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 미생물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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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 미생물 활용
  • 월간원예
  • 승인 2003.04.0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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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에서 무사마귀병의 피해를 가장 먼저 받기 시작한 밭이 바로 우리 밭이다. 그 병이 생기면서 순간적으로 심각성을 알아차렸다. 한때는 전국 고랭지 배추 최고의 산지라고 일컬어지던 한 지역이 이무사마귀병과 뒤이은 더 무시무시한 흑반병의 확산으로 생산을 포기해야했다. 그래서 고랭지 배추의 명성을 이 지역이 이어받게 되었는데 다시 우리에게도 그런 과정이 반복되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했다.
무사마귀병과 흑반병의 피해가 이 지역을 강타하고 있는데 아직 그런 병의 발생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병의 발생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히는데 실패를 했지만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그 원인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안다. 농약과 화학비료, 그리고 거기에다 각종 항생제까지 동원한 배추농사가 장기간 지속된 결과라는 사실이다. 땅이 죽어 간다는 사실의 반증은 병발생의 횟수와 정도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삼척, 태백지역에 새바람
태백, 삼척지역에 자연농업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99년 3월에 자연농업 회원들만으로 구성된 고랭지 자연농업 배추연구회를 결성했는데 참가인원이 350명을 넘어섰다. 아마 태백, 삼척지역의 고랭지 배추 농사꾼의 10% 정도가 우리 모임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게 된 원인이 있었다. 귀네미라고 해발 1,200m 고지에 조성된 30여만 평의 배추 산지는 전국최고의 배추산지로 알려진 곳이다. 이 곳에서 자연농업 회원들이 월등히 좋은 작황을 수년째 이어 온 결과이다. 무사마귀병으로 온 지역밭이 박살나는 상황에서 자연농업 농가들의 밭만 독야청청 그 싱싱함을 유지했던 것이다.
“왜 저 집은 무사마귀가 없는가?”
호기심과 질투심 어린 질문이 그들을 자연농업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그러면서 농약과 화학비료, 항생제의 사용이 그 병의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감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토착미생물·종자처리로 극복
무사마귀 방제약이 나와 있지만, 그 약이 효과가 있었으면 무사마귀병은 근절이 되었겠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없었다. 300평용 한 포에 십만 오천원인데 100평에 한 포를 뿌려야 그나마 효과를 보는 실정이었다. 농약으로 병든 땅에, 농약으로 방제를 더 독하게 해대야하는 악순환을 견딜 수 없었다. ‘나 이제 무사마귀병약 안 쓴다’라고 선언을 하고 괴산의 자연농업생활학교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전 하장농협조합장이셨고 이 지역에 최초로 자연농업을 알리신 신창선님의 권유로 자연농업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데, 자연농업 연찬을 받고 난 후 지금까지 무사마귀병약을 한 숟가락도 사용해 보질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 밭은 무사마귀병을 능히 견디어 내고 있다.
토착미생물과 종자처리의 효과이다. 5만 5천평의 넓은 경작지에 자연농업을 적용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첫해는 상토 만들 때 토착미생물을 활용하고 정식 전 종자처리를 한 것뿐이다.
무사마귀가 밭 한귀퉁이만 보일 뿐 그 넓은 밭이 싱싱하게 마지막까지 생장을 이어가는 것이다. 비싼 돈 들여 미생물농약을 사 쓴 것도 아니고 그저 산에서 가져온 토착미생물을 배양해 활용한 것뿐인데 그렇게 효과가 좋을지는 몰랐다. 그야말로 ‘맨손으로 비비는 마술’ 그 자체였다.
그리하여 나의 농업관은 완전히 변했다. 자연농업만이 살길이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더욱 깊숙이 자연농업을 연구하고 적용하기 시작했다.
야심찬 계획 또 하나의 성공-자가상토 실현
한 번에 170만개의 묘를 생산해 냈다. 1년에 상토구입비만도 천 오백만원 정도 들어갔다. 고랭지 배추는 면적이 큰 만큼 투입비용이 만만치 않다. 나의 경우 5만 5천 평 농사에 연 2억원 정도의 영농비가 들어간다. 한 해 농사를 망친다는 것을 몇 억을 날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자연농업으로의 모험을 결단하기도 쉽기 않다.
