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부가 키운 국산 체리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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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부가 키운 국산 체리 ‘최고’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8.04.27 11: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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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별농장 지완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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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농사를 짓다가 체리 농사를 시작한 별농장봄이면 하얀 체리 꽃이 피는 풍경과 6월에 익는 붉은 체리가 손님들을 끌어 모은다.

 

경기 평택시 별농장 지완근 대표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경기 평택시 팽성읍 별농장. 총 면적 3.3ha의 드넓은 과수원에 4월이면 하얀 체리 꽃이 지천으로 핀다.

다가올 6월은 체리 수확 체험을 하러 온 손님들로 붐빌 예정이다. 체리 체험은 별농장이 유명해진 계기 중 하나다.

“처음엔 다들 평택에서 체리 농사가 되겠느냐고 했습니다.” 남들이 뭐라 하든 체리 농사를 시작할 수 있었던 요인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다. 십여 년 동안 이어온 배 농사 경험으로 과수 농사에 자신감이 있었다. 결국 별농장의 시도는 성공했다.

별농장에서 재배한 ‘좌등금’ 체리. 서양 앵두란 뜻의 ‘양앵두’라 불리며 단맛이 강해 식후 디저트로 좋다.(사진=별농장)

 

양앵두’라 불리는 국산 체리

외국산보다 맛있다고 호평

지완근 별농장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소가 좋았다. 천안에 있는 국립종축원에서 소들이 뛰어노는 걸 보고 자랐다. 그래서 학교 졸업 후 목장을 운영했다.

20년 동안 낙농업을 하던 중 과수 농사에 관심이 생겼다. 항상 소들을 보살펴야 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 농사를 시작했다. 뭐든지 한 번 시작하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격 때문에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천안 최초로 배 밀식 재배 기술을 도입해 전국으로 강연도 많이 다녔다. 배 농사로 얻은 소득도 꽤 많았다.

그 무렵 평택으로 이사를 해 복숭아 농사로 품목을 바꿨다. 알고 지내던 교수님이 ‘외상으로 땅을 사서 복숭아를 심고, 그 복숭아를 따서 땅값을 갚으라’고 권유할 만큼 복숭아 수입이 짭짤하던 때였다. 정부의 묘목 구입비 지원까지 받아 앨버트 복숭아 나무를 심었는데, 다른 농가들도 너도나도 복숭아를 심는 바람에 얼마 안 가 홍수 출하로 복숭아 값이 바닥을 쳤다. 결국 복숭아 과수원을 폐원했다.

체리꽃은 흡사 배꽃과 비슷하다. 신고 배꽃과 달리 꽃가루가 풍부하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과 함께 들른 마트에서 수입 체리에 눈길이 갔다. 체리 가격표에 ‘300g에 1만원’이라 붙어있는 걸 보고 ‘이건 대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리 농사를 잘만 하면 고소득을 얻겠다는 확신이 섰다.

양앵두라 불리며 일본이 원산인 체리 ‘좌등금’ 품종 나무를 심었다. 해마다 4월이면 인공 수분하느라 ‘전쟁’을 치러야 하는 배와 달리, 벌통만 풀어두면 저절로 수분이 되는 게 너무나 편리했다. 일 년에 두 번씩 팔이 저리도록 전정할 필요가 없는 것도 좋았다.

 

6월 체리 수확 체험 인기

어린이 눈높이 맞춘 시설 눈길

총 면적 3.3ha(1만평)나 되는 곳에서 체리를 일일이 수확하자니 일손이 부족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체험 프로그램이다. 체험비를 받고, 체리를 마음껏 따서 먹고 가져갈 수 있게 했다. 국내에서 흔치 않은 체리 체험이 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수확철이 되면 하루에 수백 명씩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체험 손님들 편의를 위해 농장 진출입로를 아스팔트로 반듯하게 포장했다.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춘 각종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구해서 농장 곳곳에 진열했다. 소나무에 나무 그네를 만들어 매다는 등 노력을 모든 노력을 동원했다. 남녀 칸이 구분된 간이 화장실도 농장 한켠에 설치했다. 덕분에 농장 홈페이지는 언제나 손님들로 붐빈다.

“붉은 수입 체리만 먹어본 손님들은 노랗고 작은 국산 체리를 처음에 보고 갸우뚱해도, 막상 먹어본 후에는 국산 체리만 찾으시더군요.”

평택시 농촌체험 관광 농장으로 지정된 별농장. 손님들 편의를 위해 농장 진입로를 포장하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놀이 시설과 소품을 배치했다. 수확 체험 시기는 6월이다.

국산 좌등금 체리는 국내 대형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입 체리와는 색깔도 크기도 다르다. 수입 체리는 보랏빛에 가까울 만큼 붉고 알도 크지만, 국산은 다 익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란색이 돈다. 그래서 ‘덜 익은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곤 하지만 맛을 보면 확실히 달다.

국산 체리의 장점은 수확 후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먼 외국에서 수입되는 체리는 수확 후 썩지 않게 하는 처리를 거친 후 오랜 시간 배를 타고 도착한다. 반면 별농장 체리는 딴 자리에서 바로 먹는, 글자 그대로 ‘신선’ 과일이다.

별농장 체리는 품종별로 1kg에 2만~2만5000원에 판매한다. 짙붉은 수입 체리와 달리 알록달록한 색깔이 식욕을 더욱 자극한다.

 

“유럽에 가보니 체리가 싸고 맛있어서 배터지게 먹고 왔다는 지인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평가를 들을 수 있게 제가 시도해 보고 싶었습니다.”

체리가 몸에 좋고 맛있다면 구태여 외화 낭비를 하지 않고, 국내에서 재배된 걸 먹이고 싶었다는 지완근 대표.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먹거리 주권 확보에 일조하는 것이 그의 큰 포부다.

물론 체리농사가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 체리나무를 심었을 때는 너무 깊이 심는 바람에 파내서 다시 심기도 했다. 그런 시행착오가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체리 농사가 반응이 좋자 주변에서 체리를 배우겠다는 사람이 늘어, 별농장 주도로 평택체리연구회도 조성됐다.

경기 평택시 팽성읍 별농장은 총 면적 3.3ha의 과수원에 체리를 재배한다. 4월에 꽃이 피어 6월에 수확한다.

“신토불이를 우습게 아는 국민은 우스운 국민이 되는 겁니다.” 우리 땅에서 키운 신선 농산물의 가치를 몰라주고, 단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선뜻 수입 농산물을 사먹는 소비 풍토에 일침도 가했다.

외국에선 체리를 수확 후 급속히 냉동하여 가정에 보관하며 두고두고 먹는다고 귀띔한다. 체리는 비타민 C도 풍부하지만 진통 효과가 뛰어나, 두통이나 관절통 발생시 진통제 대신 먹는 풍습이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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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숙 2018-05-21 00:33:35
30분 체험 컵통 1개 2만원 넘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