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 있는 풍경 I장사도
길에게 묻다
길에게 묻다.
넌 괜찮으냐고.
넌 안전하냐고.
아무도 검증 못한
두려움을
넌 이겨내고 있냐고.
넌 이길 수 있냐고.
묻고 있다.
길에게 묻다.
허허로운 가슴에
담아
사랑하고 있는 것도
사랑이냐고.
한번 만난 적 없는
얼굴을
제 마음대로
사랑하는 것도 사랑이냐고.
묻다.
묻고 있다.
길에게 묻다.
넌 괜찮으냐고.
넌 안전하냐고.
아무도 검증 못한
두려움을
넌 이겨내고 있냐고.
넌 이길 수 있냐고.
묻고 있다.
지난달,
큰 별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삶과 죽음도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느냐 하시던
그분도
선문답(禪問答) 하셨을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고 누가 말했었지요.
그래서 나는 물속에 살기로 했지요
날마다 물속에서 물만 먹고 살았지요
물 먹고 사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요.
물보라는 길게 물을 뿜어
올리고
물결은 출렁대며 소용돌이쳤지요
누가 돌을 던지기라도 하면
파문은 나에게까지 번졌지요
물소리 바뀌고 물살은 또 솟구쳤지요
그때 나는 웅덩이 속 송사리 떼를 생각했지요.
연어 떼들을 떠올리기도 했지요
그러다 문득 물가의 잡초들을 힐끗 보았지요.
쪹장사도(長蛇島)는 거제시 남부 항에서 배로 약 8분 거리에 있으며 누에처럼 보이는 섬 입니다.
눈비에 젖고 바람에 떨고 있었지요.
누구의 생도 물 같지는 않았지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건 물같이 사는 것 이었지요.
그때서야 어려운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걸 겨우 알았지요.
물 먹고 산다는 것은 물같이 산다는 것과 달랐지요.
물 먹고 살수록 삶은 더 파도쳤지요
오늘도 나는 물속에서 자맥질하지요
물같이 흐르고 싶어, 흘러가고 싶어
- 물에게 길을 묻다/ 천양희 -
가장 큰 즐거움은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라고 누가 말했었지요.
그래서 나는 사람으로 살기로 했지요
날마다 살기 위해 일만 하고 살았지요.
일만 하고 사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요.
일터는 오래 바람 잘 날 없고
인파는 술렁이며 소용돌이쳤지요
누가 목소리를 높이기라도 하면
소리는 나에게까지 울렸지요
일자리 바뀌고 삶은 또 솟구쳤지요
그때 나는 지하 속 노숙자들을 생각했지요.
실직자들을 떠올리기도 했지요
그러다 문득 길가의 취객들을 힐끗 보았지요.
어둠 속에 웅크리고 추위에 떨고 있었지요.
누구의 생도 똑같지는 않았지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람같이 사는 것이었지요.
그때서야 어려운 것이
즐거울 수도 있다는 걸 겨우 알았지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사람같이 산다는 것과 달랐지요.
사람으로 살수록 삶은 더 붐볐지요
오늘도 나는 사람 속에서 아우성치지요
사람같이 살고 싶어, 살아가고 싶어
- 삶에게 길을 묻다/천양희-
장사도(長蛇島)에서 거닐던 한 낮.
당신의 떠남이 가슴 미어지게 떠올랐습니다.
아, 아,
당신, 당신.
부디 평안하소서.
너에게
자,
손 내밀어봐
따뜻하지?
네 손도 참 따뜻하구나.
그렇게
만났던가.
네 작은 모습
가슴에 품고 다니다
거제의 짙푸른 바다에
바람과 함께 놓아주었지.
언젠가
널 볼 수 있을거라
기대하며,
믿으며,
오늘도
손 내민다.
너에게.
자,
손 내밀어봐
따뜻하지?
네 손도 참 따뜻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