자연농업에 대한 확신을 얻은 후 상토를 자가상토로 전환하기로 결심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이 지역 회원들은 이제 거의 자가상토를 활용하게 되었다.
이렇게 작업을 했다.
①15톤 덤프트럭 36대분의 황토와 30여 톤의 커팅된 쑥을 섞어 노지에 산처럼 쌓아 놓는다. ②쌓인 흙더미 위에 쌀겨로 배양한 토착미생물을 흩뿌려 준다. ③지난해 사용하다 남은 한방영양제와 천혜녹즙 등의 부산물을 골고루 뿌려 주고 그 위에 종자처리액을 흠뻑 뿌려 준다. ④지렁이가 많은 곳의 흙을 1톤 정도 위에다 뿌려준다. (지렁이 접종) ⑤콩대, 깻잎, 짚 등 부산물로 덮는다. ⑥콩을 심는다(질소고정 박테리아 접종), 콩이 아니면 잡풀도 무방 ⑦1년간 노지에서 방치 ⑧봄에 흙더미 상층부에서 15㎝ 정도의 흙을 긁어 낸다. (15톤차로 3∼4차 나와) ⑨긁어 낸 흙을 채로 쳐 골라 내고 그와 같은 양의 갈은 왕겨를 섞어 상토를 완성한다. ⑩잔여 흙더미 위에 위 작업(②∼⑨)을 해 반복하여 긁어 쓴다. ⑪이렇게 한 번 작업으로 1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상토 완성.
참 황당한 방법을 썼구나 생각되겠지만, 비용도 상토 구입비의 1/3정도밖에 안들고 효과는 그 이상이다. 수입상토는 씨앗 파종 후 20∼23일 내에 내다 심어야 된다. 안 그러면 뿌리가 다 죽게 된다. 자가상토는 40∼50일을 가서 심어도 상관없다. 오히려 모판에서 엽수를 증가시켜 정식을 할 수 있어서 유리하다. 내년에는 모판에서 30일을 넘겨 10∼13엽 정도를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쑥의 해독작용과 지렁이 응용
상토를 만드는데 쑥은 왜 넣었냐고들 한다. 막연한 생각이긴 했는데 쑥이 해독작용이 있기 때문에 토양에 들어가 그 능력을 발휘하길 바라는 것이다.
과연 그 효과가 있었을까하는 의문이지만 육묘에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쑥에 함유된 미네랄 성분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지렁이는 1년 중 70㎏에 가까운 흙을 먹는다고 들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지렁이 100마리면 7,000㎏의 흙 똥을 배출한다는 계산이 된다. 그 계산대로면 우리 상토는 거의 지렁이 똥으로 만들어졌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한 해가 지나 겉흙을 상토로 15㎝정도 긁어 사용할 때 보면 지렁이가 50㎝이상 깊이에서도 살고 있다. 상토도 자급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갖게 된 것은 자연농업 방식에 익숙해진 결과다. 업자들은 정품상토의 효과와 특성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은연 중 옛날식으로 흙을 가지고 상토를 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다고 겁을 주기도 한다. 그런 말 듣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서 사서 쓰자’로 가게 된다.
자연농업은 우리에게 단호히 되돌아설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해 준 것이다. 자연농업식 자가상토가 수입상토보다 더 좋다는 것을 입증했으니 우리의 시도는 일단 성공이다.

수분함량 73%에 맞는 엽면시비
작물이 갖고 있는 수분함량에 의거해서 자연농업 자재의 희석배수를 신축성 있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현미식초를 사용해 본 결과 100배로 살포를 해도 피해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병해충을 방지하기 위해서 활용할 때는 농도를 높인다. 현미식초를 그렇게 사용하면 배추벌레 등 웬만한 해충피해는 막아 낼 수 있다. 고랭지 배추는 80일 사이에 길러 내는 작물이기에 순간 생육상홍에 예민한 대응방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추후 한국 배추농사의 교본을 만들어 낼 생각으로 자료를 정리하고 농가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들을 하고 있다. 언젠가는 농약과 화학비료에서 최대한 자유스러울 수 있는 농사를 실현해 보일 계획이다.
<다음호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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