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고냉지 배추밭 그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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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고냉지 배추밭 그곳에 가고 싶다"
  • 월간원예
  • 승인 2009.04.0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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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그 낭만의 능선서 가을을 느끼다
아침 저녁으로 불어 드는 선선한 바람이 가을을 예고한다. 후텁지근한 무더위가 언제였던가 싶을 만큼 자연은 이미 가을배추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9월, 이즈음은 호젓한 여정을 맛볼 수 있어 매력 있다. 해발 600~700m의 강원도 태백은 초가을 '쿨 기행'을 떠나기에 최적지이다. 마음은 원고마감에 쫓겨 다급했지만, 펼쳐진 풍경이 여유로워서일까.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광이 정겹기만 하다. 따사로운 늦여름 햇살 아래 경사진 밭둔덕, 논다랭이에서는 수확을 앞둔 배추, 콩과 벼가 여물어 가고 있다.

이 맘때 태백에서는 보기 드문 전경을 만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고랭지 배추밭.
 강원도 산촌 속에 펼쳐지는 낭만의 능선은 가히 장관이다. 산봉우리 일대에 펼쳐진 연초록 배추밭은 고원의 싱그러움을 가득 담아낸다. 비단을 걸친 듯한 산봉들의 웅숭깊은 풍광 사이로 등마루 따라 펼쳐진 배추밭을 찾아가 보았다.

 

아 ~ 하늘 아래 온통 배추 세상이구나!
태백에서 정선 쪽으로 넘어 가는 길에 만나는 싸리재에서는 흔치 않은 풍광을 마주하게 된다. 맞은 편 산정 부근에 펼쳐진 연초록의 민둥산이 볼거리이다. 주변 산지는 진초록 숲을 이룬 것과는 달리 산릉 허리 부위가 연한 초록색 배추밭이다. ‘저렇게 높은 곳에 밭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하늘 위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풍경을 연출한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한 경이로운 풍경의 하늘 마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 하늘 아래 온통 배추 천지란 말이 틀리지 않을 정도로 이 높은 곳에서 목격한 채소밭의 존재는 상상조차 불허하는 놀라움 그 자체다.

전 국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해발 1,305m) 밭이자 맛 좋은 배추가 난다는 태백 고랭지 채소밭이다. 태백 고랭지 채소밭의 배추 맛이 유독 좋은 것은 물 빠짐이 좋고 일교차가 크기 때문이다. 채소밭 사이로 비좁게 만들어진 샛길을 따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저 멀리 골짜기를 사이에 둔 건너편 산허리에서는 배추를 수확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눈앞 풍경처럼 시원스레 펼쳐졌다. 또 해가 구름 속으로 숨었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변화무쌍한 하늘은 화려하고 분주해 보였다. 손에 잡힐 듯 펼쳐지는 신비한 풍경 앞에서 한동안 넋을 잃고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나 행복했다.

 

고냉지 배추에서 삶의 무게를 생각하다
구비구비 경사 70~80도는 족히 되어 보이는 산비탈마다 꼭대기까지 심어진 퍼런 배추밭에 눈길이 닿았다. 경운기나 트랙터로는 도저히 밭을 갈 수 없는 경사진 곳이었다. 저런 곳에다 어떻게 배추를 심었단 말인가? 아마 평야지대에선 이미 도구로서의 효용을 상실해 버린 쟁기로 땅을 갈아 고랑을 내고, 괭이로 흙을 부수고 해서 배추를 심었으리라. 공동경작과 품앗이를 통해서 말이다. 도회지에 사는 우리들은 올 가을에도 보나마나 배추 값이 비싸니 싸니, 올해는 배추 값이 비싸서 4인 가족 대비 김장값은 얼마가 들 것이라는 등 호들갑을 떨어댈 것이다.

그러나 기회가 있거든 강원도 태백을 가보라. 가서 그 급경사진 산비알에 펼쳐진 배추밭을 바라보시라. 그러면 배추와 그것을 키우는 사람들의 노동의 존엄함에 가슴을 적실 것이다. 우리모두 본래는 흙의 자식이 아니던가. 그러니 여름이면 고랭지 배추로 김치를 담아 먹는 이 나라 사람이라면 어떻게 난간에 걸쳐진 빨래 같이 아슬아슬하게 경사진 배추밭들 앞에서 어찌 경건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고냉지 배추 농사는 6월부터 시작된다. 6월에 파종해 9월까지 출하한다. 하지만 매봉산은 10월이면 기온이 크게 낮아져 1년에 한 번 재배로 끝이 난다. 면적이 132만㎡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랭지 채소단지다. 그 위에서 힘차게 돌아가는 풍력 발전기. 광고 화면에서나 볼 수 있는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풍광이다. 끝없이 펼쳐진 짙푸른 배추밭 위에 하얀 풍력 발전기가 돌고 있어 맑은 날이면 초록의 대지와 하얀 발전기가 어우려져 시원스럽고 무척 아름답기까지 하다.

사시사철 태백 준령을 넘어오는 바람으로 돌아가는 풍력 발전소는 1대당 연간 1천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양의 무공해 전기를 만들어낸다. 마치 고랭지 배추처럼 맑고 깨끗한 기운을 받아 싱싱하고 맛있는 전기를 만들어 낸다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요즈음은 백두대간의 등마루를 따라 설치된 높이 50m의 풍력발전기(52v/850kw) 8기의 날개(반경 26m)가 돌아가는 이국적인 풍경을 보기 위해 자동차로 해발 1,250m까지 올라와 관광을 즐기기도 한다고. 전망대에서 서니 시원한 바람이 온 몸을 감싼다. 내 안에 가득 찼던 도시의 후텁지근한 기운이 한꺼번에 날아가 버리는 듯한 기분이다. 
취재/이미경 기자wonye@hort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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