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비료는 독일까 약일까?
상태바
화학비료는 독일까 약일까?
  • 월간원예
  • 승인 2024.03.07 12: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흙, 아는 만큼 베푼다 ㉝

 

비료 없이도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지구상 68억 명의 인구 중 10억 명 이상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5초마다 어린이 한 명을 포함해 하루 10만 명씩 굶어 죽는다고 한다. 비료 없이도 농사가 잘 된다면 굶어 죽는 사람은 사라질 것이다. 물론 비료 없이 농사를 지을 수는 있다. 하지만 소출이 지금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서 굶어 죽는 사람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아프리카에 가 보면 한 줌의 비료를 넣지 못해서 한 그루에서 옥수수 한 자루조차 못 따는 나라가 수두룩하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 들어와 큰 비료 공장들이 세워지면서 1990년 중반까지 20년 동안 비료를 많이 주었다. 최근에 와서는 가축이 많아지면서 분뇨 시비가 증가하였다. 그 결과 쌀은 자급되었지만, 흙은 비만에 걸렸고 환경에 도 나쁜 영향을 주었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소비자들은 비료를 해로운 물질로 인식하게 되었고, 일부 농업인들조차도 꺼림칙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전적으로 오해이다. 과용이 빚은 결과일 뿐, 비료가 해로운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는 흙을 분석하고 내 땅에 알맞은 비배관리를 해야 할 때이다. 그래야 우리 자손들에게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지구를 물려줄 수 있다.

비료 없이도 농사 잘 짓던 시절 이야기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은 농업이다. 자그마치 5천년 이상의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오랜 역사 동안 사람들은 한 곳에서 계속 농사를 지으면 소출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떤 땅에서는 3년 만에 농사를 더 이상 지을 수 없게 되지만, 또 어떤 땅에서는 10년을 지어도 소출이 꽤 나온다는 사실도 경험하게 된다. 말하자면 지력의 차를 알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농사를 짓다 소출이 떨어지면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 사람은 적고 땅은 무진장이어서 맘대로 옮겨 다니며 새 땅에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가고 사람이 늘어 맘대로 옮겨 다니지 못하게 되자 너나 할 것없이 좀 더 좋은 흙을 찾아 이동하게 되었다. 결국 인간은 추운 최북단 아이슬란드까지 또 칠레 최남단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땅은 강 어구였다. 원래 있는 흙도 좋지만 상류에서 매년 나는 홍수가 석회 많고 기름진 흙과 유기물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인간은 홍수를 피하면서 몇백 년이고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문명의 발상지가 나일 강, 유프라테스 강, 인더스 강, 그리고 황하 강인 것은 비료 없던 시절 비옥한 흙 덕분이었다.

비료의 조상은 똥이다

농사처를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는 것은 쉬운 노릇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동하던 중 우연히 짐승이나 사람의 똥덩이가 닿은 곳의 곡식이 더 잘 되는 것을 보고 나서 똥이 곡식에 좋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니 똥이 곧 비료의 조상인 셈이다.

사람들은 낙엽이 많이 쌓인 땅에서도 곡식이 잘 된다는 사실도 알아차린다. 그 당시 사람들은 곡식이 낙엽을 그 상태로 빨아먹는다고 믿었다. 유명한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조차 그렇게 알고 있었다, 19세기 초 ‘테어’라는 스위스의 식물영양학자도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다.

1800년대 초에 독일의 식물영양학자 리비히를 비롯한 몇몇 학자들은 유기물을 영양분으로 먹는 동물과 달리, 식물은 미네랄을 먹는다는 ‘무기양분설’을 주장한다. 부식물(유기물)은 일단 분해되어 무기영양소로 바뀐 후에야 흡수된다는 주장이다. 이 사실은 지금도 유효하다.

리비히의 무기양분설이 세상에 알려지자 비료의 개발은 가속화되었다. 무엇보다 식물체를 분해해서 질소, 인산, 칼륨 등 각종 무기성분을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참새는 무엇을 좋아하고 왜가리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먹이주머니를 해부해 보면 다 알 수 있다. 참새의 먹이주머니에는 벼와 풀씨가, 왜가리의 먹이주머니에는 우렁이와 송사리가 들어 있다. 그래서 참새를 기르려면 곡식을 주고, 왜가리에게는 물고기를 주어야 하는 것이다.

식물체를 분석해서 무슨 성분을 얼마나 가지고 있나를 알면 이 식물이 어떤 성분을 얼마나 좋아하는가도 알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잎을 분석해서 즉석에서 양분의 결핍을 알 정도가 되었다.

 

이완주 토양병원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