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과일 복숭아, 와인으로 새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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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과일 복숭아, 와인으로 새로 태어나다
  • 안혜연 기자
  • 승인 2018.07.30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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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전의면 금이산농원 김영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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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전의면 금이산농원 김영기 대표

온화한 인상 속에 숨겨진 도전정신
김영기 대표의 복숭아와인은 그를 닮아있다

 

와인하면 보통 포도와인이 떠오른다. 하지만 와인은 본디 ‘과실즙을 발효시켜서 만드는 과실주’라는 뜻이다. 복숭아라고 와인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금이산농원의 김영기 대표는 발상의 전환으로 지역 특산물인 복숭아를 와인으로 가공해 지역의 명물로 키워나가고 있다.

서늘한 양조장 내부. 200리터 들이 발효통이 줄지어 있다.

운명처럼 찾아온 복숭아와인
김영기 대표는 지난 2005년부터 집에서 소소하게 술을 담그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량으로 담가 놓은 오가피 술을 우연히 맛본 장태평 전 농림부 장관이 주류 제조를 제안했다. “제가 교회 권사이고 이 나이에 무슨 술 장사를 합니까”라고 손사래를 치는 김 대표에게 장 전 장관은 조금씩 생산해서 명주로 남으면 되지 않느냐고 권했다고 한다.
그렇게 양조학에 매진하게 된 김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이 복숭아였다. 조치원의 특산물인 복숭아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여름철 과일이지만 저장이 어려운 것이 흠이다. 외관이 매끄러운 상품은 팔려 나가지만 조금 흠이 있거나 무른 복숭아는 저장할 수도 없고 날파리만 꼬여 폐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성껏 기른 복숭아를 버릴 수밖에 없는 이웃들을 보면서 김 대표는 복숭아와인을 떠올렸다. 단지 외관이 고르지 못하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복숭아를 모아 와인으로 가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가장 우리 지역에 어울리는 것을 고부가 가치로 만드는 것이 맞잖아요. 그리고 복숭아는 가공 방법도 다양하지 않거든요. 저는 가공을 하고, 이웃은 애써 기른 복숭아를 버리지 않아도 되고. 이런 것이 상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이산농원 복숭아와인 상품.

과일 맛 살아있는 복숭아와인, 가볍게 마시기에 ‘딱’
복숭아와인은 화이트 와인으로 묵직한 포도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고 상큼하다. 코로 냄새를 맡으면 독특한 향이 나며 맛을 보면 과실주다운 새콤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 도수는 12도로 목 넘김이 좋아 가볍게 한 잔 하기에 좋다.
복숭아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제조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로 씨를 분리한다. 씨에서는 독한 성분이 나올 수 있기에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두 번째로 통에 넣어 발효시키고 찌꺼기는 걸러낸다. 마지막으로 1년 간 숙성시키는 단계를 거친다. 
이렇게 완성된 제품은 세종시 로컬푸드와 신세계백화점 우리술방, 광명동굴 와이너리 등에 납품된다. 특히 지난해엔 ‘2017 광명동굴 대한민국 와인 페스티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엔 SNS를 타고 입소문이 나서 개인적으로 주문을 문의하는 전화도 크게 늘었다.

양조장 전경. 현재 신축 공사 중이다.

와이너리, 체험 공간으로 재탄생
금이산농원은 이른바 6차산업이라고 불리는 농가 체험도 병행하고 있다. 학생은 직업체험을, 성인은 몇 달에 걸쳐 와인을 직접 제조하는 체험을 한다. 또 김 대표의 딸이 양조장 옆에서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고 있어 와이너리와 함께 공방도 둘러볼 수 있는 값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수박 겉 핥기 같은 체험보다 참가자들이 진정으로 얻어가는 것이 있는 체험이 됐으면 하는 것이 김 대표의 바람이다.
그리고 김 대표는 현재 아들, 딸과 함께 양조장과 체험 공간을 확장 이전하는 중이다. 와인의 인지도가 쌓이고 주문 물량이 늘어나자 더 이상 가내수공업만으론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 하지만 가족이 함께 관리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로만 확장키로 했다. 너무 욕심이 과하면 욕심만 좇는 삶을 살게 된다는 생각에서다. “자식들은 몸도 힘든데 하지 말라고 하죠. 하지만 그 땅 놔두면 풀밖에 더 나나요. 뭐라도 심어서 먹어야죠. 이런 게 농부의 마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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