구원 양념채소 관측에 따르면 건고추 물량이 많아지는 지난 8월 햇건고추 도매가는 15,360원(600g)으로 전년대비 20%, 평년대비 9.8% 상승했으나 9월 들어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13,000원대(600g)로 내려왔다. 이는 경기불황으로 고추 소비가 오히려 줄어들었고, 중국산 냉동고추를 낮은 관세(27%)로 들여오면서 시세 차익을 감안하고도 판매가가 국산 고춧가루 가격의 절반 밖에 되지 않아 가격경쟁력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경북농업기술원 영양고추연구소 이대홍 연구사 
경북농업기술원 영양고추연구소 이대홍 연구사

철저한 사전 예찰과 신속한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경북 지역은 우리나라 최대 고추 생산지역이며, 영양은 고품질의 건고추를 생산해 그 명성이 높다. 영양고추연구소는 지난 1995년 4월에 설립되었으며, 1996년 9월에 실험연구동 등을 준공하여 우리나라 유일의 고추 전문연구기관으로서의 임무 수행을 시작했다.
이대홍 연구사는 지난해 작황이 좋지 못했던 것은 기후에 따른 농가의 대처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항상 고추 밭과 날씨를 예의주의해야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022년 봄 가뭄에 의한 고온건조한 기후로 고추 바이러스 발생이 증가해 57.4%, 지난해는 30.1%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는 비교적 바이러스가 예년에 비해 낮았지만 앞으로도 봄철 고온건조한 기후 예상되므로 5월, 6월 바이러스 매개충인 진딧물, 총채벌레 동시방제가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작년에 가장 애를 먹은 탄저병에 대한 대비 또한 당부했다. 
“지난해 7~8월 비가 많이 와서, 비에 의한 탄저병 포자 확산이 많이 되었고, 이는 올해도 충분히 예상이 되는 바입니다. 대부분 7월 중순경 초기 피해과가 관찰되며, 이때 빠른 피해과 제거 및 탄저병 약제살포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비 오기 전 탄저병 예방제를 골고루 살포하여 포자의 확산을 막아야 합니다.”
이대홍 연구사는 안정적인 고추재배의 키포인트는 꾸준한 고추밭 예찰과 사전 방제, 그리고 사후 관리에 있다며 올바른 결실을 위해서는 고추밭에 많은 애정을 쏟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수확기까지 늘 관찰하고 방제와 빠른 사후관리가 중요합니다. 또 수확기에도 담배나방 성충 등 피해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농약안전사용 기준을 준수하여 담배나방 약을 살포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추농사는 늘 관찰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리며 2024년 고추 농사에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바랍니다.”

 

사카타코리아 고추연구팀 박경돈 수석연구원
사카타코리아 고추연구팀 박경돈 수석연구원

복합내병계 품종으로 안정적인 재배 이끌어야

2023년 대한민국우수품종상에서 국무총리상에 빛나는 칼라탄 고추를 배출한 사카타코리아 고추연구팀 박경돈 수석연구원. 그는 지난해 초기 저온, 후기 고온다습으로 인한 고추 생육에 어려움이 따른 한해였다며,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시장 위축과 농가의 생산비 상승으로 국내산 고추의 경쟁력에 빨간 불이 상황이라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고추는 국내산과 수입산의 쓰임새에 구분이 있었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외식과 식생활 등에 소비가 줄어들고, 생산비의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점차 수입산 고추에 대한 의존도가 강해지는 추세입니다. 한해 약 20만 톤의 고추가 소비되는데 이 중 수입산이 13만 톤 내외, 국내산이 7만 톤 내외로 국내산 고추의 경쟁력 강호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해 국내 고추 생산은 초기 저온과 중후기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생산량이 저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수확기 탄저병으로 인한 피해지역이 적지 않아 영농에 차질을 빚은 농가가 적지 않았습니다.”
올해 역시 기후의 예측이 쉽지 않고, 탄저병은 물론 칼라병 바이러스 등에 대처하기 위한 농가의 솔루션은 무엇일까? 박경돈 수석연구원은 품질 좋은 복합내병계 품종으로 최소한의 기본적인 대비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작기에 들어서지 않은 현재 농가가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고품질 품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요즘에 고추 품종이 굉장히 많고, 특히 각광을 받고 있는 칼라병, 탄저병 복합내병계 품종이 시장에 난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농가 입장에서 한해 농사를 좌우하는 품종 선택에 있어 복합내병계 품종이라는 이름만 믿고 쉽게 선택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지역 환경과 경험적 측면에서 안정적이라 평가받는 믿을 수 있는 회사가 내놓은 복합내병계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충남 서산시 흥농상사 이병민 대표
충남 서산시 흥농상사 이병민 대표

