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에 눈 흘기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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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산에 눈 흘기면 안 돼
  • 월간원예
  • 승인 2024.02.0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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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괜히 인산에 눈을 흘기는 사람들이 많다. 흙에 인산이 너무 축적되어 있어서 무슨 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인산이 200~300mg/kg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흙에는 원래 기껏해야 20밖에 없어서 개간지에서는 인산비료를 주지 않고는 농사를 짓지 못했다. 그래서 70년대부터 인산비료를 너무 주었기 때문에 1000, 시설하우스에서 심한 경우에는 7000ppm이 넘는 경우도 있다.
인산이 많이 축적되어 있으면 문제가 생긴다. 많으면 논에 이끼가 많이 낀다. 세포의 핵을 만드는 성분이라 작물뿐만 아니라 미생물, 특히 병원균에게 꼭 필요한 성분이다. 그래서 인산이 많으면 병에 잘 걸린다. 또 인산이 많다는 것은 오래 농사를 지어서 다른 양분도 덩달아 많이 축적되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염류장해도 생기고 병원균이 많아 연작장해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인산은 다른 양분이 흙에 많을 때 생기는 문제보다는 훨씬 적다. 인산은 여자(-)양분인데, 여자양분끼리의 길항작용은 그리 심각하지 않다. 그러나 남자(+)양분끼리는 매우 심하다. 특히 칼륨(K), 칼슘(Ca), 마그네슘(Mg) 등 세 가지 양분은 매우 심하다. 다시 말하자면 인산은 직접적으로는 해가 거의 없지만, 함께 축적되어 있는 이런 말분들 때문에 해가 생긴다.
인산의 원료가 되는 인광석은 해마다 값이 오른다. 그래서 덜 비쌀 때 미리 사서 흙에 축적해 두자는 학자들도 있다. 흙에 많이 있어도 해가 심각하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흙에 손실이 많아서 실제로는 안 되는 방법이다. 대체로 흙이 인산이 1000 이상이면 인산비료를 주지 말고, 500~1000이면 추천량의 반을 500 이하면 표준량을 주도록 한다. 그러나 흙에 인산이 아무리 많아도 철이나 알루미늄에 붙어 있어서 어린 식물은 바로 이용하지 못하므로 ‘착근비(뿌리를 내리게 하는 비료)’라고 성분량으로 3kg/10a을 꼭 주어야 한다.
칼리를 어떻게 주는 것이 좋을까?
며칠 전에 비료 성분값을 계산하다 깜짝 놀랐다. ‘비료 성분값’이란 “비료 성분 kg당 얼마나 하는가?”를 말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질소-인산-칼리 비료 중에 가장 비싼 비료는 질소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질소를 주면 소출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새 인산-질소-칼리 순으로 비싸졌다. 비료 성분값을 계산하는 공식은 아래와 같다.

비료 값 한 포의 가격/20 X 비료성분/100=비료 성분 kg 당 값

이 공식에 따라 각각의 비료 성분값을 계산하면 아래와 같다.

요소의 경우 1만 4450원/20kg X 46/100=332원/질소 kg 당 값 
용인의 경우 1만 2700/20kgX20/100=127원/인산 kg 당 값 
염가의 경우 2만 2750/20kg X 60/100=682원/칼륨 kg 당 값

계산에 의하면 비료의 성분값은 인산(127원/kg)이 가장 싸고 질소(332원/kg)가 그다음이고, 칼륨(682원/kg)이 가장 비싸서 질소보다 무려 2.1배 높다.

그럼 칼륨의 역할은 무엇일까? 식물의 몸속에 가장 많은 원소는 칼륨이다. 동물에게 나트륨(Na)이 중요한 것처럼 식물에게는 칼륨이 중요하다. 칼륨이 식물의 몸속에서 하는 일은 많다. 잎에 있는 숨구멍을 열고 닫고 한다.

자귀나무가 밤낮으로는 잎을 닫고 여는 것도 칼륨이 하는 이다. 빛을 향해 잎이나 꽃이 움직이는 것도 칼륨의 작용이다. 그러나 흙 속에서 많으면 앞서도 잠깐 말했듯이 칼슘과 마그네슘과 경쟁을 벌이면서 이것들이 조금밖에 뿌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이것을 길항작용이라 하는데, 이것 때문에 칼리비료를 많이 준 목초를 먹은 가축은 근육이 굳어지거나 쓰러지고, 심하면 죽는 병(글라스 테타니병)에 걸리기도 한다. 

가장 비싼 비료, 그러나 우리 흙에 가장 많이 있고, 거기 더 주면 문제가 생기는 비료가 바로 칼륨 성분이다. 그래서 토양검정을 받아서 적당히 주는 것이 현명하다고 충고하는 것이다. 하우스의 경우에는 염화칼리보다 황산칼리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염화칼리의 염소는 미량요소라 작물에 의한 소비가 매우 적어 흙 속에 축적되어 염농도를 높이는 반면에, 황산칼리의 황산기는 다량 원소인데다 맛을 높이는 성분이기도 해서 염소보다 훨씬 영향이 적다.

 

이완주 박사의 <흙 아는 만큼 베푼다>는 우리나라 농촌의 토양 검정 및 처방이 열악하던 시절에 농민들에게 토양의 중요성과 좋은 토양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바이블이었다. 현재는 절판되어 더 이상 만나 볼 수 없다. 따라서 월간원예는 저자의 동의를 얻어 <흙 아는 만큼 베푼다> 내용을 연재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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