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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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
  • 월간원예
  • 승인 2009.09.0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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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에 감사해
저 많은 강물을 보내
흐르는 시간을 보여주었고
저 많은 나비들을 보내
떠나간 이들을 그리워하게 했으니까
저 많은 길들을  보내
내가 시를 쓰게 했으니까
- 내 고향에  감사해/ 문정희 - 

나의 친구여

 

한여름 밤의 정적,
비상하는 청룡의 울부짖음이 바람을 타고
산골짝을 뒤흔듭니다.
오싹한 한기가 등골을 스치며
엄지발가락이 움찔 움직여집니다.
느닷없이 여의주가 눈앞에 다가오자
나는 벌떡 일어섰습니다.
 
“아, 꿈이었구나…”

창밖 용추 골짝엔 별빛만 가득합니다.
 
청산이 있다면
네가 있는 곳이 청산이다
하늘이 있다면
네가 있는 곳이 하늘이다
네가 딛고 있는 땅이 있다면
그곳이 너의 땅이다
마음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면
그냥 한줄기
시냇물이라도 흘려주면 좋고
네 마음이 머무는 곳에
나 또한
푸른 안개로 같이 있으리니
- 바람의 나라로 보내는 편지/배교윤 -

 

회촌(會村)마을에 아침이 오면
월출산도 덩달아 깨어납니다.
안개 속 마을은 마치 바다에 잠긴 듯 고요합니다.
골목길을 돌아보다 우연히 마주친 아이가
까르르 소리 내어 웃습니다.

나는,
돌아봅니다.
저 골목길에서
만나고 헤어진 사람과
헤어졌다 다시 만난 사람을,
그렇게 잊혀 진 사람들을…

그리고 다시,
떠 올려봅니다.
동화 같은 유년의 꿈을.

개금바위 아래 청초하게 피어난
영아자와 노란콩꽃은 천황봉 만큼 높은
야생(野生)의 꿈을 안겨 줍니다.

월출산 아래 첫 동네.
그 골목길에서 만난 네 얼굴,
나의 친구여.
 
널 바라고 기다리는
네 자리로 오라.

하여,
다시는 잊혀지지 않는
그림자로 남아있자구나.

언젠가 누구한테 들었을까?
그 얘길 네게 해주고 싶어.

들꽃 한 송이가 있었다.
그 꽃 주위에는 예쁜 꽃이 너무 많아서
사람들은 모두 들꽃의 존재조차 몰랐다.
오직, 
들꽃 주위의 예쁜 꽃만 바라볼 뿐.
해가 뜨면 들꽃은 밤새 한껏 치장한
주위 꽃들에게 기가 죽었고
예쁜 꽃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치여
한없이 고개 숙여야 했으며,
해가 지면 스멀스멀 내려오는 어둠이 무서워

눈을 감아야했다.
들꽃은 언제나 외로웠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무거운 암흑이 찾아와도
자신의 주위가 환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들꽃은 용기를 내어 눈을 떠보았다.
깜깜한 줄만 알았던 암흑 속에서
자신을 향해 빛을 보내는 별이 있었다.
들꽃은 말했다.

“넌 참 밝구나!”

별이 답했다.

“넌 참 향기롭구나. 네가 참 좋아.”

그렇게 들꽃에게는 친구가 생겼다.
그리고 들꽃은 알았다.
자신도 향기가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때,
무거운 암흑 앞에서 기죽어 있을 때
자신도 모르던 향기를 알아준 그런 친구,
여러분은 있나요?

내게 처음 들꽃을 닮은 아이라고 불러 준
내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생이 끝나기 전까지
나와 하나일 나의 소중한 친구입니다.”

내 고향에  감사해
 
저 많은 나무들을 보내
초록을 가르쳐 주었고
저 많은 새들을 보내
노래를 알게 했으니까
저 많은 비를 보내
생명을 키운 는 눈물을 알게 했으니까

내 고향에 감사해
저 많은 강물을 보내
흐르는 시간을 보여주었고
저 많은 나비들을 보내
떠나간 이들을 그리워하게 했으니까
저 많은 길들을  보내
내가 시를 쓰게 했으니까
- 내 고향에  감사해/ 문정희 - 

글·사진 | 들꽃세상 대표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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