2024년 고추농사, 재미있는 한해가 되길 바라며

충남 서산시에서 흥농상사를 운영하는 이병민 대표는 지역 일대는 물론 전국에서 이름이 높은 고추 전문가다. 그는 탁월한 시야로 고추 농사 전반을 평가하고, 컨설팅을 통한 농가의 고소득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이병민 대표는 지난해 작황에 양극화가 평하며, 관리를 잘한 농가는 수익성이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지 못한 농가는 분명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 평가했다. 
“고추 농사도 전략적 선택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2022년 말 2023년은 고추 농사를 하는 분들이 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이 좋은 해라고 봤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봤더니 돈을 버는 분들은 벌고, 그렇지 못한 농가는 재미를 보지 못하는 양극화가 일어났습니다. 지난해 농사하기 어려운 해임을 감안하면 올해도 대비를 잘하셔야 하겠죠. 고추가 재미없는 농사라는 인식이 점점 생기는 거 같아 아쉽지만,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혼자 모든걸 결정하시기보다 상담도 받고,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신 후에 전략적인 고추 농사를 하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덧붙여 앞으로 고추농사는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시설과 기능성 품종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기후변화에 가장 좋은 대처방법은 터널, 시설재배와 같이 재배환경을 갖추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복합내병계 품종을 선택해서 기초적인 대비를 하는 것입니다. 관행농사대로 심어놓고 수확기만 기다리면 앞으로는 고추농사가 계속해서 재미없는 농사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해주시고, 재배환경 개선이 비용이 많이 들어서 부담이리사면 적어도 품종 선택에 있어서는 초기 비용을 조금 더 투자하고 재배기간 내내 각종 바이러스와 탄저병 대처에 있어 효과를 보는 것이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감히 조언을 드립니다.”

 

충남 청양군 고추왕 장귀진 대표
충남 청양군 고추왕 장귀진 대표

고추농사,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 이익 뽑아내야

고추로 유명한 고장 충남 청양군에서 고추왕으로 선정된 장귀진 대표. 고추 농사 15년 하면서 이제는 고추농사의 스승님이라 불리며 많은 노하우를 전수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고추 농사에도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노지 관수 재배로 압도적인 생산량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장 대표는 지난해 비가 많이 오고 탄저병이 창궐해 고추농가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해 비축물량인 끝고추의 양이 많지 않아 올해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고추 물량이 유독 적었고, 특히 끝고추가 상태가 안 좋고 물량 자체도 적었습니다. 끝고추가 양이 많으면 그게 비축이 돼서 다음해 시세에도 영향을 끼치는데 2022년보다는 그 물량이 훨씬 적은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농가 여러분이 2024년 고추 농사를 재배할 때 여러 가지 고려해야할 부분이 있지만 일단 재배면적이 줄었고, 비축물량이 적은 것을 감안하면 생산에만 잘 신경 쓰면 작년보다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을 해봅니다.”
장귀진 대표는 고추 재배에 있어 여러 가지 요인을 감안할 때 노지 관수 재배가 제일 효율적일 수 있다며, 관수시설은 적은 돈을 투자하고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이를 추천했다.
“다들 저보고 어떻게 그렇게 많은 물량을 생산하느냐 묻는데 사실 다른 게 없습니다. 이제는 노지라고 해서 심어놓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나둬서는 안됩니다. 날씨에 따른 요인을 생각하고, 물과 양분을 주기적으로 공급해줘야 합니다. 뿌리발근재와 영양공급이 없이 고추생산량이 많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검증된 품종입니다. 주변에서 이 품종이 좋다고 하면 한해 심고, 그 다음에 또 다른 품종이 좋다고 하면 바꿔 심고하는데 이는 결코 좋은 결과를 얻기가 힘들어요. 자기 농지에 맞는 좋은 품종을 소량씩 재배해서 찾고, 한 품종에 대한 노하우를 계속해서 쌓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부디 올 한해 고추재배를 하시는 모든 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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