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키운 매실로 전통 음식 만들어요”
상태바
“직접 키운 매실로 전통 음식 만들어요”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8.04.27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남 천안시 봉주로매실농원 강명자 대표

더 많은 원예소식은 월간원예 홈페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배가 아프면 매실액을 물에 타 먹었다. 매실 불모지인 천안에서 매실을 농사해 전통 요리를 만드는 귀농인 농가를 방문했다.

 

충남 천안시 봉주로매실농원 강명자 대표

“천안에서 매실 농사가 돼요?”

봉주로 매실농원 강명자 대표가 많이 듣던 말이다. 천안시내에서 사업을 하다 남편과 함께 귀농한 지 어느덧 16년. 포도와 자두 농사를 하다 접고, 매실 농사로 품목을 바꿨다.

귀농 후 식당을 함께 운영한다. 매실을 좋아하고, 매실로 만든 식재료를 사용해 식당 이름도 매실농원이다. 솜씨와 열정을 인정받아 천안시 전통 음식 체험장으로 지정됐다.

 

포도 대신 선택한 매실 농사

가공해서 식당 음식 재료로 써

매실농원이 자리한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은 옛날부터 거봉 포도 주산지였다. 강명자 대표도 처음엔 포도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일손이 부족하고 수익도 만족스럽지 않아 자두 농사로 전환했다. 그런데 자두는 농약을 많이 쳐야 했다. 할 수 없이 다시 품목을 바꿨다. 고심 끝에 매실 농사를 택했다.

강명자 대표가 매실나무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중부 지방인 천안에서는 6월 10일 경부터 매실을 수확한다.

“매실나무 500그루를 심었어요. 그런데 생과로 팔려니 수확하는 인건비도 안 나와 가공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매실청을 담가 판매하고, 전통 요리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어렵게 농사를 지었지만, 매실 주산지가 아닌 곳에서 판로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수확 후 쉽게 색깔이 변하는 매실 특성상 직거래도 어려웠다. 매실은 열매에 아주 작은 상처만 있어도 금방 ‘썩은’ 것처럼 변하기 때문이다. 결국 식당을 운영하기로 결심했다.

판매 메뉴는 꽃게장, 쌈밥 정식 등이다. 모든 요리에는 직접 담근 매실청이나 매실 식초 등을 쓴다. 공장에서 만드는 매실청보다 훨씬 깊은 맛이 나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 음식상에 올리는 쌈채도 대부분 직접 텃밭에서 재배한 것이다.

 

“매실청 담근 지 1~2년 돼야 제맛”

맞벌이 부부 비율이 낮았던 시절엔, 집집마다 직접 매실청을 담가 쓰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직장 생활 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매실청 수요도 줄었다고 강명자 대표는 아쉬움을 표했다. 바쁜 여성들이 요리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매실이 초록색일 때 수확하면 구연산과 향이 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어요. 반면 익었을 때 수확해 곧바로 청을 담그면 충분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매실로 식초를 담가 판매한다. 방부제와 색소를 첨가하지 않았다.

매실청은 매실과 설탕을 일 대 일 비율로 섞어 담근다. 가정에서 매실청을 담가 먹을 때, 담근 지 100일 만에 먹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 깊은 맛을 느낄 수 없다고 조언한다.

“매실청은 담그고 나서 두 번의 겨울이 지난 뒤에야 깊은 맛이 우러나요. 최소한 1~2년 숙성시켜야 하죠. 저희는 3년 동안 발효한 매실액을 요리에 사용해요.”

매실 고유의 감칠맛을 일식 요리에 활용하면 좋겠다는 것이 강명자 대표의 생각이다. 초밥용 초장을 만들 때 매실을 넣으면 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매실농원 전통 음식점 전경. 식사를 한 손님들에게 편안한 휴식 장소를 제공한다.

매실농원 식당은 충청남도청이 인증한 외국인 편의 음식점이다. 인근 기업체에서 외국인 바이어들을 접대할 때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음식도 맛있지만, 마당 앞 장독대들이 주는 편안함과 야생화의 멋에 반해 오는 손님들도 많다.

“저는 원래 꽃을 좋아해 마당 곳곳에 꽃과 나무를 심었습니다. 사과나무에서 수확한 사과는 사과산을 만들 때 직접 담가 쓰지요.”

수선화, 튤립, 꽃잔디 뿐 아니라 사과나무, 자두나무, 배나무도 곳곳에 식재돼 있다. 전원 생활하며 자식처럼 가꾼 식물들이다. 그중에서도 매실에 대한 애정이 크다. 직접 담근 매실청은 미국에 사는 딸에게 매년 꼬박꼬박 부쳐줄 정도다.

“귀농을 하려는 분들에게는 철저한 준비가 필수입니다. 판로 확보 없이 농사만으로는 소득에 한계가 있어요.”

식당 옆 별관에 휴게용 쉼터를 따로 만들어 가끔 음악회도 연다는 강명자 대표. 음식 맛을 보러 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히 쉬다 갈 수 있도록 내어주는 공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