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장식하는 꽃보다 아름다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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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장식하는 꽃보다 아름다운 열매
  • 월간원예
  • 승인 2018.10.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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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낙상홍(Ilex verticillata)
푸른수목원권용진 박사

 

대기의 온도가 점차 내려가면서 여름내 짙고 푸르렀던 잎들이 점차 노랑, 주황, 적색으로 또는 갈색으로 변하면서 가을이 왔음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기온이 낮아질수록 광합성을 하는데 꼭 필요한 엽록소가 점차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잠재해있던 안토시아닌, 카로틴, 크산토필, 타닌 등이 잎을 아름답게 변화시키어 가을을 장식하게 된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가을 산을 찾아 단풍 구경을 하는데, 청년시절 설악산 단풍을 보기 위해 후배 몇몇과 함께 야간산행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얼마나 많은 등산객이 붐볐는지 4시간이면 정상을 밟아야하거늘, 자정에 출발하여 동이 틀 때가지도 정상을 보지 못하고 일출을 산 중턱에서 맞이해야 했던!! 하지만 하산 길의 소공원 주변의 단풍은 보는 사람을 황홀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식물은 가을의 단풍과 함께 정원을 아름답게 연출할 수 있는 무기가 하나 더 있다. 식물을 감상하는 데는 꽃을 비롯하여 열매, 수피, 수형, 잎의 독특한 질감과 색등 다양한 부위를 감상할 수 있다. 그중에서 가을은 아름답게 장식하는 데는 탐스러운 열매만 한 것도 없을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가을을 아름답게 연출할 수 있는 열매가 아름다운 수종을 소개하고자 한다.
 초가을 보라색의 작고 둥근 열매를 잎겨드랑이에 오밀조밀 맺어 앙증맞은 모습을 연출하는 좀작살나무(Calicarpa dichotoma)와 흰좀작살나무(Calicarpa dichotoma f. albifructa)를 볼 수 있다. 좀작살나무는 마편초과 식물로 8월경에 잎겨드랑이에 작은 꽃이 취산꽃차례로 피는 데 꽃이 너무 작다 보니 사람들의 시선에 잘 띄지 않는 경우가 많다. 꽃이 진 후 10월경이면 자주색 또는 흰색으로 익는데 이때부터 잎이 떨어지는 11월 말까지 열매를 감상할 수 있다. 대부분 열매 수종들이 붉은색으로 익지만 좀작살나무는 흔하지 않게 진보라 색으로 익어 더욱 보는 이들에게 신비감을 준다. 보라색으로 익어가는 열매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보다 딱히 떠오르지 않을 만큼 좀작살의 보라색 열매는 귀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보라색만큼 흰색도 드문 열매의 색중 하나인데 흰좀작살나무는 순백색의 흰 열매를 맺어 좀작살과 대조를 이루듯 독특한 매력이 있는 좋은 소재이다.

좀작살나무(Calicarpa dichotoma)
흰좀작살나무(Calicarpa dichotoma f. albifructa)


 열매가 아름다운 수종으로 대표적인 식물로는 장미과, 인동과, 층층나무과, 감탕나무과, 매자나무과, 노박덩굴과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수목의 열매는 산새들에게는 중요한 먹이가 되기도 한다. 새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장미과식물은 대부분 산새들의 중요한 먹이가 되는 식물이다. 특별히 직박구리 같은 새들은 찔레나무의 열매를 매우 좋아한다. 과육의 단맛을 새들로 아는지 알 수 없지만, 잎이 지고 나면 남은 붉은 찔레나무 열매를 따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특별히 아름다운 장미과 열매를 예를 들어본다면 채진목(Amelanchier asiatica), 마가목(Sorbus commixta), 산사나무(Crataegus pinnatifida), 꽃사과(Malus floribunda) 등이 있다. 보통 국내 자생하는 마가목은 노란색에서 주황색, 붉은색을 띠는 것이 통상적이나, 최근 원예품종으로 국내 유입된 품종 중에는 마가목 ‘화이트 왁스’라는 품종은 열매는 좀 작은 편이나 순백색의 열매가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추후 열매를 감상하기 위한 정원에 적용하기 매우 좋은 수종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인동과 식물 중에는 조경수로 흔히 많이 이용되는 수종으로 가막살나무, 덜꿩나무, 백당나무, 괴불나무 등이 진붉은색의 열매를 맺어 단풍과 함께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 준다. 봄에 흰색에서 미색에 가까운 꽃을 피우는 인동과식물은 대체로 과육에 떫은맛이 있어 산새들이 초가을에 주로 먹기보다는 서리를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맞은 후 떫은맛이 어느 정도 약해진 후에나 새들이 먹기 때문에 다른 수종에 비해 늦게까지 열매를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백당나무는 열매가 익어갈 무렵 독특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새들도 어느 열매가 어느 시기에 맛이 있는지 아는 듯하다. 늦가을 잎이 대부분 떨어지면 붉은색의 과실이 더욱 도드라지게 보여 아름다운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가막살나무(Viburnum dilatatum)


