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삼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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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삼각산
  • 월간원예
  • 승인 2009.06.0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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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모습,  당신은 내 인생입니다

아들아,
목 놓아 울부짖던 당신의 각혈 같은 음성이
아직도 들리는 듯합니다.
울긋불긋 고깔 쓴 축일(祝日)에
소복 입은 당신은 흡사 하얗게 핀 산철쭉 같습니다.

어머니!
간밤에 내리던 빗소리에 섞여 희미하게 들린 듯 말듯하던 아들의 절규가 하얀 눈이 되어 꽃잎으로 쌓였습니다.

당신의 목 놓음과
아들의 절규가 한데 어우러진
5월이,
이제 여기 있습니다.
죽은 者와
살아남은 者,
앞장섰던 者와
몰래 숨었던 者.
깊은 기억과 상처로
삼각산은 소복을 입었습니다.

오늘,
광주(光州)의 5월을 맞으며
흰꽃과 붉은꽃을 촬영했습니다.

80년 5월을 지켜봤던 삼각산에도
흰꽃과 붉은꽃이 동시에 피어났습니다.

“우리 집 큰딸 시집갈 때 장롱 해 줄라고 심었구만.”

자랑하시던 사립문 옆 오동나무도
주렁주렁 꽃등 달고,


“용환 네 집에서 얻어왔다.” 하시던
꽃창포도 피었습니다.

어머니,
뒷산에서 뜯어다 장독 옆에 심어놨던
넉줄고사리가 파랗게 돋아나 듯
당신 마음 파랗게 풀리시길 기도합니다.

 

꽃은 언젠가 꼭 지긴 하되
은은하거나 찬란하거나
제 성품대로 향기 피우다가
한번쯤 마음 흔들어 놓고 진다.

해는 뜨거나 지거나 늘 그런 해라도
하루에 한번은 붉은 빛 길게 늘이며
뒤에 남는 모든 것을 위해
간절하고 찬란하게 축원하다가
한번쯤 마음 흔들어 놓고 기운다.

꽃 지고 해 지되 그렇게 지고 기울 듯
나도 한번쯤 그대 위한 한줄의 글
떨리는 마음 아름다운 영혼 고르고 골라
아낌없이 내보이다가
한번쯤 그대 마음 흔들어 놓고 떠나고 싶다
삶에, 미련에, 떠나는 모든 것에 대해
연연하지 않으며 가다가도
그대와 함께
가슴 저리게 흔들리며 지고 싶다.

- 그래도 좋은 인연/ 박찬익 - 

 

아, 아,
아름다우신 당신, 당신.
108 번뇌 벗으시고
환생(還生)하소서.
당신은 내 인생입니다.

 

글·사진 | 들꽃세상 대표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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