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함께 살고파 농부의 길을 선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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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함께 살고파 농부의 길을 선택하다
  • 이지우 기자
  • 승인 2018.10.30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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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 박주현 대표

[더 많은 소식은 월간원예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이제 31살 4년차 농부 박주현 대표. 그는 대학교를 축산과로 진학해 공부하며 흙과 가까워졌다고 한다. 전에 농사와 큰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흙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파 농부의 길을 선택했다.

 

축산과를 다니면서 장래를 고민하던 박주현 대표. 그는 친구가 다니던 원예과를 청강하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농부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졸업 후 막연한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던 차에,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남들처럼 회사에 다니며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삶을 그려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린 앞날로 나아가는 것보단, 제가 좋아하는 환경에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저는 흙을 밟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친구의 원예과 수업을 청강하며 내가 농사를 지으면 어떨까? 하는 꿈을 그리게 됐죠. 조금씩 확신이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박주현 대표는 그렇게 토익 공부가 아닌 농사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3074㎡(930평) 규모의 전체 부지에 온실과 부대시설을 마련한 박주현 대표. 창업 후계농 지원 사업으로 오롯이 본인 혼자만의 일터를 마련했다.

고추로 시작한 농사
지금은 애호박에 전념

대학을 졸업하면서 진지하게 농부의 길을 준비한 박주현 대표. 그는 후계농 지원 사업을 통해 농사의 발판을 마련했다. 2억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빌렸지만 평생 일궈갈 꿈에 대한 바닥을 다지는 일이었기에 과감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후계농 지원 사업을 통해 대출 받은 돈은 오롯이 온실과 시설을 구축하는데 들어갔다. 첫해는 청양고추로 농사를 시작했다. 다른 작목 대비 수익성이 좋고 수확시기 외엔 혼자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해 농사를 지으며 아예 온실에서 살다시피 했다는 박주현 대표.
“청양고추를 딱 1년만 했어요. 첫해 초보 농사치곤 수익성이 나쁘지 않았어요. 그런데 하나 문제가 있었어요. 고추는 대략 10~15일 주기로 수확을 하는데 그 외에 빈 시간이 저를 힘들게 했어요. 저는 이제 갓 시작한 농부고 일에 전념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고추는 공백기 동안 저를 조금씩 나태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되묻게 했죠. 첫해 농사를 딱 끝내고 결심했어요. 내가 좀 더 힘들더라도 꾸준하게 일할 수 있고, 부지런해질 수 있는 작목으로 바꾸자. 그래서 결정하게 된 것이 바로 애호박입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주로 가락시장에 진주 논개 애호박으로 납품해왔다. 유기농 재배를 시작하면서 판로를 다변화하고 있다.


매일 쓰는 영농일지
4-H 활동으로 시야 넓혀

박주현 대표는 아침 일찍 온실에 들어와 전체를 돌며 2시간 정도를 작목 돌보기에 쓴다. 흙을 좋아하는 그는 신발도 신지 않고 맨발로 땅을 밟으며 온실을 가꾼다. 그의 온실은 부지런한 사람의 손길이 곳곳에 느껴질 만큼 정리가 잘된 모습이었다. 쉬는 날에도 다른 농가를 돌며 주변 어른들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경험을 전수 받는다.
현재 경남 진주시 지역 브랜드 ‘논개 애호박’으로 가락시장에 납품한다는 박주현 대표. 그가 재배한 애호박은 가락시장에서도 특상품으로 평가받는다. 그 비결을 묻자 그는 ‘꾸준함’이라고 대답한다. “매일 영농일지를 쓰고 제가 농사를 잘하고 있는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되돌아봅니다. 그리고 기록을 통해 주기적인 관리와 일정한 시스템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아직 4년차 밖에 안 된 초보라면 초보지만 저는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꾸준함이라고 생각해요. 꾸준하게 일한 만큼 되돌려 주는 것이 바로 흙이 아닐까 합니다.”
그는 현재 진주 지역 4-H 회장직을 맡고 있다. 젊은 농부들과 자주 모여 의견을 나누고, 각자의 농사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를 자주 갖는다고 한다. 비슷한 나이대의 친구들이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 농사를 짓는 몇 안 되는 지역 젊은 농부들은 더없이 반가운 동료가 아닐 수 없다.

경상남도 지역 4-H 회원들이 박주현 대표의 온실에서 모임을 가졌다. 비슷한 나이대의 젊은 농부들이 서로 교류하며 농촌에 젊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안주하지 않는 삶
앞으로 또 변화 줄 것

박주현 대표는 3년차 애호박을 재배하며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갈수록 뚜렷해지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특히 토양 관리하기가 힘들고, 수확기간이 줄어드는 등 고충이 만만치 않다.
박주현 대표는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작물 재배 주기의 변경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작물의 주기를 변경하면 시장 가격에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
“환경의 변화를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애호박을 재배에 만족하고 있지만 마냥 안주하면서 매년 똑같은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 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작목으로 변경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저는 박과 식물 재배에 흥미를 크게 느껴 현재 ‘차요테’ 같은 아열대 작목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 성격상 안주하기보단 무엇이라도 배우고 도전하는 것에 흥미를 느낍니다. 농사의 규모를 크게 늘리기보다 알차게 실속 있는 작목을 재배해 성공적인 농부의 길을 걷고싶습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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