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을 연결시켜주는 도시 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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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을 연결시켜주는 도시 녹지
  • 월간원예
  • 승인 2018.10.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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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클라인가르텐

[더 많은 소식은 월간원예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해외 도시농업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현재까지 이어져 온 유럽 국가들의 도시텃밭인 독일의 클라인가르텐, 영국의 얼롯먼트, 네덜란드의 호르크스튜인 등이 있다. 북미의 경우는 최근 뉴욕이나 벤쿠버 등의 대도시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City Farming, Urban Agriculture, Community Garden 등을 들 수 있다. 일본의 경우는 시민농원이 잘 알려져 있으나 도시농업이라기 보다는 도시민들이 도시 근교나 농촌에 가서 체험하는 형태이며, 도시에서는 옥상 등을 활용하여 도시텃밭을 조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그 외에도 러시아의 다차도 있으나, 도시 근교의 별장형 농원의 형태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도시농업이 해외에서 많이 활성화되고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건강한 먹거리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의 고조와 도시민들의 공동체 의식에 대한 필요성 때문이며, 특히 유럽이나 북미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받으며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먼저 해외 도시농업의 사례 중에서 이번 호에선 독일의 도시농업을 살펴보고자 한다.
독일의 도시농업은 주말농장으로 잘 알려진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을 들 수 있다.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은 작은 정원인 소정원이라는 뜻이며, 구획지어 나누어져 있어 분구원이라고도 하고, 주말에 많이 이용한다고 하여 주말농장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이 클라인가르텐은 토지이용적 측면에서 도시 시설로 지정되어 있어서 엄밀히 보면 임시로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도시텃밭 농장과는 다르다. 우리와 유사한 형태로는 토지 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의 땅을 임시로 임대하여 채소를 키우는 채마밭이라고 하는 그라베란트(Grabeland)도 있으나 클라인가르텐이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클라인가르텐. 뮌헨 네더링 채소원(사진 이은희)

독일의 클라인가르텐 Kleingarten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은 19세기 중반 산업혁명 후 도시로 몰려든 가난한 도시 노동자들에게 외부 공간에서 채소를 재배하여 먹을 수 있고, 또 도시의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벗어나 외부 공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빈민원인 아르멘가르텐(Armengarten)에서 시작하였다. 아르멘가르텐은 빈민의 식량 자급 생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설치되어 경제적인 성격이 강하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까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하천변이나 공터 등에 무허가로 채소를 키워 이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또한 어린이의 건강을 위한 텃밭 정원인 슈레버가르텐(Schreber Garten)은 라이프찌히의 소아과 의사인 모리츠 슈레버의 이름을 딴 정원으로, 그는 아이들에게 신체적인 단련과 자연 활동을 위해 정원이 필요하다고 주창하면서 이러한 소정원들이 생겨났다. 이후 클라인가르텐은 적 자사에 의해 국민 건강적인 측면에서 노동자 정원으로 변화하였고, 종교 단체에서 클라인가르텐 지구들을 결성하여 독일의 철도 회사 등 공적인 기관의 유휴지들을 활용하여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세계대전을 겪으며 식량 생산, 특히 과일과 채소 생산이 가정의 정원 및 클라인가르텐에 의존하게 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되었고, 이에 따라 독일에서는 분구원에 관한 법이 제정되면서 토지 보유와 임대료에 대한 안전성을 제공하였으며, 이후 ‘연방소정원법(Bundeskleingartengesetz; BKleingG)’으로 제정되었다.

클라인가르텐. 뮌헨 너이 비베르크(사진 이은희)

클라인가르텐의 기능의 변천
클라인가르텐은 전쟁 중에는 도시인들의 식량 공급원으로, 세계공황 시기엔 생계를 위한 역할로 중요한 기능을 하였으며, 전쟁 후에도 채소 등을 식재하여 재배하여 오다가 현대에 들어오면서 여가와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였다. 도심의 팽창은 클라인가르텐 지구를 위협하기도 했다. 베를린의 경우 주정부에서 대지로 활용하고자 클라인가르텐 지구를 없애려 했었는데, 당시 수많은 동호인들이 이를 반대하여 막아냈으며, 지금은 특히 대도시에서 녹지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높아진 1980년 중반 이후는 도시 녹지와 생태 공원의 성격으로 바뀌면서 자연과 인간을 연결시켜 주는 도시 내 녹지 공간으로서 그 기능이 변모하였다. 클라인가르텐 지구는 개방이 되어 있어서 경작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최근 클라인가르텐의 기능에 있어서 특징은 생물종 다양성과 사회·환·경적 기능의 강화를 들 수 있다.
도시인들에게 농가 정원의 모델을 제공하고, 과수 및 채소 재배가 가능하며, 근래에는 조경용 화훼와 잔디도 도입하고 있다. 많은 동호인들은 자연을 보호하려고 생물학적 방제, 지역에 맞는 식물, 자생 식물 도입이나 월동이 가능한 식물을 선택할 것 등을 조언하고 있다.
도시에서 보다 나은 질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소음 저감, 먼지 제거, 녹지 확대, 밀집된 건축 공간의 완화, 동식물의 서식처인 비오톱(Biotop)과 생물종 보호, 동식물의 네트워크와 기후 완화 등 환경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가족들에게는 여가 시간의 활용으로 정원적 소일과 건강한 채소의 재배, 종자 파종, 성장 및 수확 등 개인적인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콘크리트 건물더미와 아스팔트 공간 내에서 자연과 평형된 삶을 제공하며, 자연과의 직접적인 접촉 기회를 제공하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겐 부족한 놀이터가 되어주기도 하고, 놀이와 대화의 장, 자연을 체험하는 장이기도 하며, 자연적인 관계를 인지시키며 비오톱 관찰의 장으로서도 기능을 하고 있다. 직장인들에게는 건강한 소일거리와 일상 생활의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대안으로서 휴식을 가져다준다.

정원화 한 사례. 주로 장식적인 용도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분구원


클라인가르텐을 통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독일의 경우 클라인가르텐을 임대하려면 적어도 몇 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 이유는 한 번 임대하면 몇 십 년씩 임대하는 경우가 많아 미처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이, 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는 우선권을 주고 있다. 실업자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 즉 어딘가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과 공허함을 느끼는 것을 방지하고, 독일 사회에서 융화되지 못하는 이민자들이나 이주 노동자에게는 사회에 익숙해 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며, 장애인에게는 채소 등의 재배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원예 체험의 장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인들에게는 대화의 장을 제공하고,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 성숙된 관계 형성을 이루어 제 3의 인생을 자기 정원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분양 시에 우선권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3년부터 독일과 벨기에는 도시 빈민들을 위해 필리핀을 지원하고 있고, 아프리카 도시들에서도 음식 확보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클라인가르텐이 논의되고 있으며, 실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하일브론에서 실시하여 도시 빈민들을 지원해 주는 사회적 활동도 겸하고 있다.

 

글/사진 이은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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