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청년 농부가 반평생 공들여 키운 천안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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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청년 농부가 반평생 공들여 키운 천안 배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8.08.29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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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배원예농협 조항현 조합원

[더 많은 소식은 월간원예 홈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민족의 명절 추석이다. 제사상에 올릴 과일을 고르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배는 무엇일까? 맛있고, 가격이 합리적인 배다. 냉장고에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면 더 좋다. 국내 최고의 자동 선과 시설을 갖췄으며, 조합원들의 재배 기술도 뛰어난 천안배원예농협의 추석 배를 미리 만나본다.

지난해 증축된 천안배원예농협 산지유통센터(APC)는 배 봉지를 자동으로 벗기는 탈봉기(4번)와 최첨단 등급 판별 센서(5번), 에어 세척시설(6번) 등을 갖췄다.

“배 농업이 발전하려면 배가 맛있어야 합니다. 맛있어야 사먹지 않겠습니까.”
조항현 천안배원예농협 조합원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 20년 째 배 농사를 하고 있다. 대학 시절 배 농사에 입문해 지금까지, 반평생을 배 농사에 바쳤다.
남들 같으면 ‘젊은 나이에 힘들지 않느냐’고 물을 법하다. 그러나 조항현 조합원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나아가 새로운 맛의 배 보급을 위해 품종 갱신을 적극 추진 중이다. 제사상에 올리는 ‘신고’ 배나무에 ‘신화’ 품종을 고접한 것이다. 조항현 조합원이 경영하는 조운농원을 찾아갔다. 

조운농원이 재배하는 배는 ‘하늘안’브랜드로 판매한다. 특등급 신고 배는 추석과 설 명절에 판매량이 급증한다.

과수원도 ‘합리적 경영’시대
‘신화’배로 품종 갱신 중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일대에 조성한 조운농원 면적은 총 13ha(40000평)이다. 조항현 대표의 부친이 1989년 이곳에 배나무를 심었다. 재배 품종은 ‘신고’ 배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전국의 여느 배 과수원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차이점이 많다. 첫째, ‘신화’ 배로 대규모 면적을 전환 중이다. ‘신화’를 고접한 면적만 1.6ha(5000평)에 달한다. 둘째, 다양한 봉지를 씌워 고당도 배 수확을 실험 중이다.
“신화 배도 시간을 더 두고 지켜보면 단점이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자연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생장 조절제에 의존하지 않고)맛있는 배를 수확하기 위해서 신화 배로 갱신 중입니다.”
기왕 품종 갱신을 하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묘목을 사다 심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물을 수 있지만, 농업인 입장에서 이 방식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일단 한정된 자리에 새 나무를 심으려면 멀쩡히 잘 자라던 나무를 뽑아야 한다. 이것만 해도 경제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새로 심은 품종이 만약 토질이나 기후에 적응하지 못 한다면 더욱 큰 골치다. 만약 재배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 후엔 판로 개척이 과제다. 
아직까지 배 도매시장이 ‘신고’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기껏해야 ‘추황’, ‘원황’ 품종 정도가 알려졌을 뿐 기타 ‘화산’, ‘한아름’ 등 다양한 신품종은 아직도 많은 홍보가 필요한 실정이다.
“배나무는 수형 갱신에 최소 10년이 걸립니다. 조금씩 고접해서 하다 보면 1~2년 갖고는 어림없어요.”
따라서 배나무 신품종 보급 사업은 단기간에 무리해서 추진하기보다는 오랜 세월 차근차근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조항현 천안배원예농협 조합원이 고당도 배 재배를 위해 시험 적용 중인 봉지를 설명하며 포즈를 취했다.

 

다양한 배 봉지 씌우며
고당도 배 수확 실험 

조운농원에서는 특이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입구에 식재된 나무에 여러 가지 봉지가 씌워져 있는 풍경이다. 한 나무에서 붉은색, 미색, 노란색 봉지가 다양하게 씌워져 있는 이유를 물으니 “봉지 종류에 따른 당도 차이를 실험 중”이라고 대답한다.
일반적으로 신고는 미색 봉지를 씌우는데, 붉은색과 노란색 봉지와 각각 비교하니 배의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최근 대형마트에서도 고당도 배를 따로 판매할 만큼 당도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점을 고려해,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무봉지 재배와 소형 신품종 재배에도 관심이 있다. 그래서 과수원 일부 면적에서 무봉지 재배 시험을 했고, 껍질째 먹는 소형 배 ‘조이스킨’ 품종 나무를 심기도 했다. 
6차산업에도 꾸준한 관심을 두고 있다. 배 원물 판매만으로는 부가가치 창출에 한계가 있어, 배즙 또는 기타 가공품 생산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가족농으로 운영하는 기존 방식을 단번에 바꾸기 어려워, 합리적인 6차산업 경영 방식을 고민 중이다.
“우스갯소리로 6차산업은 (최소한)6명이 뛰어들어서 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생산과 가공, 판로 개척을 한 명이 동시에 할 수는 없습니다.”

박완주 국회의원과 구본영 천안시장, 천안배원예농협 박성규 조합장(왼쪽 두 번째), 심훈기 천안배원예농협 지도 상무 등 관계자들이 선과 시설을 둘러보며 배 산업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배 농업 발전을 위해 배 의무자조금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조항현 조합원은 기대하고 있다. 한돈, 한우처럼 배도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 소비량이 크게 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무엇보다도 농업인 스스로 맛있는 배를 생산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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