매자나무과에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산매자나무와 매발톱나무가 대표적인 종으로 줄기 끝에 꽃자루가 달리며 총상화서로 노란색의 꽃이 5월경에 피우는데 꽃이 지면 가을에는 둥글거나 장타원형의 붉고 윤기 나는 열매가 익어간다. 줄기에 대부분 가시가 있는 것이 특징이며, 낙엽 후에도 탐스러운 열매가 오랫동안 지속된다. 최근에는 일본매자나무의 다양한 품종들이 도입되어 정원소재로 애용되고 있는데, 잎 색이 다양하여 미니정원이나 암석원에 많이 식재될 뿐 아니라 가을철 붉은 열매를 감상하기에도 좋다.
노박덩굴과의 대표적인 식물로는 노박덩굴(Celastrus orbiculatus)이 있겠지만 사철나무(Euonymus japonicus)나 참빗살나무(Euonymus hamiltonianus), 화살나무(Euonymus alatus) 등이 이에 해당하며 어느 계절보다 가을철에 돋보이는 수종들이다. 노박덩굴과 식물 또한 꽃이 작고 보잘 것 없어 전문가들 외에는 꽃을 잘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열매의 과실이 터지면서 선홍색의 과육이 드러나는 모습은 정말 독특하면서도 어떤 과실보다도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어 쉽게 눈에 띄게 되는 수종들이다. 그 중 사철나무는 늘 푸른 잎을 자랑하면서 가을철 과실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지만, 참빗살나무는 아름다운 단풍과 함께 선홍빛의 탐스러운 열매를 맺어 점차 조경수로 인기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수종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화살나무Euonymus alatus


낙상홍은 감탕나무과중 온대 북부에서 월동이 가능한 종으로 낙엽활엽수에 해당한다. 서리가 오고 잎이 떨어지면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되는 데 겨울철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있는 곳에 선홍색의 붉은 열매가 대조를 이루어 먼 곳에서도 눈에 확 띌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 준다. 낙상홍 ‘윈터 골드’라는 품종은 황금색으로 익어 독특한 아름다움 감상할 수 있다.
대부분 붉은색의 열매를 감상할 수 있다면 검은색을 감상할 수 있는 열매도 있다. 대표적인 수목으로는 오갈피나무(Eleutherococcus sessiliflorus)와 산분꽃나무(Viburnum burejaeticum)의 열매를 볼 수 있다. 오갈피나무는 두릅나무과 식물로 독활이라 불리는 땅두릅도 가을철 오갈피나무와 비슷한 검은색의 열매를 맺는다. 식물체가 서리에 고사하여 감상하기는 적합하지 않지만, 목본성이 오갈피나무는 가지 끝에 공 모양으로 여러 개의 과실이 매달린다. 산분꽃나무는 인동과식물에 해당하지만 다른 수종에 비해 검은색의 열매를 맺는 것이 특징이며 붉은색의 단풍과 검은색의 열매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위에서 소개된 수종들 외에도 가을과 겨울 사이 열매, 과실을 감상할 수 있는 다양한 수종들이 있다. 가을과 겨울의 문턱에서 조금은 삭막해질 수 있는 시기! 풍성하고 매력적인 열매를 감상할 수 있는 꽃보다도 아름다운 열매를 감상할 수 있는 정원소재에 관심을 가져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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