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는 시의원 ‘국가 대표 행복한 문경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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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시의원 ‘국가 대표 행복한 문경 사과’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7.10.31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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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시 산터미농원 이응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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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공주가 건네는 듯 한 사과 브랜드가 있다.
경북 문경시의 공식 사과 브랜드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 사과’다.
이응천 문경시의원은 이보다 더 독특한 브랜드로
사과 농사의 승부를 보고 있다.

[이나래 기자]

문경시의회 사무국을 나선 이응천 시의원은 양복 차림으로 트럭에 올라타 과수원으로 향했다.
경북 문경시 호계면 산터미농원에서 이응천 시의원은 25년째 사과 농사를 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과수원은 산비탈에 조성된 ‘감홍’ 사과 과수원이다. 조금 떨어진 인근의 밭에선 ‘후지’ 사과를 재배 중이다.


사과축제 손님들 앞 다퉈 사먹는
‘국가 대표 행복한 문경 사과’

때마침 문경사과축제가 열리는 기간, 산터미농원에선 짙은 자줏빛으로 익은 ‘감홍’ 사과가 시선을 끌었다. 이곳에 6년생 ‘감홍’ 사과나무 650그루가 자라고 있다. 유난히 가물었던 올해 감홍 사과는 지극히 달콤하다.
“같은 나무에서도 남향으로 열린 사과와 북향으로 열린 사과의 맛이 다릅니다. 남쪽을 향해 큰 사과 맛이 아무래도 더 좋지요.”

 

경북 문경시 호계면 산터미농원에 ‘감홍’ 품종 사과나무가 재배되고 있다. 조성 6년차 현재 연간 목표 수확량은 약 9t이다.


당도가 17Brix에 달하는 ‘감홍’ 사과는 자두처럼 짙은 붉은색으로 익었을 때 가장 맛있다. 올해는 늦여름에 연이어 비가 오는 바람에 탄저병 피해를 입었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잘 견뎌준 나무가 고맙다고.
“탄저병 걸린 사과를 따내며 정말로 망연자실 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수확할 수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산터미농원의 ‘감홍’ 사과 목표 수확량은 연 8.5t이다. 기상 조건에 따라 수확량이 달라져도 인기만은 매년 변함없다. 올해 사과축제 행사장에서 운영한 산터미농원 직거래 부스는 사과를 사려는 손님들이 줄을 섰다. 한 번 보면 바로 기억될 만큼 독특한 ‘국가 대표 행복한 문경 사과’ 브랜드가 더욱 눈길을 잡아끄는 것으로 분석된다.


착색제, 화학비료, 영양제 없이 키워
검은콩 멸치 트랩으로 노린재 방제

산터미농원은 산비탈에 위치해 있다 보니 멧돼지 피해가 많았다. 그래서 과수원 주변에 울타리를 꼼꼼히 둘러쳤다. 덕분에 이제 멧돼지가 얼씬도 못 한다.
노린재 피해도 만만찮았다. 과수원 경계에 아카시아 나무가 심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카시아의 달콤한 꿀 냄새가 노린재를 끌어 모아 피해가 컸다.

 

문경새재도립공원 근방에 최근 신축한 농업회사법인 (주)애플의 직거래 판매장. 콘테이너를 사용해 젊은층 취향에 맞게 디자인했다.


“아카시아 나무는 노린재 피해를 유발하고, 호두나무처럼 잎사귀가 큰 나무는 병해충이 숨기 좋아요.”
문경시농업기술센터에서 20여 년간 사과 재배기술 보급을 담당한 김경훈 계장의 설명이다. 그래서 이응천 시의원은 내년에 아카시아 나무를 베어낼 계획이다.


현재 산터미농원에선 노린재 방제를 위해 두 가지 농자재를 쓰고 있다. 한 가지는 여느 과수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페로몬 트랩이고, 다른 한 가지는 이응천 의원이 직접 제작한 검은콩 멸치 오징어 트랩이다.
“노린재는 비린내를 좋아합니다. 삶지 않은 검은콩 10개와 생멸치 3마리, 마른 오징어 조각을 섞어 통에 담아두면 노린재들이 냄새를 맡고 달려들어요.”
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 돈도 적게 들고, 효과도 꽤 좋아 만족한다고.

 

10월 열린 문경사과축제에서 ‘국가 대표 행복한 문경사과’ 가 눈길을 끌었다. 이응천 문경시의원(왼쪽)이 사과를 홍보했다.


반면 이곳에서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 농자재가 있다. 바로 착색제, 화학 비료를 포함한 일체의 퇴비, 그리고 영양제다. 이것은 문경시농업기술센터 사과 연구 담당 직원들의 기술 지도 원칙이기도 하다. 문경시와 문경시의 선도 농업인들은 ‘퇴비 무투입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토양을 산성화하고 웃자란 가지를 유발하는 화학비료 사용을 지양하고, 정지·전정 기술로 햇빛과 통풍을 관리해 사과가 맛있다.


“감홍 사과는 비록 맛이 뛰어나지만 고두병이 잘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어 고민이었습니다. 문경시 농가들은 일본 기후현의 독농가와 교류하며 우수 전정기술을 배워 실력을 쌓았습니다.”
김경훈 계장은 수세 관리, 특히 잎 수 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잎사귀는 양분 공급과 열과 방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경시농업기술센터에서 20여 년 동안 사과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김경훈 계장이 ‘감홍’ 사과 재배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현재 문경시의 ‘감홍’ 사과 재배 면적이 240ha에 달하는데, 이렇게 넓은 면적에서 별다른 고두병 피해 없이 고품질 감홍 사과를 수확할 수 있기까지 문경시농업기술센터의 노력이 있었다. 덕분에 센터에서 운영하는 야간 사과농업대학 과정은 정규 수강생 외에 청강생만 150명이 될 정도로 인기 만점이다.
 
“앞으로 저의 목표는 품질이 균일한 사과 상품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돈을 받고 사과를 판다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응천 시의원은 사과들 맛, 크기, 색깔이 일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과를 구입한 소비자가 다음번에도 품질을 믿고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고.


“품질이 제각각인 사과를 한 상자(15kg)에 3만원씩 파는 것보단, 품질이 일정한 사과를 한 상자에 3만 5000원씩 받고 파는 게 농업인과 소비자에게 더 좋은 것 아닐까요?”
앞으로는 신선 편이 사과 유통산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농업회사법인 (주)애플을 운영하는 아내 김순자 대표와 함께 이응천 의원은 더욱 밝은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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